디스코①말해 뭐하냐고 잊는 거지

[텐아시아=김유진 기자]

‘디스코’가 새로운 분위기의 토크쇼를 선보였다. 다소 수위가 높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중과 스타의 가장 가까운 연결고리인 인터넷 검색어를 바탕으로 한 토크쇼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SBS 파일럿 예능 ‘셀프디스코믹클럽-디스코'(이하 디스코)가 지난 25일 전파를 탔다. ‘디스코’는 출연자의 ‘잊힐 권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연관검색어 중 삭제하고 싶은 키워드를 선택, 관련 에피소드를 밝히고 훌훌 털어내는 신개념 토크쇼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실제로 출연자가 고른 키워드 삭제가 이뤄지도록 해줘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이 끝난 뒤 최자는 ‘금수저’, 탁재훈은 ‘나쁜 손’, 김성주는 ‘이별 통보’라는 키워드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각각의 키워드와 관련한 에피소드와 해명들이 방송의 주요한 재미 포인트로 작용했다.

최자는 자신의 예명을 얻게 된 이유부터 설리와의 연애사까지 전부 공개하며 화끈한 토크를 이어갔고, 탁재훈 역시 자칫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과거 이야기를 거침없이 꺼내며 웃음을 안겼다.

특히 최자는 금수저 소문을 비롯해 설리와의 첫 만남부터 첫키스 장소, 첫 여행지 등 그간 대중이 궁금해하던 것들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최자와 설리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디스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심야 예능에 알맞은 수위로 재미를 이끌어냈다는 평과 생각보다 수위가 높아 보기 불편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미성년자 게스트인 트와이스 쯔위와 채영이 있는 자리에서 과도한 19금 농담이 오갔다는 비난도 있었다. 이같은 논란은 최자가 자신의 예명 ‘최자’의 뜻을 설명하는 모습과 그에게 새로운 예명을 지어주자며 ‘최자’로 2행시를 짓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비롯됐다.

출연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키워드라 자극적인 요소는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탁재훈의 경우에도 ‘나쁜 손’·’돌싱’ 등의 연관 키워드가 상위권을 차지했고, 그의 토크는 과거 김아중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오해받은 사건과 이혼 얘기 등을 주제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흥미를 유발했다. 또 그 과정에서 대중들이 가진 오해에 대해 해명하고, 셀프 디스를 통해 과거를 훌훌 털어내는 자리 역시 자연스럽게 마련됐다.

이렇듯 출연자가 직접 지우고 싶은 키워드를 선택하고, 그것을 지우기 위해 솔직한 에피소드를 밝히는 방식은 신선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그다지 화제성이 높지 않은 출연자가 등장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재미를 끌어올 지에 대한 부분과 특별한 얘깃거리가 없을 경우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한계점이 지적됐다.

한상덕 문화평론가는 “사실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화제를 끌어오는 것은 SNS 세대 이전에나 통하는 형식이다. 지금은 다른 방송을 통해 했던 말들이 전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한 출연자가 가진 토크 소재에는 한계가 생기고, 출연자가 정해지면 그가 꺼낼 말도 어느정도 예상이 된다”며 “과거 물의를 일으켰거나 어떤 화제성을 가진 출연자를 통해 자극적인 키워드를 활용하기보다는 빅데이터라는 장치를 이용해, 좀더 공익성을 띄고 글로벌한 주제들을 전문적으로 다룬다면 새로운 스타일의 지속 가능한 토크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디스코'①]말해 뭐하냐고? 잊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