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기간 촉박 올해 대회 파행 우려…"다시 힘 모을 때"

세월호 구조문제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촉발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1년 10개월여 간의 진통 끝에 마침내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22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에서 영화제의 독립성과 함께 책임성 또한 명시한 정관 개정이 확정되면서 영화제의 새로운 미래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독립성·책임성' 동시 명시…새로운 도약 발판 마련
부산국제영화제 갈등사태는 2014년 9월 당연직으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반대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다이빙벨은 그해 10월 2일 개막하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 초청됐다.

세월호 유족들이 이 영화 상영에 반대입장을 보이자 그해 6월 전국지방 동시선거에서 당선한 서 시장은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영화제를 훼손하는 행위를 두고 볼 수 없어 영화제 집행위에 다이빙벨의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 시장의 상영 중단 요구에 영화계는 들끓었다.

공식 초청작의 상영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 지난 19년 이래 처음 벌어진 초유의 사태였기 때문이다.

시의 상영중단 요청을 영화제 측은 거부하고, 이 영화를 영화제 기간에 계획대로 두 차례 상영했다.

잠잠해질 듯이 보였던 갈등은 영화제가 끝난 뒤 깊어졌다.

감사원 감사에 이어 부산시가 감사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양측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영화계를 중심으로 부산시가 영화제를 '길들이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자 서 시장은 올해 2월 조직위원장 사퇴와 민간이양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영화제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하지 않으면 오는 10월 열리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 부산국제영화제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 측의 마찰은 지난 5월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에 추대되면서 봉합에 들어갔다.

김 신임 조직위원장은 취임 직후 "올해 영화제가 정상대로 열리기 위해서는 정관 개정작업이 시급하다"며 당초 내년 2월로 예정된 정관개정 작업을 서둘러 추진했다.

이날 총회에서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시한 것은 기존 부산국제영화제가 추구해온 정체성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시에 영화제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명시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 "초청작 300편 무너지나"…올해 대회가 문제
이날 정관 개정으로 갈등의 골을 메웠지만 10월 6일 개막하는 제21회 대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될지가 걱정이다.

통상 개최 3개월 전이면 초청작 선정이나, 감독 초청, 세부 프로그래밍의 윤곽이 나와야 한다.

초청인사 규모가 어느 정도 결정돼야 숙박예약 등의 후속 실무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7월 현재 초청작 선정부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

특히 한국영화 초청의 경우 이미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9개 영화단체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했기 때문에 선정 작업은 아예 중단된 상태다.

해외초청작의 경우 그동안 프로그래머들이 프랑스 칸영화제를 비롯해 해외영화제를 둘러보며 초청할 작품을 눈여겨 봐 뒀지만, 초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협상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촉박하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올해 초청작이 300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4년 제19회 대회에는 초청작이 79개국 312편, 지난해 제20회 대회는 75개국 304편이었다.

대회 스폰서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부산시와 갈등이 계속되면서 아직 스폰서로 나서는 기업이 없다"며 "스폰서 확보에 차질이 있으면 전체 사업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부대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다시 부산시민들이 힘을 모으고 김동호 위원장의 리더십이 발휘되면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존 대회 명성에 어긋나지 않는 영화제를 치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