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재일동포 400명 관람…관객 "그들의 피해와 고통 알게됐다"
조정래 감독 "전쟁없는 세상 만드는 평화의 도구되길"


영화의 후반부. 노년의 군위안부 생존자 역을 맡은 배우 손숙이 전장에서 죽은 친구를 기리며 오열할때 객석의 훌쩍거림은 절정을 이뤘다.

영화가 끝나고 한 참 동안 후원자 수만명의 이름이 올라오는 동안도 그 흐느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21일 저녁 일본 도쿄 아라카와(荒川)의 한 호텔 내 공연장에서 일본인과 재일동포 약 4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의 상영회가 열렸다.

작년말 한일 군위안부 합의에 따른 피해자 지원재단이 27일께 한국에서 정식 발족하고, 일본 정부나 일본 언론발로는 군위안부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아직 치유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127분의 상영시간은 내내 슬프고 고통스러웠지만 감독과 주연배우의 무대인사까지 끝나고 귀가하는 관객의 얼굴에서는 역사에 대한 '각성'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활동을 해온 일본인 여성 사세 게이코(65) 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이런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은 더욱더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래와 평화를 위해서는 역사를 지워선 안 된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고 말했다.

회사원 다나카 유키(23) 씨는 "우리는 전쟁을 일으킨 세대는 아니지만 위안부들이 받은 피해와 고통을 제대로 배웠다"며 "우리들 스스로가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정래 감독은 무대인사를 통해 '반일'을 목적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영화가 평화의 도구가 되어서 이 영화를 통해 전쟁이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연배우인 재일동포 4세 강하나 양은 "(위안부 피해자 역할을 맡았기에) 촬영하면서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불안이 있었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생을 생각하고 그분들의 고통과 슬픔을 생각하니 그런 나의 불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상영회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주축을 이룬 '평화와 통일을 위한 6·15 영화상영회 실행위원회'가 주관했다.

조정래 감독은 당초 일본에서 정식 개봉을 추진했다가 여의치 않자 일본 각지를 돌며 시사회 형식의 순회 상영회를 열게 됐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극영화다.

국내외 수만명이 '십시일반'으로 낸 후원금과 배우 및 제작진의 재능기부를 통해 만들어 진 이 영화는 올 2월 개봉해 관객 359만명을 끌어모으며 '귀향' 신드롬을 낳았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