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공심이' 민아는 "'공심이' 역을 통해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받았다"라고 했다. /사진=최혁 기자
'미녀 공심이' 민아는 "'공심이' 역을 통해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받았다"라고 했다. /사진=최혁 기자
[김예랑 기자] “촬영이 끝나고 백수찬 감독님께 물었어요. ‘제가 연기를 계속 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미녀 공심이’는 남궁민 선배부터 오현경, 우현 선배까지 계시고, 제작진이 있기에 가능했죠. 그래서 '다음 작품 괜찮을까?’하는 의심이 스스로에게 들었어요.”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 모처에서 민아를 만나 2개월 동안 '공심이'로 살아온 소회를 들었다. 평균 시청률 15.1%(닐슨코리아 제공)을 기록한 화제의 드라마 SBS '미녀 공심이'의 여자 주인공으로 다소 겸손한 소감이었다. '미녀 공심이' 전까지 대중에게 민아는 배우이기 전에 올해로 데뷔 7년차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라는 인식이 강했다.

“데뷔할 때는 연기를 할 줄 몰랐어요. 저에게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였죠. 저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들의 시선에서 민아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욕심이 많았고, 꾸준히 연기를 했죠.”

민아는 2011년 ‘뱀파이어 아이돌’을 시작, 영화 ‘홀리’(2013),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드라마 ‘최고의 미래’(2014), ‘달콤살벌 패밀리’(2015)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디뎠다.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민아는 ‘미녀 공심이’ 캐스팅 미팅 후 2주 만에 첫 촬영에 들어갔다. 워낙 준비기간이 없어 큰 부담은 따라왔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꼬리표도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였다.

“첫 주연작이라 욕심을 안 부리려고 했습니다. 사실 연기 준비하기도 바빴고요. 촬영 스케줄이 생방송처럼 짜여 있었어요. 특히 마지막회는 저녁 9시 55분에 방송이 되어야 했는데 8시까지 촬영을 했으니까요. 펑크 나는 것 아닌가 걱정했을 정도라니까요. 하하. 예상치 못한 반응과 사랑을 받아 기뻐요. 반면에 ‘너무 힘들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는데 막상 종영되니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네요. 본의 아니게, 슬퍼요.”
민아는 연기에 대한 대중의 칭찬에 "찔린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사진=최혁 기자
민아는 연기에 대한 대중의 칭찬에 "찔린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사진=최혁 기자
‘미녀 공심이’를 본 시청자들은 민아가 이렇게까지 잘 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멋’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극중 콘셉트를 위한 ‘똑단발’ 가발까지 예뻐보일 정도였다.

“원래 제목이 ‘야수와 미녀’ 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미녀 공심이’로 바뀐 거죠. 저는 ‘공심이’구요! 안 그래도 부담이 컸는데, 와… 선배님들이 ‘평생 살면서 자기 캐릭터로 타이틀이 갈 수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느냐’라시면서 ‘죽어도 잡아야 한다’라고 입을 모으셨어요. 맞아요. 부담이고 뭐고, 그런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난 이걸 해내야 해’ 하면서 독하게 마음을 고쳐먹었죠.”

민아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의 공을 모두 현장의 배우, 제작진에게 돌렸다. 그리곤 조금 ‘찔린’단다.

“많은 분들이 ‘공심이’로 봐주셔서 ‘다행이다’하고 안심하고 있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잘했다’라고 하기에는 아직까지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많이 모자라죠. 제가 되게 자책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도 ‘열심히 했다’는 의미로 좋은 말씀들 해주셨다 생각해요.”

몇 달전 ‘응답하라 1988’ 이후 혜리가 그랬듯, 민아 또한 20대 여배우 사이에서 ‘히든카드’가 됐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골라야 할 정도’의 시나리오가 들어 온 상태.

“도전, 도전, 도전… 제가 갑자기 뇌쇄적인 캐릭터를 한다면 어떨까요. 하하.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에게 어울리고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차근차근히 해나가면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딱’ 하고 가서 ‘연기!!!’하면서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서요. 조금씩, 천천히 급하지 않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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