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굿바이 싱글’에 출연한 배우 김현수가 8일 오후 한경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영화 ‘굿바이 싱글’에 출연한 배우 김현수가 8일 오후 한경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불쑥 나타나 대중의 마음을 훔쳐가는 ‘당돌한’ 배우가 있다. 바로 아역배우들이다. 이들을 성인 배우의 자녀,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로 여기는 시대는 지났다. 아역들은 단지 성인 연기자들에 비해 나이가 어릴 뿐, 한 명의 연기자로서 어른들과 호흡을 맞추며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의 김현수는 무려 500:1의 경쟁률을 뚫고, 단지 역에 발탁된 배우다. 극 중 단지는 ‘내 편’을 찾으려는 톱스타 고주연(김혜수)과 함께 임신 스캔들을 벌이는 역할이다. 겉으로는 시크하고 당돌하지만, 속으론 나날이 불러오는 배가 무섭고 두려운 중학생 미혼모의 모습을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그려냈다.

‘굿바이 싱글’을 본 관객들은 김현수의 연기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경력 30년차 베테랑 배우 김혜수마저도 김현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도 “현수는 꾸며서 연기를 하는 친구가 아니다. 자기가 느낀 감정 그대로 자연스럽게 녹여낼 줄 아는 무서운 배우”라고 극찬했다. 이렇게 대선배가 칭찬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김현수는 배시시 웃었다. 시험이 어려워서 걱정이고,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운 17세 여고생의 모습이었다.

김현수가 새롭게 느끼고, 이해하는 감정들이 많아질수록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은 커지고, 깊이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김현수가 앞으로 스크린과 TV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줄 수많은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10. 드디어 본인이 출연한 영화를 봤어요.
김현수: 처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아니라 가족들이랑 같이 볼 수 있는 영화에 나온 거예요. 전부터 다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었거든요. 친구들도 “넌 왜 항상 내가 볼 수 없는 영화만 찍어?”라고 장난스럽게 물어봤어요. (웃음) ‘굿바이 싱글’은 친구들도 보러간다고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10. 영화를 본 친구들이 뭐라고 얘기 하던가요?
김현수: 3일 전에 시험이 끝났거든요. 그래서 아직 못 본 친구들이 많아요. 얼른 보러가라고 하려고요. 아! 친구의 친구가 영화를 봤대요. 재미있다고, 응원하겠다고 친구한테 전해달라고 했대요. 그 친구한테 고마워요. (웃음)

배우 김현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김현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굿바이 싱글’에서 10대 미혼모 단지 역을 맡았어요. 평범한 역할은 아니다보니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김현수: 주변에 이런 경험을 해 본 사람도 없었으니까 어디 물어볼 곳이 없는 거예요. ‘별을 보내다’(2009, 리즈앤북)란 책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미혼모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이거든요. 자신들이 어떻게 미혼모가 됐는지, 또 낳은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과정이 어땠는지 등이 담긴 책이에요. 단지랑 상황이 비슷한 분들이 많아서 단지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고, 미혼모에 대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10. 단지를 연기하는 데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들이 있을까요?
김현수: 단지는 주변 친구한테도 마음을 모두 못 열고, 매순간 시크한 친구거든요. 그런 성격에서 오는 행동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임산부다 보니까 걷는 거라던가, 서있을 때의 모습들이 다르잖아요. 그런 디테일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엄마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10. 교복을 입고 있을 때는 당연히 보형물을 착용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는 장면에선 배를 드러내잖아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임산부처럼 배가 나왔더라고요. CG를 사용한 건가요?
김현수: 진짜 같았죠? (웃음) CG는 아니고, 특수 분장한 거였어요. 제 체형에 맞춰서 몇 개월 정도 지나면 얼마나 배가 나올까 다 과학적으로 계산해서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요.

10. 본인은 성격은 단지처럼 시크한가요?
김현수: 단지는 시크한 것도 있고, 어른들한테 기죽지 않는 그런 당돌한 애잖아요. 저랑 완전 반대에요. 전 낯가림도 심하고, 굉장히 짜증나도 꾹 참는 성격이에요. 영화에서 단지는 친구가 자기가 돈 빌려준다고 했을 때, 그거에 화를 낼 정도로 자존심이 강하잖아요. 친구들이랑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편이고. 전 친구들과 편하게 지내는 게 좋아요.

배우 김현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김현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가장 공감 갔던 단지의 말이나 행동 있어요?
김현수: 단지가 옥상에서 ‘주연님’과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주연님’한테 “아, 사람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TV에서 봤을 땐 마냥 행복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기랑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그런 의미인데, 그런데 저도 김혜수 선배님을 보면서 단지처럼 생각했거든요. 우와, 사람 같다. (웃음)

10. 김혜수 선배를 직접 보니 어땠나요?
김현수: ‘도둑들’에서 김혜수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봤거든요. 실제로도 ‘도둑들’에서처럼 카리스마가 넘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굿바이 싱글’을 준비하면서 처음 뵀는데, 역할에 몰입하신 건지 몰라도 주연처럼 정말 성격이 밝은 성격이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신기했고, 같이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0. 나이 차이도 꽤 많이 나잖아요. 같이 호흡 맞추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김현수: 저는 지금까지 또래 배우들보다 선배님들이랑 항상 호흡을 맞춰서 부담스럽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김혜수 선배님한테도 촬영하기 전에 단지처럼 ‘주연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언니’라고 불러야 할지 여쭤봤거든요. 언니라고 부르라고 해주셨어요. 저한테는 ‘애기야’라고 말해주시고. 정말 잘 챙겨주셔서 연기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10. 연기자로서 배울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김현수: 역할에 완전히 몰입할 뿐만 아니라, 전혀 지치질 않으세요. 마지막 부분에 ‘미술대회’ 신은 거의 50번 가까이 찍었거든요. 그런데 찍으면 찍을수록 에너지를 더 쏟으시는 것 같았어요. 또, 한 번은 촬영할 때 감정이 안 올라왔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도 제게 괜찮다고 하시면서, 대사도 같이 맞춰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선배님이 저처럼 아역 때부터 연기를 시작하셨잖아요. 저도 계속해서 연기 생활을 하다보면 언젠가 후배가 생길 텐데, 나도 선배처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해요. (웃음)

배우 김현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김현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김혜수·마동석 등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무서운 배우’라고 칭찬한 거 알고 있나요?
김현수: 기사를 통해 봤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저도 촬영하면서 선배님들께 많이 배웠고, 같이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는데 이렇게 칭찬까지 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10. 마동석 선배와는 세 작품이나 같이 하는 거라면서요.
김현수: ‘굿바이 싱글’에 캐스팅되고 선배님이 같이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진짜 신기했어요. 세 번이나 같은 작품을 하기 쉽지 않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마동석 선배님이 정말 재미있는 분인데 ‘더 파이브’나 ‘살인자’는 스릴러 영화다보니까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 많이 안 나왔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많이 볼 수 있었어요.

10. 처음 단지랑 평구가 만나는 신에서 “아저씨 무서운 사람이야”라며 안경 벗고 인상을 쓰는 장면이 생각나요. (웃음)
김현수: 그거 애드리브였어요! 갑자기 그 대사를 하셔서 진짜 당황했거든요. (웃음) 제가재치 있게 받아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워요. 사실 현장에서는 잔뜩 긴장해서 그런지 재미있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관객 분들이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10. 단지는 그 전에 맡았던 역들에 비해선 비중이 많잖아요. 마음가짐도 달랐을 것 같아요.
김현수: 캐릭터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주변에도 물어보고 특히, 감독님하고 얘기를 많이 나눴죠. 그전까지는 감독님과 얘기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아역’을 맡으면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긴 해요. 이번에 캐스팅이 최종 결정 났을 때 정말 좋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었거든요. 그래도 단지 같은 역할은 ‘내 역할’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웃음)

10. ‘굿바이 싱글’ 오디션에 도전했던 이유는 뭔가요?
김현수: 엄마가 ‘도가니’를 하기 전에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제가 연기하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고, 묻혀있었던 진실을 알게 된다고 하셨어요. ‘굿바이 싱글’은 소외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려주고, 그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10. 나중에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들이 있을 것 같아요.
김현수: 일단 다양하게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요. 판타지 드라마도 해보고 싶고, 로맨스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 김현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김현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있나요?
김현수: 시간 날 때마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고 있어요. 전부터 김혜자 선생님 팬이었거든요.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무서울 정도로 연기를 잘하시잖아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시그널’도 틈틈이 보고 있어요. 김혜수 선배님 나오는 거라 보고 있어요. 영화는 ‘어바웃 타임’이랑 ‘비긴 어게인’ 재미있게 봤고요. ‘판의 미로’랑 ‘해리포터’ 시리즈도 좋아해요.

10. 17세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을 때 잖아요. 고민거리들도 많아졌겠어요.
김현수: 연기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어요.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연기자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그리고 이제 고등학생이 됐잖아요. 대학가는 것도 걱정이 돼요.

10. 아무래도 학교를 자주 빠지게 되니까 그 부분에 걱정이 많겠네요.
김현수: 학교를 빠지게 되면 너무 힘들어요. 모르는 게 있으면 언니한테 묻거나 인터넷 강의로 배우는 데 그래도 어렵더라고요. 사실 이번 시험도 어려웠어요. 공부도 공부지만, 학교에 못 가서 친구들이랑 시간을 자주 못 보내는 것도 걱정이에요.

10. 이제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할 텐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김현수: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정말 실제처럼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소름 끼치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 있잖아요. (웃음) 이번 영화를 준비할 때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거든요. 앞으로 연기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여러 가지에 대해 깊게 생각도 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할 생각이에요.

10. 그럼 최근에 어떤 생각들을 주로 했었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김현수: ‘굿바이 싱글’이 잘 돼야 할 텐데… (웃음)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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