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스타캠프 202
배우 정유미 / 사진제공=스타캠프 202
눈앞에서 부모님이 살해당했고, 자신 역시 살해당할 위기에 놓였다. 겨우 목숨을 건진 어린 소녀는 보육원에서 자랐고, 살인자에 복수하고자 검사가 됐다. 배우 정유미가 연기한 채여경의 일생이다. 극한의 감정을 쏟아낸 채여경이 다시 정유미로 돌아왔다.

10. KBS2 ‘마스터국수의 신(이하 국수의 신)’이 종영했다.
정유미: 정신없이 찍었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대본도 급히 나왔고, 모두 밤을 새우며 촬영을 이어갔다. 급히 마무리돼서 그런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고 아쉽다. 특히 마지막 촬영은 (천)정명 오빠와 했는데, 다른 배우들과는 현장에서 인사를 못 했다. 수고했다는 연락만 주고받았다.

10. 권선징악을 기반으로 한 복수극이었다. 김길도(조재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엔딩에 대해서 말이 많았는데.
정유미: 극은 복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님은 세상 물정 모르던 보육원 4인방이 세상에 내던져져 복수를 향해 달리면서, 그것이 정의라고 믿지만 막상 괴물과 맞서 고군분투를 하다 보면 남는 것이 없는 씁쓸한 느낌을 주고 싶어 하셨다. 김길도의 죽음 자체도 그런 의미의 마무리를 원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10.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비교가 많이 된 것도 있다.
정유미: 맞다. 특히 내가 연기한 채여경은 원작에 없는 인물이다. 이미 탄탄하게 완성된 작품을 가져와서 극을 만들면, 오롯이 작품으로서 평가를 받는 것이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에 대한 것을 따라가자니 그냥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 같고, 변형을 시키려고 하면 배반하는 느낌이 드니까.

10. 극중 보육원 4인방과의 호흡은 어땠나?
정유미: 너무 좋았다. 특히 마지막 회 엔딩 장면에서 네 사람이 모여 국수를 먹었는데, 대본에는 ‘맛있게 먹는다’라고 돼있었다. 극중 캐릭터들뿐 아니라 배우들 역시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다. 장난치면서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촬영 중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여담으로, 내가 이에 낀 국수 면발을 빼는 모습까지 잡혔더라.(웃음) 우리끼리는 사이가 좋은데, 캐릭터들이 모두 복수를 위해 흩어져 살다 보니 많이 뭉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래도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 사소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응원해줬다.

10. 선배 조재현과 대적하는 장면도 많았다. 보육원 4인방처럼 마냥 화목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정유미: 왜 사람들이 조재현 선배에게 ‘연기의 신’이라고 부르는지 알았다. 김길도 캐릭터에 조재현 선배 말고 다른 사람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채여경이 김길도를 심문실에 방치해 뒀다가 ‘이제 집에 가셔도 좋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선배가 나를 쳐다보는데,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정말 김길도 그 자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배우들보다 분량이 워낙 많으셔서 고생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눈빛에 집중과 에너지가 있었다. 덕분에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나는 초반보다 후반에 많이 부딪혔는데, 선배가 ‘이러다가 정들겠다’라고 하셨다.(웃음)

10. 외유내강 채여경을 연기했다. 캐릭터를 만들며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정유미: 채여경이 가진 아픔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SBS ‘육룡이 나르샤’ 이후 쉬지 않고 바로 작품을 시작한 이유 역시 그거였다. ‘육룡이 나르샤’의 연희가 미쳐 다 보여주지 못한 아픔을 채여경을 통해 발산하고 싶었다. 그래서 채여경이 가진 아픔, 그 기본에 충실했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사연이나 아픔보다 복수를 향한 움직임만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10. 감정을 많이 쏟아낸 작품이었겠다. 그만큼 몰입을 했으면,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정유미: 체력적으로 힘든 것을 떠나 심적으로 힘이 들었다. 내가 원래 밝은 성격인데 캐릭터에 따라 점점 변해갔다. 연기를 할 때마다 이런 감정들을 떨쳐내려고 빨리 스케줄을 잡는 편이다.

10. 이번 작품 이후에 조금의 휴식기를 갖는다고 들었다.
정유미: 보통 한 작품을 끝내면, 그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나 스스로 연기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차기작을 빨리 시작했었다. 보통 비우고 채워나간다고 하시던데, 나는 비우지 않고 다른 색으로 바꾸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캐릭터를 연이어하게 됐고, 특히 ‘국수의 신’에는 암울하고 힘든 장면이 많았다. 이제는 조금 비워야지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 같다. 그릇을 비우고 재정비해서 다음 작품을 하려고 한다.

10. 어떤 휴식을 보낼 예정인가?
정유미: 해외로 갈 거다. 사실 전작 ‘육룡이 나르샤’ 이후에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다 짜놨었다. 먹방도 찍고 힐링을 하려고 했다. 근데 좋은 작품이 급하게 들어오게 돼서, 환불 수수료를 50%나 물고 다 취소했다. 이번엔 빼도 박도 못하게 해외로 갈 예정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도 따놨는데, 제대로 된 바다를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이제 들어가 보려고 작정하고 있다.(웃음)

10. 만약 당장 놓치기 싫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정유미: (숨도 안 쉬고) 한다.(웃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