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특별전에 출품된 틸리아 테페 금관.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의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특별전에 출품된 틸리아 테페 금관. 연합뉴스
옛 소련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는 1978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박트리아의 틸리아 테페 언덕에서 황금 장신구 수천 점이 포함된 2000여년 전 고분을 발굴했다. 이 중 높이 13㎝, 길이 45㎝의 금관은 화려하고 아름다워 세계 고고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신라 금관과의 유사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백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틸리아 테페 금관과 신라 금관 사이의 관계가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면서도 “틸리아 테페 금관이 신라 금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5일부터 9월3일까지 여는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 특별전에서 틸리아 테페 금관이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백 연구사는 틸리아 테페 금관 양쪽에 있는 세움 장식에 대해 “나뭇가지에 새 두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인데 신라 서봉총 금관과 비슷하다”며 “영락(瓔珞:구슬을 꿰어 제작한 장신구)도 두 금관의 모양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틸리아 테페 금관은 제작 시기가 신라 금관보다 몇백년 빠르고, 여러 부분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이번 전시에는 틸리아 테페 금관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국립박물관 소장품 1400여점이 나온다. 2006년 프랑스 기메박물관을 시작으로 10년간 세계를 돌며 11개국 18개 기관에서 전시된 유물들이다. 전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기원전 2000년께 청동기시대 유적인 ‘테페 푸롤’, 그리스 문화와 관련이 있는 ‘아이 하눔’, 황금 부장품이 쏟아진 ‘틸리아 테페’, 유리와 청동 유물이 다수 확인된 ‘베그람’ 등이다.

백 연구사는 “고대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의 축소판으로, 유물 재질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나타난다”며 “황금은 유목민족, 석조는 그리스, 상아는 인도, 유리는 지중해 문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이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9월27일부터 11월27일까지 열린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