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개봉하는 일본 만화 '공각기동대'의 영화 실사판은 지난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인공인 일본군 소령에 백인인 스칼렛 요한슨이 낙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내 개봉한 영화 '마션'에서도 원작 소설의 한국계 과학자를 백인인 맥킨지 데이비스가 연기한 것을 두고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요즘 할리우드에서는 인종 다양성이 화두다.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화에서 외면받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그렇지 않아도 주요 배역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백인이 아시아인 역할을 차지하면 활동 폭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인 배우인 수현(본명 김수현·31)을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폴로' 시즌2 홍보차 방한한 수현은 민감할 수도 있는 물음에 차분히 답했다.

"오디션을 볼 때 꼭 아시아인 역할에만 지원하지 않아요.

일부러 백인 역할도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오디션을 본 동양인 역을 너무 안 어울리는 백인이 연기하는 걸 보면 황당할 때도 있죠. 기분 좋은 일은 당연히 아니에요.

"

수현은 "저는 오디션 할 때를 비롯해 좀 다르게 접근하려고 한다"면서 "아시아인을 맡더라도 너무 전형적인 역할은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세계에 알린 마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나 '이퀄스', 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 폴로' 등에서 맡았던 캐릭터들은 전형성에서 비켜났다는 게 수현의 설명이다.

"'어벤져스'에서는 감독부터 여성을 능력 있는 존재로 생각했고,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차별하지 않았어요.

굳이 (닥터 조를) 아시아인으로 설정할 필요는 없었음에도 원작과 똑같이 한국인을 캐스팅하기로 마음먹은 것 자체가 좋았어요.

"

일부는 이를 두고 수현이 운이 좋았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수현도 한국에 뿌리를 둔 성장 배경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5살부터 11살까지 아버지 직업 문제로 미국에 거주했으나, 이후에는 한국에서 줄곧 성장했다.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이 있어요.

(할리우드에서는) 한국에 기반을 둔 외국인 배우라고 생각하기에 오히려 득을 본 거죠."
수현은 인종 다양성 확대가 아시아인 배우들에게도 숙제라면서 "이렇게 인종 다양성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많을 때 아시아인들이 더 활발히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