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사냥’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사냥’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총격신도 많은 영화였다. 혹시 ‘암살’에서 총격신을 촬영했던 것이 도움이 좀 됐나.
조진웅: ‘암살’에서 들었던 총하고는 다르다. ‘사냥’의 총은 산을 탈 때 쓰는 엽총이기 때문에 사격장가서 연습했다. 튕겨지는 반동 자체가 다르고 소리도 훨씬 커서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었는데 계속 하다보니 재밌더라. 화약의 범위가 보통 총보다는 거리가 좀 길어서 거리 조절을 충분히 한다고는 했는데 한 테이크에서 예상했던 지점보다 더 멀리 쐈다. 그래서 권율 얼굴에 스크래치가 났다. 권율이 피부도 많이 신경 쓰는데. 팩하고 그러더라. (웃음) 내가 또 괜찮아하고 물어보면 권율이 “괜찮아요. 그런데 피가 나네”라고 답했다. (웃음) 권율이 재간둥이다.

10. 많은 팬들이 생겼다. 지금의 감회가 남다를 텐데.
조진웅: 매뉴얼 같은 대답이지만, ‘책임감이 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최진실 선배를 정말 좋아했다. 우상이었다. 영화도 다 챙겨보게 됐고, 안 본 영화가 없다. 비디오테이프도 빌려서 본 다음에 안 돌려주고. 또 선배가 라디오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녹음 많이 했다. 보통 음악을 녹음해야 하는데 음성까지 다 녹음했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우리들의 천국’에서 서강대가 배경이었는데,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 꿈도 서강대 국문학과에 가는 거였다. ‘서강대 가면 최진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막연함.

나도 팬레터를 받은 적이 있다. ‘저도 배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고 시작하는. 그러면 좀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예쁘게 느껴지는 지 모른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 텐데. 하지만 그 길을 나 같은 사람도 해가고 있는데 귀한 집 자식인 당신이 왜 못하겠냐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좀 더 당당하게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영화 ‘사냥’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사냥’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10. tvN 드라마 ‘안투라지 코리아'(이하 ‘안투라지’)에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은갑’ 역으로 출연한다.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조진웅: 욕도 섹드립도 많고 해서 삐-처리 될 지, 재미있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완전 ‘안투라지’에 빠져있다. 원작 미국드라마는 못 봤지만, 우리 회사 대표가 나한테 했었던 이야기가 연기를 하면서 되게 와 닿았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역할에 떨어졌을 때, 나는 그 현실을 모른다. 대표한테 “혹시 그 작품 뭐 이야기 나온 것 없어요?”하고 물어보면 본인은 내가 탈락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나한테 얘기할 때 내가 인지도도 없고 해서 떨어졌다고 얘기하는 매니저가 어디있겠나. 돌려서 “작품이 별로인 것 같더라” 또는 “그 감독 작품은 전작을 봐도 흥행이 좀 불확실해서” 이렇게 말하는 거다. 그러면서 재빨리 “이런 작품이 있다, 이게 상반기에 난리가 날 작품이다” 이렇게 화제를 전환하는 데, 그게 ‘안투라지’ 대본에 똑같이 써있다.

며칠 뒤에야 내가 안됐다는 걸 알고 다시 대표한테 가서 “제가 부족해서 안 된거죠,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네가 뭐가 부족해! 그런 작품은 너랑 궁합이 안 맞는거야”라고 얘기한다. 내가 ‘안투라지’ 대본을 보면서 왜 대표나 매니저가 우리 집 앞에까지 와서 술을 사주고 그랬었는지 심정이 느껴진다. 배우가 안타까워할 것을 곱절로 생각할 그 심정에 대한 그런 것이 너무 재밌다.

10. ‘안투라지’에 까메오도 굉장히 많이 출연한다.
조진웅: 정말 대표의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웃음) ‘안투라지’ 촬영을 청담동에서 많이 한다. 그러면 내가 괜히 “주변에 또 촬영하는 다른 팀은 없냐”고 물어본다. 다른 팀이 촬영한다는 걸 알게 되면 가서 담당자한테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 얼굴 좋아졌네. ‘안투라지’ 드라마 알지? 요즘 ‘안투라지’에 까메오로 출연하는 게 대세라든데”라고 슥 (섭외 요청을) 흘리는 거다.

‘아가씨’에 같이 출연한 하정우와 김태리도 섭외해서 드라막 9부에서 10부쯤 다다랐을 때 출연시킬까 생각 중이다. 하정우가 ‘신과 함께’를 촬영하느라 정신없어서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은갑 대표로서는 미안하지만. (웃음)

이렇게 연기하고 섭외도 하고 하다 보니, 감독들이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줬을 때 거절했을 때 받았던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 시나리오를 줬는데 결국 못한다 그러면 ‘왜 안하지?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어지는 거다. (웃음) 내가 실제로 섭외를 해보니까, 거절 당하면 ‘와. 내가 잘못 살았나’ 싶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 자신이 작품을 할 때도 제대로 해야겠고 거절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배우들에게 작품 섭외가 몰려서 들어올 때 “이번주까지 결정해야하는 작품이 뭐가 이렇게 많냐”고 투덜거리는 내용도 ‘안투라지’ 대본에 나온다. 사실은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건데, 그게 일상이 돼 버리면 그 행복을 잊게 된다. 이렇게 세세한 것들이 다 대본에 나오니 내가 더 빠지게 되고 재미있다.

10. ‘윤갑’ 역을 탐냈던 배우들도 많았다고 들었다. 낙점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조진웅: 나로 최종 결정이 된 건 감독하고 작가의 몫이라 잘 모르겠다. (잠시 고민하다가) 아마도 가성비? (웃음) 어쨌든 나로 결정되고 나서 맨 처음 대본을 읽어봤을 때는 실제로 관계된 회사의 느낌만 나올 뿐, 이름이 제대로 거론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면 아무 의미 없는 것 같고 시청자들에게 신랄하게 보여줘야 된다고 의견도 내서 밀어붙였던 것도 있다.

10. ‘사냥’이 개봉 첫날 예매율 1위로 시작했다.
조진웅: 예매율 1위로 출발한 것은 좋은 일이다. 향후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인 것은 맞다. 다만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영화 ‘끝까지 간다’를 개봉했을 때, ‘엣지 오브 투모로우’, ‘말레피센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가 줄줄이 개봉했었다. 그렇게 몰아치는데 ‘끝까지 간다’가 2위로 계속 같이 싸운 거다. 나는 그 할리우드 영화들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10. ‘시그널’이 끝나고서야 신혼 여행을 갔다고 했는데.
조진웅: 신혼 여행은 3년 전에 하와이로 다녀왔다. 그 때 너무 좋아서 매년 기념일마다 다녀오자고 한 거다. ‘시그널’ 끝나고 다녀온 여행은 작품이 끝나고 다녀온 첫 여행인 거다. 다녀오고 보니 비우는 작업도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웬만하면 촬영을 마친 후에는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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