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업 대표 "한중 합작영화의 흥행 공식은 현지화"
“중국 영화시장에 맞도록 원작을 35%가량 고쳤어요. 중국시장에서는 스타파워가 특히 중요해서 악역에도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고 개인사를 강화했습니다. 공안(경찰)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경찰의 역할도 주도적으로 바꿨고요.”

윤창업 문와쳐 대표(사진)는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KOFIC(영화진흥위원회) 글로벌포럼에서 한·중 합작영화 사상 두 번째 흥행 기록을 세운 ‘나는 증인이다’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증인이다’는 윤 대표가 만든 한국영화 ‘블라인드’를 리메이크한 작품. 지난해 10월30일 중국에서 개봉해 관람료 매출 2억1500만위안(약 387억원)을 기록했다.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20세여 다시 한 번’(3억6500만위안)에 이은 흥행 수익이다.

‘나는 증인이다’에는 순제작비 67억원과 배급 마케팅비 57억원 등 124억원의 총제작비가 투입됐다. 관람료 매출에서 극장 몫 57%(220억원)와 수수료, 총제작비 등을 빼면 순이익은 몇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인터넷 판매와 간접광고, 수출 등에서 80억~90억원 정도 수익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 제작자로서 윤 대표의 지분은 20% 이상이다.

“인터넷포털 선판매가 45억~50억원 정도입니다. 간접광고도 5개 이상 받았습니다. 중국산 화장품과 가전제품, 휴대폰, 헤드폰, 중국 구인구직 사이트 등이 제작 단계에서 간접광고를 했습니다. 일부 국가에 수출도 했고요.”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2011년 개봉한 ‘블라인드’는 김하늘과 유승호가 주연으로 나서 시각장애인 여성이 연쇄살인범을 잡는 내용으로 관객 237만명을 모았다. 윤 대표는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중국에서 20대 최고 스타인 양미와 루한(전 엑소 멤버)을 캐스팅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여성 역은 한국에서 김하늘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만큼 여배우가 탐낼 만한 배역이었다. 루한은 고교생 역이라 영화 데뷔작으로 부담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무명 배우가 맡은 살인범 역에도 연기파 배우 주야원을 캐스팅해 원작에 없던 범인의 개인사도 충분히 넣었다는 설명이다.

“원작에서는 힘없는 말단 형사를 등장시켰지만 여기서는 경찰 간부가 직접 수사하는 설정으로 바꿨습니다. 공안 심의를 위해서지요. 중국에서는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하거든요. 원작에서는 경찰이 범인에게 희생되지만 중국에서는 쉽게 죽어서는 안 됩니다. 경찰이 무능하면 안 되거든요. 이 때문에 연쇄살인범이라고 표현해도 안 되죠. 가수 출신 루한을 등장시킨 만큼 음악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고, 노래도 부르는 설정으로 바꿨어요.”

서강대에서 경영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2001년부터 충무로에서 ‘마음이’ ‘두 얼굴의 여친’ 등을 기획 프로듀싱한 뒤 문와쳐 창립작으로 ‘블라인드’를 제작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