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와 살인범을 추적하는 이야기 중 어떤 게 시청자를 더 끌어모을까. 일단 초반은 전자의 우세다. 지난 20일 병원을 배경으로 한 월화 드라마 두 편이 동시에 방영을 시작했다. SBS의 ‘닥터스’와 KBS의 ‘뷰티풀 마인드’다. 둘 다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정통 메디컬 드라마는 아니다. 각각 장르적 특징이 분명해 정반대 분위기를 풍긴다.

병원 드라마, 멜로 코미디냐 수사 스릴러냐
닥터스는 사제지간에서 직장 선후배가 된 홍지홍(김래원 분)과 유혜정(박신혜 분)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 가정불화로 방황하던 불량 청소년 혜정은 시골로 전학을 가고, 의대 졸업 후 잠시 지역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지홍을 만난다. 혜정은 지홍의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몇 년 뒤 둘은 같은 병원에서 의사 선후배로 재회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극의 주를 이룬다. “나를 이렇게 거칠게 대하는 여자는 처음이야. 매력 있다. 우리 사귀자” 등 뻔하고 낯간지러운 대사도 종종 나온다. 투닥거리던 둘의 관계는 2회에서 급진전한다. 둘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비를 피하며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도 한다.

병원 드라마, 멜로 코미디냐 수사 스릴러냐
뷰티풀마인드는 수사 스릴러다. ‘달달한’ 커플은 찾아볼 수 없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져 공감 능력이 없는 신경외과 의사 이영오(장혁 분)가 주인공이다.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환자들이 연이어 수상한 죽음을 맞는다. 영도는 순경 계진성(박소담)과 우연히 얽혀 함께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극은 시종일관 차갑고 건조한 분위기다. 이영오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의사가 아니다. 타고 있던 비행기 안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자 “여긴 병원이 아닌데 내가 왜 그 환자를 돌봐야 하는가”라고 대꾸하고, 병원에 교통사고 피해자가 실려왔을 때도 “확률상 죽을 것이 분명하다”며 수술하지 않으려 한다.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하기 어려운 극단적 설정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역으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열혈 순경 진성을 내세웠다. 두 주인공 간 성격 차이가 극을 끌고 가지만 장혁에 비해 어색한 박소담의 연기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지금까지 3회씩 방영한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대조적이다. 지난 27일 방영한 닥터스의 시청률은 14.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4.7%를 기록하는 데 그친 뷰티풀마인드에 비해 크게 앞섰다.

케이블방송사의 한 PD는 “방황하던 이의 성장 이야기와 로맨틱 코미디는 한국 드라마의 오랜 흥행 요소인 반면 인격장애자가 나오는 수사물은 시청자에게 생경한 느낌을 준다”며 “닥터스가 친숙한 설정으로 초반 시청률을 잡았지만 작품 전개에 따라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