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깨세요"…노희경과 조인성이 말하는 몸과 마음의 아픔
아픔 공유하고 정면승부하면서 모두 더불어 사는 세상 모색
'괜찮아 사랑이야' '디마프', 사회적 약자들 정면으로 조명
"우리 삼촌 사고로 누워만 있다 7년 만에 앉았고 이제 목발 짚고 걸어.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말고 운동해야 해. 장애인은 절대 안 된다는 우리 엄마에게 '엄마, 연하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게."

과연 완(고현정 분)과 연하(조인성)의 사랑은 이뤄질까.

노희경 작가가 장애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함께 이야기해 보자고 시청자의 손을 잡아끈다.

186㎝-76㎏에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톱스타 조인성(35)이 노 작가의 메신저가 됐으니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야 안 가질 수가 없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캐릭터를 연기하는 조인성의 모습에 시청자는 집중하고, 덕분에 노 작가가 던진 화두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낳고 있다.

말하기는 쉽다.

장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이야기이며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누구도 당사자가 돼보지 않으면 장애에 대해 알기도, 관심을 가지기도 힘들다.

그 어려운 것을 노 작가가 조인성과 함께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 "세상 남자 다 돼도 유부남하고 장애인은 절대로 안돼!"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난희(고두심)는 외동딸 완(고현정)에게 생각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시집 안 간 딸의 상대로 유부남이 절대로 안 되는 것처럼 장애인도 안 될 말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한다.

그런데 난희에게는 장애인 남동생 인봉(김정환)이 있다.

성인이 된 후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된 인봉을 옆에서 바라보며 난희가 속을 끓인 시간이 '장애인 불가'라는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했다.

문제는 완이 사랑하는 남자가 바로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라는 것. 모든 면에서 너무 잘났고, 심지어 노처녀인 딸보다 나이가 어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희가 가장 바라던 사윗감 연하(조인성)가 그 주인공이다.

연하가 사고로 휠체어 신세가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난희는 충격을 받지만 "그래도 장애인은 안돼"라고 강조한다.

그런 난희의 동생 인봉이 농촌에 온 다문화 처녀에게 장가를 가겠다며 난희에게 2천만원을 달라고 한다.

말리는 누나에게 "장애인은 사랑도 하면 안 돼?"라고 소리를 지른다.

딸과 동생 문제로 난희의 심경은 복잡해지고, 시청자도 더불어 안타까워진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배종병 CP는 "노희경 작가님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편견에 사로잡혀있는데 노 작가님은 그런 생각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배 CP는 "장애인 가족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시청자들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것"이라며 "불편하다고 피하지 말고 아픔을 공유하고 정면승부하면서 우리가 다 같이 어울려 사는 방법을 알아보자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편견을 깨는 게 드라마의 주제이고 핵심"

노희경 작가는 앞서 2014년에는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다뤘다.

조인성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스타 소설가 역을 맡아 조현병을 온몸으로 연기했다.

이 드라마는 또한 투렛 증후군(틱 장애)을 앓는 청년을 이광수가, 섹스 기피증을 앓는 정신과 의사를 공효진이 각각 연기하면서 여러 마음의 병을 다뤘다.

쟁쟁한 스타들이 모두 마음의 병을 심도 있게 연기해내며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었다.

당시 노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사회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정신병자'라고 쉽게 부르면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편견으로 다시 폭력을 가한다"면서 "그 편견을 깨는 것이 드라마의 주제이고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픈 사람과 범죄자를 구분하고 아픈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작가로서 제가 할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마지막에 조현병으로 고통받던 장재열(조인성 분)이 병을 이겨내고 연인 지해수(공효진)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동화 같은 결말로 마무리됐다.

결국은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남았다.

그러한 메시지가 다소 허황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세상만사 편견을 깨고 역지사지하는 행위가 결국은 사랑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장애인이나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들 모두 현실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드라마가 현실 이야기를 팽개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문제를 숨기기만 할 게 아니라 밖으로 끄집어내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자는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드라마를 통해 사회적인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에 일침을 가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