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황혼찬가 '디어 마이 프렌즈', 청춘과 통하다
방송가에서 보기 드물게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인기몰이가 심상찮다. 지난달 13일 오후 8시30분 첫 방송을 내보낸 이래 줄곧 평균 4~5%(닐슨코리아 기준)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케이블방송 1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이 시대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 드라마는 “살아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꼰대’들과, 꼰대라면 질색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이의 유쾌한 인생 찬가를 담아낸다.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정형화된 이미지 탈피…꼰대들 매력폭발

유쾌한 황혼찬가 '디어 마이 프렌즈', 청춘과 통하다
조역으로 출연하던 노인들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그들은 정형화된 누군가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황혼에도 새로운 사랑과 삶을 추구한다. 인물들의 개성과 매력은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홀로서기에 나선 4차원 소녀 감성의 김혜자, 독재자 남편 신구의 굴레를 벗고 세계일주를 꿈꾸는 나문희, 딸만 바라보며 억척스레 살아온 고두심, 왕년의 스타 배우 박원숙, 아직도 질투심을 표출하는 65세 노처녀 윤여정, 다시 사랑을 꿈꾸는 로맨티스트 주현, 씩씩하고 발랄한 할머니 김영옥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풍성한 사연을 빚어낸다.

이들의 말과 행동은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 남편의 구박 속에서도 세계여행의 꿈을 키우고, 새로 찾아온 사랑에 가슴이 설렌다. 꼰대라면 스스로도 질색한다. 노인들의 우정은 젊은이들의 그것보다 더욱 깊고 향기롭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대사처럼 노인들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뒤집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콘텐츠 속에서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의 주변 인물로 상투적인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쓰였지만 이 작품은 어르신들을 중심에 세워두고 진지하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로 세대초월 공감

유쾌한 황혼찬가 '디어 마이 프렌즈', 청춘과 통하다
시니어들의 에피소드가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와 울림이 크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버지의 큰 사랑을 보여주고, 늘 곁에서 시중을 들어주는 존재라고만 여겼던 어머니가 누군가의 귀한 딸임을 새삼 상기시킨다. 친구 같은 딸을 원하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딸의 충돌은 우리네 애증 어린 모녀 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젊은이의 눈으로 어른들을 보는 구성도 이 드라마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한층 가까이 다가오도록 한몫했다. 이 드라마는 고현정이 분한 박완 작가의 시선으로 노인들을 들여다보는 구조다. 그는 “요즘 누가 꼰대들 이야기를 돈 내고 읽어? 지들 부모 얘기에도 관심 없어”라고 어른들을 향한 독설을 내뱉는다. 하지만 어른들에 대해 관심이 커지면서 변화한다. 영정 사진을 즐겁게 찍는 어른들의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자신의 경솔함을 반성하고 엄마와 엄마 동문들의 이야기를 집필하기로 결심한다.

드라마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디어 마이 프렌즈’의 시청 포인트는 ‘관찰’”이라며 “첨가물을 넣지 않고, 젊은 시청자들이 그들의 삶을 찬찬히 관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취재해본 결과 대부분 꼰대, 불편, 뻔뻔, 생색, 구질구질함 등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는데, 어른들에 대한 정보와 관찰의 부재 또는 부족이 불통을 가져온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