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 그의 천재성과 완벽함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곡이 있다. 1741년 작곡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이 곡은 건반악기 독주곡 중 가장 긴 작품으로 꼽힌다. 연주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곡을 연주하는 데 대부분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이 긴 시간 동안 처음 나오는 아리아가 30번 변주돼 절묘하게 이어진다. 바흐의 모든 작곡 기교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돼 그의 최고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연주자들에게도 음악 인생의 숙제로 남는다.
타로·임동혁, '골드베르크 변주곡' 8일 맞대결
이 곡을 두 명의 스타 피아니스트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다른 무대에서 연주한다. 알렉상드르 타로(48)와 임동혁(32)이다. 오는 8일 오후 8시 타로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임동혁은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타로 “상당한 집중력과 기교 필요”

4년 만에 방한하는 타로는 섬세한 연주와 다채로운 음색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그는 무대에서 바흐뿐 아니라 스카를라티, 라모, 쿠프랭 등 다양한 바로크 음악가 작품을 선보였다. 타로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에베레스트’에 비유한다. 그는 “이 곡은 원래 피아노가 상용화되기 이전인 바로크 시대에 2단 건반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도록 쓰였다”며 “따라서 1단 건반인 피아노로 연주해야 하는 현대 피아니스트에게는 상당한 집중력과 기교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타로는 2011년 연주활동 안식 기간인 9개월 동안 이 곡만 연습하며 음 하나하나를 연구했다. 그는 “고고학자처럼 알려지지 않은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며 “단 한 마디를 위해 다섯 시간 이상 몰두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발매한 타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미국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2015 최고의 음반’ 중 하나로 선정됐다.

그는 “어떤 것도 숨길 수 없어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곡”이라며 “이번 무대에서도 겸손해지고 스스로 곡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흐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그는 “힘들 때마다 바흐로 돌아간다”며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면 다시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이 생긴다”고 했다.

◆임동혁 “70분 대장정, 끝까지 집중”

2005년 쇼팽 콩쿠르 3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쇼팽 음반도 낸 임동혁은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을 내는 등 바흐 음악도 즐겨 연주한다. 임동혁은 “약 70분에 달하는 긴 연주 시간 동안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도 끝까지 집중할 수 있도록 길지만 짧은 곡으로 느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월이 지날수록 이 작품이 까다로운 곡이란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했다. 임동혁은 “바흐는 수학적으로 계산한 듯 엄격한 형식의 틀을 지키다가 마지막 부분에 그 모든 규칙을 한번에 무너뜨린다”며 “이전에 많이 연주해봤기 때문에 부담을 별로 못 느꼈는데 연습하면 할수록 미처 모르던 부분이 많아 어려운 곡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만큼 기념비적인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길고 훌륭한 곡을 완주하는 건 음악 인생에 큰 의미가 될 것”이라며 “철저히 준비해 완벽하게 소화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임동혁은 8일 서울 공연에 이어 11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도 이 곡을 연주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