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가 주연한 ‘연애의 발동-상해여자, 부산남자’의 한 장면.
지진희가 주연한 ‘연애의 발동-상해여자, 부산남자’의 한 장면.
“중국어 연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대사가 없으면 감정 전달이 더 쉬웠을 거예요. 중국어를 배워보니 상상도 못한 성조들이 있더군요. 나름대로는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중국인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2일 개봉하는 한·중 합작영화 ‘연애의 발동-상해 여자, 부산 남자’(감독 김태균)에서 주연한 지진희의 말이다. 중국 자본과 기획으로 제작한 이 작품에서는 ‘화산고’ 등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과 원더걸스 멤버 우혜림이 중국 출연진과 함께 작업했다. 중국 점성가 얼샨(대만 배우 천이한 분)이 궁합이 맞지 않는 남동생 이펑(중국 배우 천쉐둥 분)과 한국 여성 재희(우혜림 분)의 결혼을 말리려고 한국으로 와서 재희 아빠 준호(지진희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생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주제를 보여주는 이 작품의 후반부에선 지진희가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부각된다.

“극중 가벼운 중국어 대사 몇 개를 빼고는 대부분 더빙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뛰어나 티가 별로 안 나더군요.”

매력적인 중년 역인 지진희는 극중 천이한과 종리티(전 부인 역) 등 두 여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서 흥미로웠다고 했다.

“천이한은 귀엽고 청순하고 재미있는 배우였습니다. 광고계 출신인 저처럼 연기를 전공하지는 않았어요. 연기를 시작하면서 겪은 고통과 노력을 들어보니 공감이 가더군요. 겉으로 보이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정통 멜로를 찍어도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죠.”

종리티에 대해서는 동양인임에도 서양인 같았다고 했다. 현장에서 행동과 사고를 보면 동서양의 매력적인 부분을 잘 섞어놓은 듯한, 묘한 매력이 넘쳤다는 설명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영화를 찍어보니까 나라마다 연기와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시각 자체가 다른 부분이 있더군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확 와 닿을 때도 있었어요. 외국인과 일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김 감독도 중국 배우들과 함께 한 작품을 연출한 소감을 밝혔다. “감독으로서 영화를 제작한다는 건 어디서든 비슷합니다. 다른 나라 배우들과 작업해보니 언어가 다른 데서 긴장이 생기는데, 그 긴장이 풀어지면서 친밀함이 형성되는 게 즐거웠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