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스마트폰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손안의 TV’를 갖게 됐다. 모바일로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반응을 적어 올릴 수 있다. 요즘 방송가는 이런 흐름을 예능 프로그램에 접목했다. 온라인 생중계 방송을 먼저 내보내 시청자의 즉각적인 의견을 받고, 편집된 내용은 약 3~5일의 시차를 두고 TV로 내보내는 예능프로그램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MBC의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예능 프로그램에 인터넷 생중계를 도입한 첫 주자다. 지난해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호평받은 뒤 같은 해 4월 방영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본방송 시간은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15분, 온라인 생방송은 그보다 약 1주일 앞선 일요일 저녁 7시30분이다. 연예인 또는 각 분야 유명인이 요리, 운동, 미용 등 자신만의 개성 있는 콘텐츠를 1인 방송 형식으로 선보이고, 회마다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사람을 가린다.
KBS ‘어서옵SHOW’(왼쪽)와 SBS ‘스타꿀방대첩 좋아요’.
KBS ‘어서옵SHOW’(왼쪽)와 SBS ‘스타꿀방대첩 좋아요’.
KBS는 지난 6일부터 ‘어서옵SHOW’ TV 방영을 시작했다. 온라인 방송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4일 첫선을 보였다. 인터넷 홈쇼핑 방식을 빌려 시청자의 실시간 반응을 이끈다. 이서진 노홍철 김종국이 ‘재품(재능상품)’을 소개하는 쇼호스트다. 이들은 각각 운동선수, 예술인, 과학자 등 각계각층 유명인의 재능을 홍보하며 온라인 판매에 나선다. 인터넷 생방송 시청자와 TV 본방송 시청자의 문자 투표수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리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유명인은 자신이 선택한 곳에 재능과 방송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식이다.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생방송은 2주 간격으로 3시간 동안 방영된다. TV에는 이를 1시간25분 분량으로 편집한 내용이 나간다. 서로 내용이 지나치게 겹치지 않도록 이원화 방식을 택했다. 인터넷 방영분은 각 쇼호스트의 재능 홍보 방송만 보여준다. TV 방송분은 이들의 홍보 영상 준비 과정과 뒷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SBS의 ‘스타꿀방대첩 좋아요’도 비슷한 형식의 기부금 경합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2일의 온라인 생중계 영상을 편집해 약 한 달 뒤인 지난 20일 TV로 처음 방영했다. 스타들이 PD가 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온라인 시청자의 추천 수에 비례해 기부금이 배정되는 식이다. 분배된 돈은 스타들이 미리 지정한 곳에 기부된다.

온라인 생방송 형식을 통하면 다양한 내용을 동시에 다뤄 다양한 시청자의 취향을 맞추기 좋다. 한 프로그램으로도 여러 채널을 통해 각기 다른 영상을 내보낼 수 있어서다. ‘스타꿀방대첩 좋아요’는 첫 회에 반려견, 게임, 싱글족, 육아, 미용 등 5개 주제를 한 번에 다뤘다. 방송인 최여진이 동물 전문가와 함께 반려견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는 동안 코미디언 정준하가 싱글족을 위한 ‘혼밥(혼자 밥 먹기)’ 몰래카메라 영상을 송출하는 식이다.

화제를 잡기도 쉽다. 온라인으로 내용이 먼저 노출돼도 본방송 시청률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같은 시간에 5~6개 영상이 동시에 송출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는 가장 관심 있는 채널 하나를 보고, 전체 편집본은 본방송으로 시청한다. 지상파 방송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실시간 방송이 입소문을 모아 본방송 시청률을 높이기도 한다.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것도 장점이다. 온라인 방송에 달리는 댓글과 추천 투표 등을 통해서다. 방송인은 시청자의 실시간 반응을 보며 방송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 시청자로선 방송인과 댓글을 통해 농담을 주고받는 등 방송에 참여한다는 새로운 재미가 있다. ‘어서옵SHOW’ 온라인 방송 첫 회에서 생일을 앞두고 있던 김종국은 축하인사를 건네는 시청자들과 환담을 나눴다. 이서진은 ‘내용이 심심하다’는 댓글 반응을 보고 즉석에서 안정환과 팔씨름을 선보이며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실시간 방송에 따르는 위험도 있다. ‘어서옵SHOW’ 온라인 생중계 첫 회에선 방송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걸그룹 I.O.I의 축하 무대에선 갑자기 스튜디오의 모든 조명이 꺼지는 바람에 어두운 화면만 송출됐다.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 시연 때는 출연자가 실수로 비상 스위치를 눌러 로봇이 주저앉아 버린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편집을 거쳤다면 매끄럽게 다듬어졌을 대목이다.

출연자의 즉흥적인 행동이 논란을 사기도 한다. 지난 2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안무가 배윤정은 1인 방송에서 춤을 가르치다 비속어와 욕설을 쏟아내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올초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장면도 본방송에서는 편집돼 송출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생중계 영상으로 나간 것이 중국과 대만에까지 알려져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케이블방송사의 한 PD는 “온라인이 TV와는 별개인 방송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 프로그램이 온라인과 TV에서 서로 다른 재미를 주는 ‘원 소스 멀티유즈’ 방식의 방송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