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영화상영관 없는 곳 80여곳…작은 영화관 문 열자 '흥행 열풍'

영화 '곡성(哭聲)'의 흥행과 호응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곡성(谷城) 장미축제 현장에서 지난 25일 영화 예매권을 나눠주는 행사가 진행됐다.

영화 곡성과 곡성군이 함께 상생하자는 의미로 축제 현장을 찾아 '인증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영화 예매권이 나눠줬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곡성에서는 정작 영화 곡성을 볼 수 없다.

영화상영관이 한 곳도 없는 탓이다.

곡성 주민들이 개봉 보름여만에 관람객 500만을 돌파한 영화 곡성을 보기 위해서는 곡성이라는 지역명처럼 '깊은 골짜기와 높은 산'을 넘어 주변 대도시로 마실 나가야 한다.

상설영화관이 없는 지역 실정을 고려해 곡성군은 문화센터에서 DVD 출시 6개월이 지난 작품이나 애니메이션을 무료상영하고 있지만 문화적 갈증을 달래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명량'(1천761만명)의 촬영지 전남 진도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2014년 개봉 12일만에 역대 최단기간 1천만관객을 돌파했지만, 진도군 주민들은 영화상영관이 단 한 곳도 없는 지역 실정 탓에 약 한 달 뒤에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진도군은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영사기를 문화회관에 설치해 단 하루 두 차례 영화를 상영해 지역민의 아쉬움을 달랬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곡성·진도처럼 영화상영관이 한 곳도 없는 전국 기초지자체는 전국 81곳(2015년 말 기준)이다.

영화상영관이 없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들은 문화관광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역발전전략'(2013년)에 따라 '작은 영화관' 건립에 나섰다.

2010년 개관한 전북 장수군 '한누리시네마'를 롤모델로 삼아 사업 추진 2년여만에 전북 임실, 강원 홍천, 인천 강화, 전남 장흥, 경남 남해, 경북 영양 등 21곳에 작은 영화관이 둥지를 튼 것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추가로 22곳이 작은 영화관 개관을 앞두고 있고, 작은 영화관 사업과 별도로 각 기초지자체와 민간기구들이 마을극장을 건립하고 있다.

내 마을에 생긴 영화관에 대한 농촌·산골·어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인구 2만7천여 명에 불과한 우리나라 최북단 초미니 산골 마을인 화천군의 작은 영화관 관람객은 2014년 두 곳의 작은 영화관을 건립한 이후 어느새 10만 명을 넘어섰다.

화천군 주민 1인당 평균 3.4회 관람한 셈이다.

여세를 몰아 화천군은 오는 6월 상서면에 100석 규모의 영화관을 추가로 개관, 전국 최초로 작은 영화관 3곳을 운영한다.

지난해 말 개관한 평창시네마에는 개관 이후 유치원생, 마을 친목회, 노인회 등의 관람 열풍이 일었다.

불과 97석의 영화관에 극장이 자리 잡은 용평면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한 달 평균 6천여명의 찾는다.

올해 1월 문을 연 충남 1호 작은 영화관 서천군 기벌포영화관이 개관 52일만에 누적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했고 경북 고령의 작은 영화관은 2개월만에, 전남 나주의 작은 영화관은 4개월만에 1만 관객의 고지를 넘었다.

군립도서관에 영화관을 마련한 충북 증평군은 책 한 권 기증하면 무료로 영화를 보여주는 '북(book)적 북(book)적 작은 영화관'을 운영해 장서도 늘리고 주민들에게 문화의 기회를 보장하는 일거양득 정책을 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올해와 내년 작은 영화관 추가 설립 계획을 수립 중이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억원을 지자체와 매칭 형태로 지원하지만, 영화관 신설과 운영은 지자체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