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수목극 '딴따라' 주인공 지성 "딴따라 세상 다 까발려 보여드립니다"
“인터뷰 자리는 제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 조금 불편하네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대신 매니저로서 밴드를 뒤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에요. 하하.”

SBS수목극 '딴따라' 주인공 지성 "딴따라 세상 다 까발려 보여드립니다"
경기 고양 SBS일산제작센터에서 만난 배우 지성은 카메라 세례를 받는 스타가 아니라 뒤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매니저 역할에 익숙해진 듯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방영을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에서 밴드 매니저 신석호 역을 맡고 있다. 유명 아이돌 그룹 프로듀서 출신으로 신생 기획사를 차려 밴드 ‘딴따라’를 키워내는 인물이다. 지성은 “신석호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는 주로 ‘딴따라’가 데뷔하고 활동하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그립니다. 이를 신석호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것이죠. 신석호의 성공이 아니라 밴드의 성공이 관건이죠.”

극중 신석호는 유능한 매니저다. 공연을 앞두고 긴장하는 소속 가수에게 “크게 되려면 마음을 크게 잡아야 한다”며 “마음을 워밍업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밑에서 매니저 일을 배우는 그린(혜리 분)이 잘못하면 호되게 다그친다. 주로 후배 연기자들과 함께하는 실제 촬영 현장에선 어떨까.

“진짜 잔소리하는 매니저가 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형 입장에서 도와주고 싶어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게 되거든요. 반대로 후배들과 호흡하며 배우는 것도 많아요.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를 받으며 즐겁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지성은 “드라마를 통해 어두운 상황에서도 밝은 미래를 가꾸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우연히 대형 기획사의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고, 누명을 써 전과자가 되는 밴드 멤버인 하늘(강민혁 분)이 그런 예다. 하늘은 포기하지 않고 가수의 꿈을 이루려 노력한다. “하늘이는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라다 악의 무리 때문에 인생이 짓밟혔습니다. 하늘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어른인 내가 모자라고 세상이 모자라서 너희가 힘든 거야’라는 위로가 즉흥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신석호도 비슷하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KTOP에서 승승장구하며 안하무인으로 살았지만 새로 설립한 기획사에서는 온갖 어려움에 직면한다. 아마추어 음악가들을 가까스로 모아 데뷔시켰지만, KTOP의 방해 공작에 시달린다. 밴드가 음악방송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신석호는 담당 PD를 찾아가 무릎 꿇고 출연을 부탁한다.

“주변 사람들이 ‘예전과 상황이 역전됐다’며 자신을 비웃지만 신석호는 개의치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딴따라’ 같은 세상에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신석호란 인물을 통해 공감과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지난해 아내인 배우 이보영과의 사이에서 딸을 얻은 지성은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던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보니 책임감이 생겼어요. 아이들이 밝게 살아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거창한 생각도 하게 되고요. 단순히 높은 시청률이나 인기를 얻는 것보다 희망과 따뜻함을 주는 드라마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12일 방송분은 전국 시청률 8.6%(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이 드라마가 지난달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기대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성은 “초반엔 ‘태후’ 효과를 내심 기대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태후가 끝나고 사라진 시청자들에게 서운한 적도 있었죠. 함께 출연하는 동생들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의기소침하지 않고 힘내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지지부진한 시청률에 혜리가 ‘응팔의 저주’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케이블채널 tvN의 ‘응답하라’ 연작에 출연해 인기를 끈 배우들의 차기작은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징크스다. 혜리는 올초 종영한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 역을 맡았다. 지성은 “저주를 꼭 풀어서 ‘딴따라’가 혜리의 인생에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