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녀의 매력?…'옥중화',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20% 돌파
MBC가 창사 55주년 기념으로 방영 중인 주말 사극 ‘옥중화’(연출 이병훈·최정규, 극본 최완규)가 장안의 화제다. 지난달 30일 17.3%(TNMS,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로 첫발을 뗀 이래 2회에는 20.1%를 기록했다. 단 2회 만에 20%를 돌파한 것은 흥행 사극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옥중화의 초반부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흥행 마술사’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

옥중화는 방송 전부터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와 ‘흥행 대본의 대가’로 불리는 최완규 작가가 16년 만에 재결합한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65.6%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한 ‘허준’에 이어 ‘상도’까지 만든 두 주역이 다시 뭉친 것이다. 이 PD는 최고 시청률 55.5%의 ‘대장금’을 비롯해 ‘이산’ ‘동이’ ‘마의’ 등을 연출하며 사극의 대중화를 주도했다. 최 작가는 ‘야망의 전설’ ‘올인’에 이어 ‘주몽’으로 최고 시청률 51.9%를 찍으며 흥행의 문법을 새로 썼다.

옥중화는 대장금과 동이를 잇는 여성 성공 사극 3부작의 대단원에 해당한다. 이야기의 구성도 비슷하다. 엄마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어린 딸이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성공한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꿈을 성취하는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앞선 두 사극의 성공 공식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역사적 고증에 입각한 새로운 소재 발굴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긴장감 유지 △화려한 색감이 넘치는 화면 △참신한 분위기의 여주인공 발굴 등이다.

○전옥서라는 신선한 소재와 인간 승리 드라마

그동안 방송 드라마에서 감옥은 잠시 스쳐 가는 장소에 불과했다. 그러나 옥중화는 ‘전옥서’라는 조선시대의 감옥을 전면에 내세웠다. MBC는 ‘용인 대장금 파크’에 9900㎡ 규모로 전옥서 오픈세트를 지었다. 원옥의 형태로 담이 둥글게 쌓여 있었다는 기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극중 전옥서는 사극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거대한 둥근 한옥 형태다. 화려한 색감과 모양으로 볼거리를 준다. MBC는 세도가 윤원형(정준호 분)의 사가, 가공의 스파이 박태수(전광렬 분)가 20여년간 수감된 지하 감옥까지 오픈 세트를 지었다. 세트장은 단순한 촬영용이 아니라 관람용으로 손색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게 지어졌다.

주인공 ‘옥녀’는 이 전옥서에서 나고 자란 아이다. 감옥을 드나드는 속세의 온갖 잡놈과 기인들로부터 세상을 배우며 지식과 지혜를 쌓는다. 어린 옥녀는 수감자인 토정 이지함으로부터 사람의 운세를 배워 주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 당대 최고 권세가 윤원형에게는 나쁜 운에 대해 감추고, 좋은 운세만 얘기해주는 영특함까지 보여준다. 박태수로부터는 세상의 이치와 함께 칼 쓰는 법까지 배운다.

어린 옥녀 역의 정다빈이 당돌한 연기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뒤 성인 옥녀 역 진세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장금의 이영애, 동이의 한효주에 이어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극중 옥녀는 핍박받는 사람들을 보며 오늘날의 변호사에 해당하는 ‘외지부’로 활동한다. 외지부도 새로운 소재다. 감옥이라는 가장 저열한 곳에서 최고의 지식을 배워 성장해 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때리기에 충분하다. 상상을 뛰어넘는 에피소드가 놀라움과 감동을 전해준다. 조선시대라는 설정이 오히려 상상의 넓이를 확대해 줬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