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성현 기자 ] 어린이날? 적어도 장충벌 인근은 '아이오아이(I.O.I)의 날'이었다. 지난 5일에아이오아이는 데뷔 쇼케이스를 치렀다. 신인 걸그룹의 쇼케이스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열기였다. 수많은 팬들과 취재진은 그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광고업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아는 형님', 'SNL7', '어서옵SHOW' 등의 방송에 얼굴을 비추며 신인답지 않게 분량을 챙기기도 했다.

엿새가 흐른 지난 11일. '국민 프로듀서'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바로 멤버 정채연이 소속된 걸그룹 다이아에 합류한다는 것.

팬들은 분노했고, 다이아의 소속사인 MBK엔터테인먼트(이하 MBK)는 진화에 나섰다. MBK는 아이오아이의 소속사인 YMC엔터테인먼트(이하 YMC)와 조율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아이오아이 활동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다이아의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틀린 부분은 어디 한 곳도 없다. 11명의 멤버 모두 각자 소속사의 연습생 신분이다. 9개월간의 시한부적인 활동만이 그들에게 주어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5월 이후 예정된 유닛 활동을 하는 시기에 다이아 활동을 하겠다니 별 무리도 아니다. 일부 멤버가 유닛으로 활동할 시기에 쉬면서 허송세월 하는 것 보다 팬들 앞에 더 찾아가겠다고 한다면 이해 못할 일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가장 중요한 점을 잊고 있었다. 바로 '국민 프로듀서'다.

'걸그룹 끝판왕'이라고 칭송받는 아이오아이 11명을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만든 것은 대중이다. 멤버들도 쇼케이스 당시 국민 프로듀서를 언급하며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나 데뷔 일주일 만에 벌어진 촌극 앞에서 '국민 프로듀서'는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시한부 걸그룹. 짧은 활동을 마치고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가 개인 혹은 그룹 활동을 펼칠게 분명하다. 그 밑바탕에는 아이오아이를 통한 인지도와 팬덤의 맹목적인 사랑이 전제돼 있다. '프로듀스 101 출신', '아이오아이 출신'임을 내세우며 '생초면'인 그룹들보다 몇 발짝 앞서 경주를 시작한다.

미리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일주일은 너무했다. 최소한 팬들이 아이오아이를 보며 웃을 수 있는 날들은 만들어줬어야 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며 젝스키스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젝키는 3년이라는 짧은 활동을 했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들을 잊지 않았다. 소녀였던 팬들이 아이를 안고 업고 콘서트장을 찾는 모습에서 진정한 팬심, 그들의 끈끈한 의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팬의 힘이다. 해체한 그룹도, 연예계를 떠난 멤버도 다시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그들의 위력이다. MBK와 YMC는 이런 팬들을 너무 홀대했다.

'꽃길을 걷고 싶다'던 소녀들 앞에 실제 꽃길이 펼쳐졌다. 그 길은 소녀들 앞에 펼쳐진 험난한 가시밭길의 이면일지 모른다. 소녀들은 알아야 한다. 팬들만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는 것을.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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