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영화 맞아? 날카로운 현실 풍자에 어른들도 환호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사진)’가 개봉 2개월째인데도 2위권을 지키며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5위에 올랐다. 지난 2월17일 개봉한 이 작품은 지난 19일까지 425만명을 기록했다. ‘겨울왕국’(1029만명) ‘쿵푸팬더2’(506만명) ‘인사이드 아웃’(496만명) ‘쿵푸팬더’(465만명)에 이은 흥행 5위다. 전 세계 흥행수입도 8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8억2700만달러의 ‘배트맨:슈퍼맨’을 앞질러 올해 미국 영화 개봉작 중 1위다.

동물들의 낙원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자 최초의 토끼경찰 주디가 사기꾼 여우 닉과 협동수사를 펼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이 작품에 관객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토끼와 여우의 호흡이 뛰어나다. 나무늘보를 비롯한 캐릭터가 하나같이 웃기고 귀여웠다.” “겉모습으로 능력을 판단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다.” “보면서 웃지 않은 장면이 별로 없었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흥행 비결은 현실사회를 코믹하게 풍자하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 어린이와 어른을 모두 만족시킨 데 있다. 상경하자마자 고시원 같은 쪽방에서 살아야 하는 토끼, 어린 시절부터 편견 속에 살다 지쳐 사기꾼으로 전락한 여우 등은 ‘5포세대’라고 불리는 청년들의 서글픔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의 편견에 대해서도 질타한다. 연약한 토끼는 살인사건을 담당할 수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황소 국장, 여우는 교활하고 정의감이 없다고 여기는 다른 동물들, 육식동물은 포악한 기질을 지녔을 것으로 여기는 초식동물 등 외모와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우리네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범죄 차량의 번호를 조회하러 갔을 때 나무늘보 공무원들의 느린 일 처리 속도는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든다. 숫자 하나를 치는 데 1분씩 걸리는 모습은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을 풍자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양의 모습은 선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락한 정치인의 모습을 비판했다.

동물의 습성을 잘 분석해 인간 사회에 적절하게 비유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편견과 부조리한 사회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면 토끼 경찰처럼 성공한다는 교훈을 준다.

엄마와 아이들의 다시보기도 흥행을 이끌었다. CGV 리서치연구소에 따르면 여성이 전체 관객의 68%에 이르렀고, 재관람률은 1000만 관객 영화와 비슷한 4.9%에 달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