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김원석 작가가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서울에서 열린 KBS2TV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김원석 작가가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서울에서 열린 KBS2TV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즌2 생각은 아직…개연성 부족·감정선 못 살린건 아쉬워"

"시즌 2요?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아요. 유시진 소령은 이제 비상 없는 부대에서 강모연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KBS 2TV '태양의 후예'를 쓴 김원석 작가는 19일 시즌 2 가능성을 묻는 말에 "정말 토 나올 만큼 열심히 만들었다"며 이렇게 답했다.

김은숙 작가와 극본을 공동집필한 김 작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좋아해 주시고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유시진 역할을 맡아 드라마를 이끈 송중기에 대해 "처음에는 각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유시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그게 어떤 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송중기씨가 연기를 잘 해줬다"며 "잘생긴 얼굴도 고맙다. 송중기씨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 김은숙 작가와의 공동집필 "정말 많이 웃었다"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의사회'가 원작이다.

재난 지역에서 활약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을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가 함께 개작하면서 군인이 등장하고 로맨스가 강화됐다.

김 작가는 "어떤 장면은 제가 쓰고 어떤 장면은 김은숙 작가님이 썼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같이 썼다"며 "때로는 김은숙 작가님이 유시진이 돼서 질문을 던지며 제가 강모연이 돼서 대답하곤 했다"고 밝혔다.

굳이 나누자면 원작에 있는 지진, 재난, 전염병, 메디컬, 군대 내용은 주로 그가 쓰고 멜로나 감정신은 김은숙 작가의 노하우로 완성됐다.

두 작가와 보조작가 3명까지 5명이 있는 작가실에서 의견이 나뉘면 토론을 했고 결론이 안 나면 투표를 해서 다수결로 결정했다.

"1인 1표다. 김은숙 작가님이라고 표를 더 주지 않았다"는 재치 있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별히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 기울일 수 있는 신이 있었으면 했다"고 할 정도로 스케일이 큰 드라마였지만 그는 "제가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웃었던 작품"이라고 회고했다.

각자 차기작 작품에 들어갔지만 두 작가는 기회가 된다면 또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김 작가는 "작품의 장르가 다르다 보니 우리 둘이 다시 만나려면 '태양의 후예'처럼 스케일이 커야 한다"며 "좋은 제작자가 큰 스케일을 준비하셔서 초대해주신다면 또 김은숙 작가님과 좋은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방송 내내 화제가 됐던 김은숙 작가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에 대해서는 "저는 대본을 보면서도 그냥 정말 재밌고 멋있고 설레고 신나고 통쾌하다고 생각했다"며 "오글거린다는 반응이 계속 나올 줄은 몰랐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주변을 웃겼다.

원작에서 재난 상황의 휴머니즘을 그렸던 그는 드라마의 장르가 멜로로 바뀐 데 대해 "제가 작품에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만족한다. 좋아진 점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어떤 상황을 보여주느냐보다 어떤 마음을 느끼게 해주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고, 그런 점에서 시청자분들께 더 효율적으로 울림을 전해드린 것 아닌가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 개연성 부족·PPL·욕설 논란엔 "더 많이 생각하겠습니다"

마지막회 시청률 38.8%. 미니시리즈로는 4년 만에 30%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모은 '태양의 후예'는 그러나 후반부의 개연성 부족, PPL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할 이야기를 미리 적어와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던 김원석 작가는 관련 질문이 나오지 오랜 시간 뜸을 들이며 대답했다.

김 작가는 "사전 제작이고 대본도 완성도 있게 뽑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며 "정말 열심히 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반성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과 상황의 개연성에 대해 저희가 사려 깊지 못했던 점이 있고 인물의 감정선에 충실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던 것 같다"며 "너무 큰 사랑을 남겨주셨는데 실망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다음번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전했다.

과도한 간접광고(PPL)에 대해서는 "연출, 작가,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다양한 룰이 있고 그게 드라마라는 하나의 원을 완성하는 파이들이라고 생각한다.

PPL도 그중 하나"라며 "필수불가결한 부분이 있었다. 가능한 내용에 해가 되지 않게 쓰려고 했는데 불편한 분들이 계셨다면 여러 가지 제작환경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작가들이 더 잘 써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서대영(진구 분)이 내뱉은 욕설은 대본에 있었던 부분"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지상파로 많은 분이 보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약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로 반성의 뜻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원석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그는 1999년 영화 '닥터K'의 연출부로 시작한 '연출가'이기도 하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짝패'의 조연출을 맡았고 2009년엔 MBC TV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곽경택 감독과 공동연출했다.

그는 "연출에 대한 이해도도 있고 제가 쓴 작품이지만 저 같으면 이 작품 안 했을 것"이라고 웃은 그는 "그 어려운 걸 해낸 PD님들과 스태프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