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 드라마 ‘굿와이프’
미국 CBS 드라마 ‘굿와이프’
유명 미국 드라마(미드)의 한국판이 연이어 안방극장을 찾는다.

그간 국내 방송가에서는 일본이나 대만 드라마의 리메이크가 유행했다. 2007년 방영돼 인기를 끈 ‘하얀거탑’과 ‘꽃보다 남자’(2009년), ‘직장의 신’(2013년), ‘내일도 칸타빌레’(2014년), 지난해 방영한 ‘심야식당’ 등이 대표작이다. 정서와 문화, 제작환경이 비슷해서 한국판 제작이 쉬웠기 때문이다.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참신한 소재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따라 미드 리메이크가 속속 제작되고 있다.

오는 7월8일 케이블채널 tvN에서 첫 방송되는 법정 수사 드라마 ‘굿와이프’는 국내 첫 미드 리메이크 작품이다. 미국 CBS에서 2009년부터 방송 중인 동명 드라마가 원작이다. 검사 남편이 스캔들로 구속되자 아내가 생계를 위해 13년 만에 로펌 변호사로 복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연을 맡은 배우 전도연은 이 드라마로 1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유지태 윤계상 등과 호흡을 맞춘다.

미국 HBO의 ‘안투라지’ 리메이크 드라마도 나온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원작은 할리우드 스타의 일상과 연예계를 여과 없이 그려 화제를 모았다. CJ E&M이 판권을 사 제작에 들어갔고, 8월 tvN에서 방영할 계획이다. 한국 연예계 스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드라마에는 조진웅 서강준 이동휘 이광수 등이 출연한다.

미국판 ‘별에서 온 그대’를 기획한 제작사 엔터미디어픽쳐스는 미국 NBC유니버설의 법정 드라마 ‘슈츠’ 한국판을 하반기 지상파 드라마 편성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일류 로펌을 배경으로 두 변호사의 우정을 그린다. 범죄 수사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리메이크도 지상파 방송사와 하반기 편성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미드 리메이크 제작이 불붙은 배경은 드라마 시장의 변화다. CJ E&M 관계자는 “미국 제작사들이 해외 단순 배급 위주에서 포맷(형식) 판매로 방침을 바꿨다”며 “한류 드라마 유행으로 한국 시장이 부상한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NBC유니버설 인터내셔널의 이본 필킹턴 상무는 “‘슈츠’ 포맷을 세계 최초로 한국과 계약했다”며 “아시아 국가와 드라마 리메이크를 계약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방송 매체와 채널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국내 제작 상황도 맞아떨어졌다. 리메이크 원작은 모두 장르적 특징이 확실한 드라마다. 미국에서 여러 시즌을 거듭하며 방송돼 인기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매력이다. 국내에 원작 마니아층이 많아 화제를 모으기도 쉽다.

유명작을 쓰지만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국내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안투라지’는 마약 폭력 성생활 등 수위 높은 연예계 뒷얘기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정서에 맞게 다듬어야 하는 대목이다. CJ E&M 관계자는 “국내 현실과 정서, 규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각색했다”며 “미드 리메이크는 새로운 이야기로 시청자의 다양해진 기호를 맞추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