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두 대에 실린 라흐마니노프의 감동 선율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후배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그에게 음악적 영감을 줬다. 라흐마니노프는 1893년 차이코프스키에게 바치는 곡을 썼다. 러시아 낭만주의의 진수를 담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1번’이다.

1~4악장이 각각 다른 주제와 선율로 구성된 이 곡의 1악장 ‘뱃노래’는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2악장 ‘사랑의 밤’엔 흔들리는 마음, 환희의 순간 등 사랑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악장 ‘눈물’에는 짙은 어둠이, 4악장 ‘러시아의 부활절’엔 즐거우면서도 격정적인 감정이 배어 있다. 두 대의 피아노는 개성 넘치는 각 악장에서 서로 엇갈리듯 교차하며 환상의 하모니를 선사한다.

피아니스트 윤철희·피경선 국민대 교수가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열고 이 곡의 감동을 되살린다. ‘한국 피아노계의 대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정진우 선생의 제자인 이들은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 왔다. 윤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국립음대, 피 교수는 줄리아드음대를 졸업하고 다양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공식적인 듀오 무대를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교수는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의 축소판’이라고 할 정도로 풍부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낸다”며 “여기에 한 대의 피아노를 더하면 폭발적인 음향으로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의 ‘모음곡 2번’도 연주한다. 모음곡 1번이 3악장 ‘눈물’로 인해 절망과 슬픔의 감정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과 달리 2번은 화려하고 따뜻한 느낌이 돋보이는 곡이다. 라흐마니노프가 1901년 전성기 때 쓴 작품이다. 피 교수는 “두 곡을 함께 선보이며 라흐마니노프의 모든 음악적 감성과 역량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드뷔시의 ‘백과 흑으로’도 연주한다.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는 라흐마니노프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곡들을 썼다. 라흐마니노프는 인간의 감정을 극대화해서 터뜨리듯 표현했다. 반면 드뷔시는 다양한 색채의 그림을 보여주듯 섬세한 감동을 준다. 피 교수는 “드뷔시의 곡은 다소 어렵지만 피아노를 갖고 노는 듯한 다양한 기교를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주를 시작으로 이들은 듀오 공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윤 교수는 “두 대의 피아노에 우리만의 열정과 해석을 더해 솔로 공연 못지않게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후 8시부터. 2만~3만원. (02)580-1300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