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픽미 픽미 픽미 업! 누리 누리 새누리!”

길을 걷다 보면 Mnet 프로듀스101’의 주제가 ‘픽 미(Pick Me)’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다만 가사의 내용이 달라졌다. “캔 유 필 미 나를 느껴봐요” 대신 “출산휴가 이젠 걱정마요”라는 문구가, “캔 유 터치 미 나를 붙잡아요” 대신 “경제활력 신나는 일자리”가 들어섰다. 최근 시작된 제 20대 총선 유세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 새누리당이 밀고 있는 최신 로고송이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및 후보자 간의 로고송 전쟁이 치열했다. 잘 만든 로고송 하나가 의석 하나를 만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로고송은 중요한 선거 전략으로 자리매김한 상황. 이번 총선 최고의 인기곡은 무엇이며 최신 로고송 트렌드는 무엇인지, 제작업체 관계자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픽미

픽미



# “화제성은 대박”… ‘픽 미’

이번 총선 로고송 최고의 이슈 메이커는 단연코 ‘픽 미(Pick Me)’였다. ‘픽 미’는 90년대 최고의 히트 작곡가 김창환이 쓴 곡으로, 국민(시청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다는 점에서 총선과 닮았다. “날 뽑아 달라(Pick Me)”는 가사가 무려 50회 이상 반복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프로듀스101’의 인지도 덕분에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에도 좋다. 정당 차원에서는 물론, 후보자 개인 단위의 사용 의뢰가 넘쳐났다는 후문. 저작권 협회의 한 관계자 “올해의 대박은 ‘픽 미’라고 여길 정도로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픽 미’를 정당 로고송으로 채택하면서, 후보자들 사이에서의 인기는 다소 수그러든 모양새다. 관계자 A씨는 “새누리당이 정당 차원에서 ‘픽 미’를 사용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후보자들 가운데서는 제작 의뢰를 철수한 경우도 있다”면서 “심지어 새누리당 후보자 역시 ‘당가(黨歌)로 나오는데, 굳이 후보 이름까지 넣어서 개사할 필요가 있느냐’며 사용을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백세인생’도 화제성이 비해 용례는 많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관계자 B씨는 “화제성 면에 있어서는 ‘픽 미’나 ‘백세인생’이 최고였지만, 실제 사용 의뢰가 가장 많았던 곡은 ‘무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형석

김형석



# 김형석과 함께 ‘더!더!더!’

더불어민주당은 작곡가 김형석의 재능 기부 형태로 정당 로고송에 차별을 뒀다. ‘더!더!더’가 그 결과물. 단순한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로 중독성을 확보했으며, 랩을 넣어 젊은 층에게도 어필했다.

김형석의 전적(?) 화려하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활동하며 선거 로고송 ‘사람이 웃는다’를 만든 바 있으며, 지난해 온라인 입당 절차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에 가입하기도 했다.

유명인으로서 분명 쉽지 않은 행보다. 김형석 역시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사실 조금 걱정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선거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운동회 음악처럼 썼다”면서 “응원가(‘더!더!더!’)가 목이 터져라 외쳐지며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서로 얼싸 안고 즐겁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걱정말아요 그대

걱정말아요 그대



# ‘걱정 말아요 그대’, 감성에 호소하라

이번 총선 로고송의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감성’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애청하던 2~30대와 들국화의 원곡을 즐겨 듣던 4~50대 폭 넓게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서대문을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는 가수 경력을 살려 ‘걱정 말아요 그대’를 개사한 로고송을 직접 불렀다. 성북갑 정태근 새누리당 후보도 ‘걱정 말아요 그대’를 선택했다.

소음에 대한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항의도 이 같은 변화에 힘을 보탰다. 관계자 B씨는 “잔잔한 분위기의 로고송은 젊은 층이 거주하는 도시 주택가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유권자들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정도의 소음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추세이다. 때문에 무작정 흥겨운 노래를 틀었다가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후보자들도 잔잔하고 감성적인 노래에 눈길을 돌렸다”고 내다봤다.

이 외에도 박강수의 ‘다시 힘을 내어라’,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도 인기곡으로 꼽혔다. 관계자 C씨는 “‘다시 힘을 내어라’의 경우, 유권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후보자의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될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철

박상철



# 박상철 ‘무조건’, 명불허전 스테디셀러

관계자들이 입 모아 꼽은 인기곡은 박상철의 ‘무조건’. 지난 2005년 발표 이후 매 선거 시즌마다 로고송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7년 제 17대 대통령 선거, 2008년 제 18대 국회의원 선거, 2011년 상·하반기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곡으로 꼽혔다. 이번 총선에서도 춘천 김진태 새누리당 후보, 고양시을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 오산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이 ‘무조건’을 선거 유세에 사용했다. 특히 박상철은 안 후보의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힘을 보태기도 했다.

워낙 전 국민적인 히트를 기록한 곡인데다가 중독성도 상당해, 단기간에 후보자를 각인시키는 데에는 ‘무조건’만 한 곡이 없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무조건’이라는 제목과 가사 역시 “국민들을 위해 무조건 달려가겠다”는 메시지와 맞아 떨어진다. 관계자 C씨는 “국민을 향한 ‘무조건적 사랑’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곡”이라고 귀띔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트로트 곡들이 유세 현장에 동원됐다. 관계자들은 박현빈의 ‘앗 뜨거 뜨거’,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 등이 로고송으로 제작됐다고 전했다. 관계자 A씨는 “일단 템포가 빠르고 경쾌한 덕분에 시민들에게 금세 인식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트로트는 대중에게 쉽고 친숙한 곡이기에,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CJ E&M, KBS1 ‘가요무대’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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