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제작 외 선택의 여지 없었다…시청자 반응 알 수 없으니 혼란도"
"그리스서 재료 공수해 태백에 세트장 지어"


KBS 2TV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그 성공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촬영과 방송을 병행하는 데 익숙한 국내 방송사는 그간 종종 사전제작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지난해 6~12월 그리스와 강원도 태백 등지를 오가며 촬영하고, 해를 넘겨 지난 2월 말 방송을 시작한 '태양의 후예'는 그 '흑역사'에서 비켜섰다.

연출을 진두지휘한 이응복 PD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태양의 후예'는 방송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사전제작이 모든 드라마에 정답은 아니지만, 유난히 품이 많이 들었던 '태양의 후예'로서는 필수불가결한 길이었다는 설명이다.

--연출할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나.

▲군용헬기가 '송송 커플'을 갈라놓고, 지진이 둘을 다시 만나게 했다.

그런 배경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가상의 재난 지역인) 우르크로 돌아온 유시진이 지진 현장에서 강모연 신발 끈을 매어 주는 장면의 대본을 읽으면서 '이건 딱 포스터'라고 생각했다.

발전소 타워는 건물에 처박혀 있고, 폐해가 된 발전소 위로 여명이 떠오르는 풍경 말이다.

또 다른 큰 숙제는 성당막사였다.

풍경이 이국적이면서도 촬영이 용이한 조건에 맞아떨어지는 곳이 바로 태백이었다.

사방이 검은색인 터를 우르크처럼 보이게 하고자 특단의 조치를 기울였다.

성당막사 세트 제작에 필요한 많은 재료를 미술감독과 협의해 그리스에서 직접 공수했다.

문과 창문, 우물가, 종탑, 바닥 석재, 타일, 상당수 소품으로 성당막사 디테일을 살렸다.

장마 때문에 완공이 상당히 지연돼 해외 촬영 전에 세트 촬영분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리스 촬영을 다녀오니 이미 한국은 겨울이었다.

배우들이 추운 날씨에 짧은 소매차림으로 촬영해야 해서 많이 미안했다.

--지난 1년간 경험한 사전제작의 장단은
▲시청자 반응을 알 수 없으니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작가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편집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방송되지 못했다.

그리스 촬영에만 한 달이 걸렸다.

3차례에 걸친 발전소 지진 장면을 만들고, 태백에 대규모 오픈세트를 제작하고, 헬기 협조나 장소 사용 등의 문제로 군 당국 허가도 수시로 받아야 했다.

우리에게는 사전제작이 필수였고 선택 여지가 없었다.

다른 드라마의 사전제작은 또 다를 수 있다.

--촬영하면서 최대 고비는 언제였나.

▲지난해 11월 23일 송중기가 액션장면을 촬영하다 다쳤을 때다.

당시 촬영 분량이 많이 남아 있었다.

(드라마 촬영은 한 달 뒤인 12월 29일 끝났다) 다행히 열흘 정도 뒤 송중기가 촬영장에 복귀했다.

--드라마 초반부는 유시진과 강모연 로맨스만 있을 뿐 서사가 약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절벽에서 차량이 추락하는 장면 등은 쌩뚱 맞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면 전적으로 연출의 잘못이다.

원래 유시진과 강모연이 물속으로 추락한 다음 수중에서 전개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송중기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제작진도 그랬지만, 배우는 더 많이 아쉽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시청률을 대체로 보면 '송송커플' 멜로가 강화되면 탄력이 붙고, 블록버스터가 나오면 상승세가 좀 지지부진한데.
▲그랬을 것이다.

두 사람 얼굴이 이미 스펙터클인데 더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한가.

물론 (블록버스터 부분의 반응이 멜로보다 못한 것은) 진짜 블록버스터를 원하는 시청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탓이다.

다음부터 분발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