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일국이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KBS1TV 드라마 장영실 종영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송일국이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KBS1TV 드라마 장영실 종영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짓궂은 장난 당하던 아이들, 아빠 맞는 장면에 즐거워해"
"아이 키우는 데 돈 너무 많이 들어…들어오는 대로 다 할 것" 웃음


"제가 집에 공구 박스만 3개거든요.감독님이 의외로 기계치셨는데 제가 기계를 잘 아는 걸 굉장히 좋아하셨어요.장영실의 발명품이 워낙 정교해서 설계도대로 복원해도 잘 작동이 안 됐는데 제가 만지면 작동하는 경우도 있었다니까요.하하"

왕이나 장군 역할로 사극에 등장하던 송일국(45)은 최근 종영한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에서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역을 맡았다.

앞서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세쌍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와 함께 출연하면서 과거에 비해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가 더해진 덕이다.

송일국은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장영실 종영 인터뷰에서 "장영실 역은 저에게도 조금 의외였다"며 감독님도 처음에는 저를 생각도 안 하고 계시다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고 캐스팅하게 됐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사극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주로 선 굵은 역할을 해왔기에 노비에서 출발하는 장영실 역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는 "우선 목소리 톤도 달라야 했고 굽신거리는 장면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며 "촬영 전에 왕 역할 톤으로 소리를 지르며 리허설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다 내려놓고 했다"며 웃었다.

곤장도 맞고 교수형 위기에도 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 장영실의 삶을 그렸지만, 그는 "사극치고는 짧기도 했고 한 인물에게 한 번에 많은 분량이 쏠리고 그 다음에는 좀 쉬게 되는 대본의 스타일상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며 "다만 대사가 너무 어려워서 외국어를 외우는 기분이었다"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특별출연을 하기도 했던 '삼둥이'의 반응을 묻자 "제가 평소에 너무 짓궂게 놀아줘서인지 아빠가 맞는 장면을 보고 슬퍼하기는커녕 좋아하더라"고 답하며 껄껄 웃었다.

"촬영하면서 많이 안타까웠어요.사실 이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엄청난 업적을 만드신 분인지 몰랐는데 촬영을 하면서 그 위대함을 알았어요. 한 다섯 세기만 늦게, 지금 태어나셨다면 '과학 한국'을 만들고 빛내셨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죠."

그는 장영실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박물관을 언급하며 "직접 보면 그 직관성과 천재성에 놀라게 된다. 꼭 한번 가보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영실'에서 호흡을 맞춘 태종 역의 김영철에 대해선 "예전 드라마(야인시대)에서 외조부(김두환) 역을 맡으셨던 인연이 있어서인지 정말 잘 챙겨주셨다"며 "현장에서 조상 득을 크게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극에 처음 출연한 이지훈(장희제 역)이 사극에 적응하기 힘들어하자 어머니인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에게 부탁해 '족집게 과외'를 받도록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많이들 모르시지만, 예전에 어머니가 '연기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셨거든요.유동근, 전광렬, 박상원 선배 등을 가르치기도 하시고요. 그 덕에 유동근 선배님과는 인연을 이어가면서 '멘토'처럼 됐어요. 배우라는 직업도 유동근 선배님으로부터 '내가 네 얼굴이면 배우한다'라는 말을 듣고 혹해서 공채 시험을 봐서 붙으면서 하게 된거고요.'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결정할 때도 조언을 구했었죠."

과거 송일국은 독도 수영으로 일본의 심기를 건드려 드라마 방영 일정이 연기되고 정부 관료가 "앞으로 일본에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등 껄끄러운 관계가 되기도 했지만 '장영실'은 사극으로는 꽤 높은 가격으로 일본에 수출됐다.

송일국은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저의 캐스팅을 반대한 분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차질없이 수출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사진이 취미로 알려진 그는 "골프대신 폴로를 한다"며 "4명이 한팀이라 삼둥이가 좀 더 크면 아이들과 한 팀으로 경기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다"고 다정한 아빠로서의 면모를 내비치기도 했다.

1인 기획사로 활동하다 '장영실' 출연 확정 직후 대형 기획사로 적을 옮긴 그는 "혼자 하기 너무 힘들었는데 왜 진작 안 옮겼을까 후회한다"며 웃더니 소속사 직원에게 "(스케줄) 많이 좀 잡아주세요"라고 농담 같은 진담을 던졌다.

"사실 아이들 키우는 데 정말 돈이 많이 들어요.사극이든 현대극이든 코믹한 것이든 들어온다면 다 하려고요.이제는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라니까요.(웃음)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