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김지원1

김지원1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주의 탄생보다 더 복잡한 회로를 거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감정의 교감이라는 단순한 말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KBS2 ‘태양의 후예’ 속 윤명주가 된 김지원을 보면 어렴풋이 사랑을 알 것도 같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예쁘고 사랑스럽다. 순수한 사랑 앞에 어떠한 계산도, 복잡한 규칙도 없는 윤명주가 된 김지원은 더욱 아름답다. 그렇게 김지원은 따뜻하고 화려한 봄을 맞았고,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 사랑을 뜨겁게 갈구하는 김지원에게, 시청자들은 완벽하게 설득당했다.

10. (김지원을 만난 날은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30%를 돌파한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시청률이 드디어 30%를 돌파했네요. 축하합니다.
김지원 : 아이고, 그러니까요. (웃음) 30% 넘을 것 같냐고 많이들 물어보셨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넘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잘 모르겠다, 지금 주신 사랑만 해도 너무 좋다고 했는데 신기하게 넘고 말았네요. 언니 오빠들한테 축하드린다고 문자 보냈어요.

10. 김지원도 축하받아야 하는 입장 아닌가요. (웃음)
김지원 : 언니 오빠들이 너무 고생하셨죠. 극을 이끌어가고, 또 많은 부분을 촬영하셨으니까요. 알파님이나 의료팀, 다른 배우분들에게도 쉬는 시간마다 문자 보내서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리려고요. 사실 30%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감사한 일이죠.

10. 촬영을 다 마치고 드라마를 시청하는 건 처음이었을 텐데요.
김지원 : 맞아요, 첫 방송을 못 보겠더라고요(웃음). 촬영하면서 드라마를 보면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라도 뭐가 잘못됐는지, 앞으로 뭘 보완해야 할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촬영을 완전히 끝내고 드라마를 보니까 너무 긴장돼서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사실 너무 예전에 찍었으니까 완전히 시청자의 입장이에요. 가물가물해진다고 해야 하나, 저때 이런 구도로 찍었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편집본을 못 봤으니까 연출을 어떻게 하셨을까, 드라마가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하기도 하죠. 특히 진구 선배님이랑은 워낙 같이 많이 찍었지만 다른 분들 촬영하는 장면은 거의 못 봤거든요. ‘구원커플’을 제외한 다른 촬영분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정말 재밌게 봤어요.

10. 시청자의 입장에선 어떤 장면이 가장 재밌던가요.
김지원 : 강모연(송혜교)과 유시진(김지원)이 병원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요. (웃음) 두 남녀가 서로 수줍게 만나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만나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죠. 아! 송중기 오빠의 ‘그럼 살려요’ 신도요. 그거 보다가 꺅, 소리 지르고 너무 멋있다고 물개박수를 쳤다니까요. 송혜교 언니가 동료 의사랑 머리채 잡고 싸우다가 울면서 방송 대본 외우는 신도 너무 좋았어요.

10. 진구 씨 이야기가 없네요. (웃음) 화면으로 보는 서대영 상사는 어떤가요.
김지원 : ‘구원커플’의 장면은 일단 제가 나오니까 재미보다는 자꾸 아쉬운 면이 많이 보여요. 그런데 윤명주가 없을 때의 서대영을 보면 기분이 남다른 거 있죠. 서대영이 나 없이 아버지(강신일)랑 독대했을 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서대영이 ‘명령이십니까’라고 하는데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사랑했구나 싶어서 엉엉하고 울었어요. (웃음)
김지원2

김지원2

10. ‘구원커플’은 특히 환상적인 케미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두 사람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케미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김지원 : 진구 선배님은 정말 절 많이 챙겨주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현장에서 긴장해 있으면 슬쩍 와서 말도 걸어주시고, 감정 몰입 때문에 이제는 말을 안 걸어야 할 타이밍인 것 같다고 생각하시면 절 멀찍이 놔두시기도 하고요. 연기적인 배려를 특히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제가 많이 미숙하다 보니 많이 조언도 해주셨죠. 오랜 시간 너무 많이 촬영하다 보니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진구 선배님은 너무 완벽한 분이에요. 제가 초반에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럴 때 진구 선배님이 절 많이 도와주셨어요.

10. 어떤 게 그렇게 두렵던가요.
김지원 : 연기적인 준비가 두려웠어요.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은 큰데, 아직 촬영은 들어가지 않았고, 두려움만 점점 커졌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촬영 들어가기 직전에 함께 하는 분들이 너무 대선배님들이고, 김은숙 작가님이 두 번째 작품을 주셨다, 이런 감사함과 부담감이 공존하는 시기가 잠깐 있었어요. 그런데 촬영을 시작하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제가 너무 많은 걱정을 했구나, 기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물론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하나씩 해나가면서 두려움을 극복한 것 같아요.

10. 진구 씨와는 어떤 얘기를 많이 나눴나요.
김지원 : 대본 얘기를 많이 했어요. 진구 오빠가 내가 보는 윤명주는 이런 사람이고, 서대영은 윤명주를 이렇게 사랑했을 거고, 뭐 이런 얘기들? 편하게 촬영하라는 말도 많이 해주셨고요.

10. ‘구원커플’의 케미가 시청자들에게 자꾸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어요. 진구 씨가 품절남이 아니었다면 말도 안 되는 망상까지 생겼을 거란 말도 있어요. (웃음)
김지원 : 하하하,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기분 좋은 말이에요. 망상, 궁예? 이런 말들. (웃음) 드라마 내에서 합이 정말 좋았다는 얘기잖아요. 진구 선배님은 유부남이 아니라도 그런 일은 없었을 것 같다고 인터뷰 하셨던데요? (일동 폭소)

10. 김지원이 생각하는 윤명주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네요.
김지원 : 윤명주는 정말 멋있는 여자예요. 사랑하는데 있어서 자존심이 없어요. 너무 멋있지 않나요? 드라마에서 유시진 대위가 윤명주에게 ‘넌 다 예쁜데 자존심 없는 게 제일 예쁘다’고도 하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존심 없이 달려가는 모습에서 멋있다고 느꼈죠. 군인이라는 직업적인 부분도 멋진 윤명주의 이미지에 작용한 것 같아요. 저는 윤명주처럼 강단 있는 성격도 아니니까 그것도 멋있고. (웃음)

10. ‘태양의 후예’ 주연 배우들이 김지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80년대생인데다, 선배들이에요. 또래배우들이랑은 다른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네요.
김지원 : 처음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뵌 적 없는 선배님들인데다, 제가 너무 ‘팬심’으로 좋아하는 분들이었으니까요. 긴장을 정말 많이 했어요. 특히 대본리딩할 때 제일 긴장한 것 같아요. 처음 인사하는데 목소리가 달달달 떨리더라고요. 윤명주 역을 멋있게 해야 하는데 제가 걱정이 될 정도로 목소리가 막 떨렸다니까요. 그런데 언니, 오빠들이 정말 편하게 해주시고 절 많이 챙겨주셨어요. 후배들 하나하나 신경 쓰시고, 챙겨주시는 모습에 많은 걸 배웠죠.
김지원3

김지원3

10. 김은숙 작가와는 ‘상속자들’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에요.
김지원 : 절 불러주셨을 때 실감이 안 나서 그냥 얼떨떨하기만 했어요. ‘태양의 후예’ 대본이 너무 좋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인물 설정이 30대라고 들어서 전혀 기대 자체도 안 하고 있었죠. 그런데 작가님이 연락을 주셔서, 진짜 열심히 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정말 행운이게도 작가님의 작품을 연이어 두 개를 하면서 ‘김지원, 김은숙의 페르소나 되나’ 이런 기사들도 나오니까 작가님에게 누가 되지 않나 걱정되는 마음뿐이에요. 저에게는 너무나 영광인 수식어지만요. 이렇게 좋은 역할을 또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좋은 대본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작가님이 제 인생에 있어서 큰 두 번째 기회를 또 주신 것 같아요. 유라헬이라는 큰 역할을 주신 것도 감사한데, 명주까지 만나게 해 주셨으니까요.

10. 김은숙 작가가 특별히 당부한 부분이 있나요.
김지원 : 명주가 예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외모적인 부분보다는 매력적인 부분을 말씀하신 거겠죠. 외적인 부분은 오히려 신경 안 쓰려고 했어요. 그런 모습이 오히려 명주를 더 예쁘게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작가님이 워낙 윤명주라는 캐릭터를 예쁘게 살려주셔서 윤명주와 김지원이 모두 예뻐 보인 것 같아요.

10. ‘태양의 후예’에서는 거의 군복만 입고 나와요. 여배우라면 예쁘게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한 욕심일텐데, 아쉬운 건 전혀 없었나요. 실제로 군인들도 멋있게 보이기 위해 군복을 줄이는 경우가 있고요.
김지원 : 군복은 저도 좀 줄였어요. (웃음) 윤명주 캐릭터가 미녀 군위관이라고 소개돼 있기도 하고, 군복이 타이트하지 않으면 날카로운 느낌이 안 날 것 같아서 감독님과 상의해서 조금 줄였죠. 저는 군복만 입어서 오히려 편했어요. 사전제작이라 신을 왔다갔다 하면서 찍어야 했는데, 군복이 아니면 의상 연결이 어렵거든요. 그런데 군복이라 파병복, 국내복만 신경 쓰면 되니까 너무 편하던데요? (웃음) 준비는 각각 2벌씩, 4벌 돼 있었는데 파병복 하나, 국내복 하나 거의 2벌로 계속 돌려 입었어요.

10. 여자가 군복을 입어보는 건 꽤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네요.
김지원 : 쉽지 않은 경험이고, 또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송)중기 오빠는 저한테 군에 입대해서 말뚝을 박았어야 했다고. (일동 폭소) 군대 말투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드라마고, 드라마적 화법을 가지고 있으니까 실제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투에 기반하면서도 드라마적 화법을 사용하려고 했죠.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10. 어쩌면 극 중에서 가장 직진 로맨스를 펼치는 사람은 윤명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김지원 : 각자만의 직진이 있는 것 같아요. 캐릭터들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향해 직진하고, 그게 얽히고설키면서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풍성해지니까요.

10. ‘구원커플’ 진구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김지원 : 진구 선배님은 정말 믿음 가는 얼굴을 갖고 계세요. 무슨 말씀을 하셔도 믿을 수 있겠다 싶죠. 현장에서 의지를 많이 했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났는데도 늘 절 편하게 해주려고 하셨던 모습, 응원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액션 장면 이런 거 찍으면 정말 힘들거든요. 녹초가 돼서 나타나셔도 오히려 절 걱정해주시고, 농담 한 마디씩 던지시고요. 현장에서도 풀린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진구 선배님과 함께 해서 늘 화기애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구원커플’이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다 진구 선배님 덕분이에요.

10. ‘태양의 후예’는 김지원에게 특별한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김지원의 필모그래피에도 좋은 작품으로 남겠지만, 동시에 김지원의 다른 면을 몰랐던 이들에게도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 같거든요.
김지원 : 매 작품을 하면서 다른 면을 봐주셨으면 하는 기대는 해요. 필모그래피는 늘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닌데, 이번에는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굉장히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또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저 스스로도 너무 행복하고, 다음 작품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지원4

김지원4

10. 드라마를 보다가 소녀 김지원이 여자 김지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웃음) ‘참 잘 컸다’는 느낌이랄까? ‘상속자들’보다 훨씬 성숙한 여성의 모습이요.
김지원 : 어, 저 그런 얘기를 듣기 시작한 것 같아요. (웃음) ‘상속자들’ 할 때도 어린 나이는 아니었는데, 그때는 어린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지난해 ‘상속자들’ 하셨던 강신효 감독님을 만났는데 ‘아기 느낌이 안 나는데?’라고 하시더라고요. ‘태양의 후예’ 분위기와 윤명주의 캐릭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웃음)

10. 그렇다면 내가 정말 성숙했다,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김지원 :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많이 진지해졌어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커지고요.

10. ‘태양의 후예’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네요. 엔딩을 이미 알고 있는 입장에서, 결말은 충분히 납득이 가던가요.
김지원 : 이들이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라는 느낌보다는 앞으로 이들은 이렇게 살아간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윤명주를 탐구하고, 또 공감한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결말이었어요. 기대해주세요!

10. 윤명주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요.
김지원: 명주야, 사랑하느라 고생했다! 진짜 열심히 사랑했거든요. (웃음)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킹콩엔터테인먼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