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유아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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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과 스크린을 빛내는 배우로서, 또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이로서, 유아인은 꽤나 흥미로운, 그리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육룡이 나르샤’ 종영 후 수십여 명의 취재진이 모인 앞에서 그는 “내가 아무리 쿨하려고 애써도 내 쿨함을 지켜주지 않는 것 같아. 쿨한 배우 한 명쯤은 있어도 좋지 않나요. 쿨한 배우 만들어주세요”라고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발칙한, 날것의 언어란 말인가. 너무도 솔직한 그의 거침없는 언어는, 자칫 그의 뜻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는 않을까 인터뷰이에게 ‘자기 검열’같은 걱정을 안겨주기도 한다. 듣는 사람을 더 긴장하게 만드는 속살 같은 유아인의 말들은, 확실히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결의 매력을 만드는 차별점이다.

솔직한 배우 유아인은 남에게도 솔직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더욱 솔직하려 애쓴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돌아보고, 인정하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게다가 현장에서 있었던 그의 말을 차용하자면 “그에게 재갈을 물린”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다. 그러나 유아인은 자신이 느끼는 이러한 괴리감을 꼭 숨기려 들지 않았다. 이것이 그와의 만남이 꼭 일대일이 아니더라도 긴장되지만, 동시에 매우 기대되는 이유일 터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이 맡은 역할인 이방원은 한국 사극드라마에서 수없이 다뤄질 정도로 흥미로운 인물이다. 왕위에 오르기까지 피의 숙청을 단행하며 수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었지만, 반대로 조선왕조 500년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철혈군주’로 대표되는 이방원의 강인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육룡이 나르샤’와 유아인은 반대로 그의 연약함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강인한 냉혈군주와는 반대되는 지점일 수도 있지만, 연약함을 포착하려고 했다. 그 누구도 강인하기만 하지도 않고, 연약하기만 하지도 않지 않나. 강인하기만 하다고 해석되는 이방원에게 틀림없이 달의 이면처럼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연약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충분히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으로서의 이방원의 고뇌와 좌절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 부분이 더 주효할 수 있었던 건 청년기의 이방원을 집중해서 그리려고 해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많이 혼란스러웠던 이방원의 청춘을 ‘육룡이 나르샤’가 포착하면서 우상을 만나게 되고, 신념을 갖게 되고, 그 신념이 흔들리고, 그 사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고, 또 다른 생각을 품게 되지만, 그 생각이 전혀 다른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그런 과정들을 통해 내면의 연약함과, 그로 인해 발현되는 외부적인 강인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저는 연약한 사람일수록 되려 더 소리 지른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방원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청춘을 브라운관에 그려 넣은 유아인은 사실 나이와 상관없이 ‘청춘’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솔직하고 불안하고, 하나의 틀에만 머무르는 것을 경계하며 자유롭게 유영한다. 삶도 연기도 정형화되지 않은 유아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배우의 일이라는 게 선입견을 만들고 그걸 부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선입견이 지속되는 걸 못 견디기 때문에 그걸 잘 깨려고 노력하는 애다. 예를 들어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작품에서 갑작스럽게 여성들에게 판타지를 만들어놓고 ‘론치 마이 라이프’로 스스로 깨버린다.”

가까이에서, 혹은 텍스트로 지켜본 유아인은 성장지향형 배우다. 성장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으며, 성장을 위해 자신의 단점을 내어놓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다른 배우들과 같은 트랙에서 일등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누구보다 따끔하게 평가한다. 스스로의 성장을 ‘육룡이 나르샤’ 촬영 현장에서 포착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유아인은 다른 어느 것도 아닌 연기로 ‘유일무이함’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유아인은 자신의 연기로 유아인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절대 공식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차별화된 매력으로 바꿔놓은 유아인의 뻔하지 않은 행보는, 아인(EIN, 하나)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유일무이함’이기 때문이다.

“연기로 실험대 위에 서고 싶다. 그걸로 유일무이함을 만들고 싶고, 그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지난 한해 제가 느낀 성취감은 이런 게 컸다. 시청률 20% 돌파하는 로맨틱 코미디 하나 없이 이런 큰 사랑을 받았어, 이런 자부심, 그건 자신감이다. 그걸 만들고 싶었고, 그걸 하려고 애쓰면서 10년도 넘게 연기를 해왔다. 10년이 오랜 시간이 아닐 수도 있지만 선명하지 않은 성취를 가지고, ‘이게 중요한 거야’ 라고 최면을 걸면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틀리지 않았어’라고 알려주는 순간이었으니까.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꼈다. 아무리 애쓰면서 살아도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행운처럼 그런 순간이 온 것에 대해서 행복하게 겸허히 그런 순간을 목도했던 것 같다. 감사했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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