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난 맞아 참의사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줘

재난 블록버스터와 휴먼 멜로를 버무린 KBS 2TV '태양의 후예'에 애절한 멜로와 숭고한 인류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연 송혜교 설명처럼 "가벼울 때는 확실히 가볍고 무거울 때는 확실히 무거운" 드라마에서 '가벼운' 역할을 분담한 이들이 바로 해성병원 의료봉사단이다.

그 중에서도 각각 정형외과 전문의 송상현과 흉부외과 1년차 레지던트 이치훈으로 등장하는 배우 이승준(43)과 샤이니 온유(27) 앙상블은 단연 돋보인다.

극 중에서도 이들은 터무니없는 장난으로 긴장을 슬쩍 풀어 주다가도, 대재난 현장에서 의사로서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 무전놀이부터 '어머님이 누구니'까지…'초딩 개그' 재미

"여기는 우주미남, 본진 응답하라. 이곳 상황이 좋지 않다, 물파스가 모자란다!" "여기는 본진, 침착해! 조금만 버텨."
전쟁이라도 났나 했더니, 메디큐브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극 중계다.

메디큐브는 극 중 해성병원이 분쟁 지역 우르크에 의료 봉사를 위해 설치한 이동식 건물이다.

송상현과 이치훈은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이 이끄는 해성병원 의료봉사팀의 일원으로 우르크에 왔다.

봉사팀에 제공된 무전기를 쥐고선 온몸을 던져가며 상황극을 즐기는 데는 위아래가 없다.

이들의 찰떡 호흡은 우르크에 도착해 열악한 숙소를 마주하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MT 온 학생처럼 즐거워하는 이치훈에게 송상현은 박진영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널 어떻게 이렇게 키우셨니"를 한 곡조 뽑고, 이치훈은 이에 맞춰 신명나게 엉덩이춤을 흔들어 댄다.

온유는 여기서 아이돌 가수로서 장기를 과시한다.

의사 가운만 걸쳤을 뿐이지, 마냥 철부지로 보이는 둘의 '초딩 개그'에 웃음이 쿡쿡 터진다.

◇ 초반에는 개인적인 안위 중시…참의사로 성장

송상현과 이치훈은 처음에는 개인적인 안위를 좀 더 중시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드라마는 3회에서 아랍의장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극적 에피소드를 배치, 이를 드러냈다.

여기서 아랍의장은 중동 정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다.

우선 사람부터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랍의장 수술을 주장하는 강모연과 그 선택을 존중한다는 특전사 대위 유시진(송중기)과는 달리, 둘은 수술을 원치 않는다.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송상현은 "이 수술은 환자에게도, 우리에게도, 밖의 군인들(송중기)에게도 위험한 것"이라고 강모연에게 결정 재고를 유도하고, 이치훈도 "이 환자 잘못되면 우리 모두 죽는 거 아니냐"고 울먹인다.

따져 보면 "돈도 빽도 없어" 간신히 전문의 자리를 얻은 송상현과 명문가 도련님에, 서울에 임신한 아내를 두고 온 이치훈으로서는 굳이 위험을 자청하지 않는 방안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둘은 그러나 대재난을 피해 탈출 행렬이 이어지는 우르크로 돌아와 의사로서 사명감과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초보의사 이치훈의 성장기가 눈길을 끌었다.

"환자 분류도 제대로 못 하는 내가 무슨 의사냐"고 자책하는 이치훈의 어깨를 꼭 붙들어 매고 "넌 의사"라고 말하는 송상현의 '브로맨스'를 인상깊게 봤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 이승준, '작사' 캐릭터 활용…온유, 첫 작품서 안착

이승준은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보여준 철없지만 밉지 않은 '작사'(작은 사장님) 캐릭터를 십분 활용했다.

이승준이 의료봉사팀 간호팀장인 하자애 역의 서정연과 '송송 커플'(송혜교·송중기)이나 '구원 커플'(진구·김지원)과는 또 다른 달착지근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코찔찔이' 초등학교 동창 시절로 돌아가 투닥대는 둘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방송에서는 송상현이 하자애에게 해성병원 컴퓨터 파일을 지워달라고 장난스레 말했다가 '야동'이냐고 의심하는 하자애에게 등짝을 맞는 장면이 등장, 시청자 궁금증을 자아냈다.

'막영애'에서 '작사'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응원했던 이승준 팬들은 이번에는 송상현이 하자애와 무사히 사랑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데뷔 후 첫 정극 연기에 도전한 온유는 우려의 시선과는 달리 무탈하게 안착했다.

자신의 환자를 살리려고 아등바등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도 별다른 부자연스러움은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