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라는 배우의 이름 앞에 언제가 되더라도 '청춘'이라는 단어로 수식되고 싶어요."

[김예랑 기자]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배우 지수에게 연기란 세상을 마주하는 '즐거움'이다.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 촬영에도, 출연한 영화가 개봉되길 기다렸던 하루하루도 그는 청춘이기에 즐겁다.

따스한 볕이 쏟아지던 어느 봄날, 영화 '글로리데이'의 주인공 용비 역의 지수를 만났다. 지수는 또래 답지 않은 진지함을 가득 머금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유머가 정말 많은 편인데 진심을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유머'를 자제할게요. 모든 질문에 깔끔하고 순박하게 대답하려고요.(하하)" 훌쩍 키만 커버린 소년 같은 얼굴을 하고 지수는 머쓱하게 웃었다.
'글로리데이'의 지수가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글로리데이'의 지수가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 지수, 친구 따라 '강남'가다

지수는 2009년 연극 '봉삼이는 거기 없었다' 데뷔해, 영화 '한공주(2014)', '서울메이트(2014)'에 얼굴을 비췄다. 2015년부터는 비중 있는 역할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기 시작했다. 드라마 '앵그리맘'에서 배우 김희선을 짝사랑했던 소년 고복동으로, 또 '발칙하게 고고'에서는 반항기 다분하지만 부모님의 억압에서 트라우마를 가진 고등학생 서하준 역으로 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어디서 이런 어린 친구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준말)했나' 싶기도 하지만 무명 생활은 생각보다 길었다. 지금 그의 연기를 뒷받침해준 것은 극단에서 쫓았던 꿈이었다.

"초등학교 때 유도부였어요. 서울시 대회 1등, 전국 대회 2등, 일본에서 열리는 경기에는 국가대표 마크를 달고 경기를 치르기도 했죠. 어린 나이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수하다 보니 중학교에 가서는 '공부'가 하고 싶더라고요. 정말 우습지 않나요? 1년 정도 공부만 하다보니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것 같아 재빨리 접었죠. 그러다 또래 친구들처럼 '재미'있는 것을 찾아헤매기 시작했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말은 틀림이 없나보다. 지수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고등학교 시절 연기, 노래 종합학원에 다닌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무작정 학원을 찾았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영화를 좋아했던 터라 어렵지 않게 연기에 입문했다.

"학원에서 연기를 하다 동경의 대상인 선생님을 만났어요. 극단을 차리신다고 하시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그 길로 선생님을 따라 극단 생활을 시작했죠. 치기 어린 고등학생이었을 뿐인데, 꽤 깊이 생각한 것 같아요. 연기를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지금은 연기, 예술의 틀 밖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이 안돼요."

유도선수 출신에 남중, 남고를 졸업한 지수는 사실 '연기'한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이유는 바로 얼굴.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 '잘생김'에 대한 기준이 크게 없잖아요. 여성들에게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기엔 주변 환경이...학교 밖으로 나가야 했거든요. 하하. 스스로도 잘생긴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생겨서 배우 지망이라고 하면 부끄러워서, 항상 '연극 한다'라고 말했어요."
지수 중에 최고, 청춘배우 지수의 글로리데이 (인터뷰②)
◆ 지수, 드디어 영광의 날

'바스켓볼 다이어리', '마미', '월플라워', '킬유어달링'... 지수가 애정 하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청춘의 단상을 담고 있다. "성장 영화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전작들도 청춘의 성장 과정을 담은 작품들을 선호해 왔어요. '글로리데이'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배우 캐스팅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나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고 발을 동동 굴렀고요. 결국 연락을 받고 용비와 지공 역 모두 오디션을 봤죠. 감독님 생각에는 제가 용비 쪽에 더 가까웠나 봐요. 캐스팅 확정 연락을 받고 엄청 기뻤어요."

'글로리데이'에서 지수는 주연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는 평가다. 전작 드라마 '앵그리맘', '발칙하게 고고'에서 보다 더욱 어둡고,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려냈다.

"용비는 어린 시절 부모님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정말 외로운 친구예요. 아버지가 교도소에 수감된 후 형(김동완 분)과 친구들 상우(김준면),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이 유일한 가족이죠. 가장 친한 친구인 상우의 사고를 겪고 네 친구는 자꾸만 작아지는 존재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면서 강자에 반항하게 돼요. 친구들과의 의리,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자세에 연민을 느꼈어요. 끝까지 지키려고 했지만, 결국 사회에 굴복하는 모습까지도요."

지수가 용비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현실에서의 친구들 때문이였다. 스스로 '리더'역할을 도맡아왔다고 했지만 이내 조금은 사회로 인해 변한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언젠가부터는 조금 따라가는 스타일로 변한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배려이고, 나쁘게 말하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거죠. 심지어 먹는 것만 봐도 그래요. 누가 뭘 먹자고 하면 '너 먹고 싶은 것 먹어, 난 뭐든 좋아'라고 하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큰일이겠어요. 하하."

학창시절의 지수는 용비보다는 더 유머러스한 편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남학생들이 그렇듯, 장난을 치며 사는 것이 큰 낙이었다. 그래서 류준열의 지공을 욕심내기도 했다. 지수는 결국 용비로 분했다.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끝까지 세상에 반항하려고 하는. 결국엔 무너졌지만. "관객들은 해피엔딩으로 카타르시스를 원할 수 있어요. 나아가서는 작품을 보고 '불편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다 맞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우리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을 담아낸 거죠. 불편한 진실이더라도, 현실인걸요."
지수 중에 최고, 청춘배우 지수의 글로리데이 (인터뷰②)
◆ 언제나 청춘, 지수

지수는 자유롭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하루에 20신이 넘는 드라마 촬영장도 '재밌다'고 한다. "어릴 적 친구들이 저를 가장 부러워했던 것이 '꿈'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특별한 꿈이 없어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가겠다는 이성적인 목표들이 주류였죠. 개인적으로는 자유롭고, 에너제틱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영화 '뉴스'를 보면 은퇴한 노인들이 나와요. 그들은 '할아버지'들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도전하고 모험하죠. 그게 진정한 청춘이 아닐까요? 우리는 지금 나이만 청춘인 것 같아요."

그의 차기작은 드라마 '페이지터너', '보보경심'으로 결정됐다. 지수는 영화라는 매체를 가장 좋아하지만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근래에는 사전 제작 드라마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까지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많죠. 그래도 완성된 내 작품을 빠른 시일 내에 볼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3일 전에 연기한 내 모습과 그에 대한 반응들을 실시간으로 접할수 있어서 더 신이나 연기한 것 같아요."

지수는 '페이지터너'에서 고등학교 2학년 장대높이뛰기 선수 정차식 역을 맡았다. 날라리 같은 외모, 무식한 말투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속내를 가진 순수남.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이 작품은 지수에게 '소풍'과 같았다고 한다. 날은 추웠지만 봄처럼 따뜻한 작품이라고.

연이어 맡게 된 '학생' 역할에 대한 고민은 없을까. "'앵그리맘', '발칙하게 고고', 그리고 '페이지 터너'까지. 비슷한 질감들의 캐릭터지만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조금씩 다른 학생이죠. 고등학생 역할 전문 배우 라는 이미지가 고착될까 걱정은 안해요. 단지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뿐이죠. 이번 '페이지터너'의 정차식은 무한 긍정에 행복한 아이예요. 묵혀뒀던 저의 유머를 27% 정도 녹여냈어요. 기대해 주셔도 좋아요."

또 지수는 드라마 '보보경심 려'에서 꽃미남 황자로 출연할 예정이다. "남자들이 너무 많아서 묻어가고 있다"면서도 아리따운 여배우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사랑한다'라고 외치는 지수는 그에 대한 애정만큼 그를 닮고 싶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이전에는 좋은 사람이고 싶고요. 디카프리오 형처럼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고, 사회, 환경 전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그런 배우요. 결국에는 지수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청춘'이라는 수식어가 달려있고 싶네요. 참, 언젠가는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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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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