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육룡이 나르샤'
이토록 기막힌 운명이 또 어디 있을까. 같은 뜻으로 하나의 꿈을 꾸던 김명민과 유아인의 이야기는 유혈이 낭자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비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육룡이 나르샤' 47회에는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의 돌이킬 수 없는 최후가 그려졌다. 정도전 일파를 제거하기로 한 방원은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거사에 앞서 이방지(변요한 분)부터 따돌렸는데 이 과정에서 연희(정유미 분)가 무고하게 희생됐다. 뒤늦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남녀의 영원한 이별에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연희의 죽음은 시작에 불과했다. 심효생, 장지화, 이근 등을 잔혹하게 처단한 방원은 빠져나간 정도전과 남은(진선규 분)을 찾는데 주력했다. 촌각을 다투던 그때, 우학주(윤서현 분)는 두 사람이 성균관에 숨어있단 것을 은밀히 알렸고, 방원은 그길로 군사들을 이끌어 성균관을 장악했다.

방원은 위기를 벗어날 기회를 주었지만, 정도전은 물러서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서야 나란히 걷게 된 두 사람. 정도전은 여전히 서로가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인정했고, 자신이 물러난 자리를 누구보다 방원이 잘 채워가리라 믿었다. 괴로움과 두려움에 주저하던 방원은 끝내 칼을 뽑았고, 단칼에 정도전을 절명시켰다. 두 사람이 만든 비극의 순간은 시청률을 21.2%(수도권 기준)까지 끌어올리며, 47회 최고의 1분을 장식했다.

기록된 역사가 있어 예상된 결말이었지만, 이방원과 정도전의 가혹하고도 씁쓸한 최후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방원의 폭주와 정도전의 죽음은 그들로부터 살아갈 희망을 얻은 이방지, 무휼(윤균상 분), 분이(신세경 분) 등에게도 냉혹한 아픔과 시련이 될 것이기 때문.

왕이 되기 위해 스스로 칼을 뽑아 든 이방원과 잔트가르다운 죽음을 맞이한 정도전의 이야기로 화제의 중심에 선 '육룡이 나르샤'. 방송 첫 회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의 이변 없이 월화 안방극장 수성을 지키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는 감각적인 연출과 탄탄한 전개, 주인공들의 열연 등에 힘입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은 역대급 팩션 사극으로 호평받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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