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김범수 콘서트 '17년산 토종 김범수' / 사진 = 딜라잇 제공
2016 김범수 콘서트 '17년산 토종 김범수' / 사진 = 딜라잇 제공
[ 한예진 기자 ] 데뷔한 지 어언 17년. 그의 농익은 라이브와 무대 매너는 공연 시작과 함께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마비시켰다.

지난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는 김범수 단독 콘서트인 '17년산 토종 김범수' 첫 공연이 개최됐다.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는 다채로운 곡 선정, 김범수의 세레나데, 남다른 후배 사랑, 그리고 故 신해철 추모다.

김범수는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OST '나타나'를 부르며 등장과 동시에 콘서트 현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어 MBC '나는 가수다'에서 불렀던 '그대 모습은 장미'와 2003년 스페셜 앨범에 담긴 '니가 날 떠나'를 부르며 화려한 스타트를 끊었다.

"어려운 시간 내서 자리 가득 메워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공연 투어는 계속될 겁니다. 17년 째 한 해도 쉬지 않고 전국 투어 중인데 첫 공연은 늘 떨리네요. 새색시가 새신랑을 맞으러가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여러 감정들로 무대에 섭니다."

첫 공연의 긴장감을 전한 김범수는 콘서트 타이틀을 '17년산 토종 김범수'로 결정한 이유도 밝혔다. 17년 동안 활동했지만 앞으로 해야할 게 더 많다는 것이 그의 뜻.

"고급 위스키가 17년산 정도 되면 맛이 익어간다더라고요. 17년이라는 시간동안 여러분들이 아낌없이 사랑해주셨죠. 이 시점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이런 타이틀을 만들게 됐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국민 가수'라는 말보다는 '토종 가수'라고 불리고 싶어요."

이어진 곡에서는 대중들에게 얼굴이 익숙치 않은 후배들과 함께 꾸미는 무대를 가졌다. '달라'는 '슈퍼스타K7'에 출연한 신예영과, 그리고 '남과 여'는 권은진과 듀엣으로 열창해 감동을 선사했다.

단독 콘서트에 생초보 후배들을 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예전에 듀엣할 때면 '김범수, 약한 것 같은데?'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나서 오기가 생겼어요. 그런데 이제는 후배나 동료가 더 잘한다거나 '김범수, 분발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더군요. 이번 공연은 김범수, 박정현 그 이 상의 큰 뮤지션이 될 루키들과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이 친구들과 연습할 때 너무 잘 해서 내가 들어갈 타이밍을 놓칠 정도였어요." 이제 발걸음을 내딛는 후배들을 위한 김범수의 사랑과 배려가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2016 김범수 콘서트 '17년산 토종 김범수' / 사진 = 딜라잇 제공
2016 김범수 콘서트 '17년산 토종 김범수' / 사진 = 딜라잇 제공
김범수가 직접 세레나데를 불러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있었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 OST인 '사랑의 시작은 고백으로부터' 반주가 시작되자 콘서트를 즐기는 여성 관객들의 모습을 무작위로 선정해 화면에 담았다. 김범수의 세레나데를 받은 여성들에게는 부러움의 눈길이 쏟아졌다.

겟올라잇 밴드의 멋드러지는 연주와 댄스팀의 파워 넘치는 무대가 꾸며진 뒤, 김범수는 故 신해철을 떠올리며 '그대에게'를 열창했다. 스크린에는 신해철의 사진들과 함께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띄워 가슴 속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어 박효신의 노래인 '친구라는 건'에서는 '슈퍼스타K6' TOP3 출신 임도혁이 목소리를 더했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두 사람은 서로 '비주얼 가수'를 운운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다만 노래 이후 보여진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 광고 영상은 이날 콘서트의 옥에 티로 남은 듯 했다.

그 다음, 대표 히트곡인 '슬픔 활용법'으로 진한 울림을 전하는가 하면 '가슴에 지는 태양', '조만간 봐요', '피우든 마시든'으로 몸을 조금씩 흔들게 만들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Bruno Mars의 'Uptown Funk'는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춤을 출 정도로 신나는 분위기를 형성해 장내의 열기를 최고조로 달궜다.

콘서트 막바지에 접어들자 김범수는 앞으로의 원대한 계획을 전했다. "성취를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렇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제 자신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들을 담기 위해 옛것들을 비워내려 합니다. 제 목표는 50년입니다. 성대가 떨어지는 그 날까지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노래하는 '토종 가수'로 남겠습니다."

이와 함께 MBC '나는 가수다'와 JTBC '슈가맨'에서 선보였던 '제발'과 '그댄 행복에 살텐데'로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신 뒤, SBS '판타스틱듀오'에서 발견한 보물인 사천소녀 김다미 양과 '끝사랑'으로 멋진 듀엣을 완성시켰다. TV에서 느꼈던 감동이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로 다시 전해졌다. 특히, 후배들의 꿈을 돕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려는 김범수의 노력이 절실히 느껴졌다.

엔딩곡은 역시 '김범수'하면 떠오르는 '보고싶다'였다. 역시 믿고 듣는 김범수다. 그가 17년 간 불러온 '보고싶다'는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의 환상적인 무대였다. 곡이 끝난 뒤에도 팬들은 잠시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앙코르를 외치기 시작했다. 앵콜곡으로 '약속',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하루'를 전하며 관객들과의 마지막 교감을 나눴다.

여운이 남는 레전드급 무대를 선사한 김범수는 12,13일 '17년산 토종 김범수'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인천, 대구, 광주, 창원, 부산 등 총 5개 도시를 순회하는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