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배우학교'의 코믹한 진지함…박신양의 변화 눈길

배움을 소재로 삼은 TV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성장이다.

출연자들이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거쳐서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월 4일 시작한 tvN '배우학교'도 "장르가 예능인지, 다큐멘터리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리는" (백승룡 PD) 가운데서도 성장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기 '미생'(未生)을 자처한 일곱 제자의 성장기는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간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과거보다 한결 넉넉한 모습으로 돌아온 스승 박신양의 변화다.

◇ '독불장군' 어디 가고…여유와 넉넉함 보여준 박신양

"여기 왜 왔어요?"

스승 박신양은 아이돌 가수인 제자 남태현이 "제 본업은 가수이지만, 연기는 여유롭고 느긋하게 하고 싶다"며 입을 떼자마자 말꼬리를 확 잡아챈다.

스승은 당황한 제자의 닭똥 같은 눈물에도 흔들림 없이 "왜 우느냐"고 다시 묻는다.

5년 만에 TV로 돌아온 박신양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박신양은 영화 '유리'로 데뷔한 이후 지난 20년간 연기력 논란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확고한 연기관과 독특한 성격으로 이름난 '독불장군'이기도 했다.

박신양은 '배우학교'를 열자마자 빈틈없는 카리스마로 제자들을 몰아붙였다.

자신보다 2살 많은 이원종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1회에서 제자들을 향한 그의 집요한 질문은 마음 편히 예능을 감상할 준비를 마친 시청자 또한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업에 돌입한 박신양은 제자들의 변화를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의 홍보 문구처럼 박신양을 연기 '완생'(完生)으로 정의하는 것과 제자들에게 발레복을 입히고 눈을 크게 뜨게 하는 박신양의 교수법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자들이 자기 모습을 솔직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극하고, 가진 것들을 끌어낼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그의 모습은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제자들에게 아침 커피를 돌리고, 초콜릿을 건네고, 침낭을 선물하는 '애교'와 무표정하다가도 종종 보여주는 환한 미소는 덤이었다.

과거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스럽게 파고들기만 했던 박신양이 나이도, 개성도 다른 여러 사람을 넉넉히 품어주고 가르칠 여유가 생긴 것이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로서는 흥미롭다.

애청자 사이에서는 듣기 좋은 위로와 포장된 웃음이 넘쳐나는 TV에서 박신양의 비수 같은 질문이 신선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 진짜 꿈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박신양이 던진 질문을 자문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코믹함·진지함 수시로 오가는 일곱 제자의 성장

'배우학교'는 출연자 캐스팅 과정에서 적잖이 진통을 겪었다.

예능 욕심이 있다 해도, '발연기' 배우로 분류되고 싶은 연기자는 없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연기를 배울 각오가 없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안 된다"는 깐깐한 스승의 존재도 캐스팅을 어렵게 했음을 박신양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

어렵게 모인 도전자 중에는 '발연기'로 집중포화를 맞았던 아이돌(남태현)도, 경직된 감정 연기 때문에 로봇으로 놀림받았던 가수(장수원)도, "돈 벌려고 연기하는 '똥 배우'가 됐다"고 고백한 베테랑 연기자(이원종)도 있다.

이들과 스승이 벌이는 '밀당'의 매력은 코믹한 진지함이다.

제작진의 센스 넘치는 자막도 재미에 한몫한다.

유병재는 등장하자마자 "최민식의 '배우학교'라면 거기로 갔을 것이다.

(여기에 온 이유는) 박신양이 합격했기 때문"이라는 어설픈 도발로 코너에 몰렸지만, 재미 하나는 확실히 살렸다.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아버지와 아들이지만, 발레복을 입고서 애절한 로맨스를 보여준 유병재-이종원 커플의 연기는 우리를 배꼽 잡게 한다.

장수원은 '배우학교'에 가장 최적화한 캐릭터다.

그는 '로봇 연기의 창시자'로 제2 전성기로 열었지만 그 때문에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음을 드러내면서 대중들에게 다가왔다.

사물 연기 과제를 받아든 장수원이 쓰레기봉투로 변신한 모습은 민망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했다.

장수원은 그럼에도 꾸역꾸역 수업을 따라간 끝에 갈수록 자기 생각을 더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알고 자신감도 늘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연기에 매너리즘을 느껴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맏형 이원종도 눈에 띈다.

그는 처음에는 박신양으로부터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았지만,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학생으로서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단기 속성 액팅 클라쓰'가 앞으로 7명의 연기 인생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휴지로 변신해 교실바닥을 구르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도 훔쳤던 이들의 성장기는 꽤나 매력적이다.

"연기를 배운다운 건 끝도 없는 자기 고백이 필요하기에 엄청난 각오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 점만으로도 이미 여기 있는 7명의 학생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박신양)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