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했던 윤동주 시인(1917~1945)에 관한 영화 ‘동주’가 오는 18일 개봉한다. 시인과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과 죽음을 저예산(약 6억원) 흑백영화로 담아냈다.

영화 '동주' 연출한 이준익 감독 "윤동주의 삶, 제대로 알리고 싶었죠"
연출자는 지난해 흥행에 대성공한 사극영화 ‘사도’(624만명)의 이준익 감독(57·사진). 2005년 1000만명을 넘어선 ‘왕의 남자’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그는 이후 여러 작품을 실패해 상업영화 연출 중단을 선언했다가 2013년 ‘소원’(271만명)이 성공한 뒤 상업영화와 저예산 영화를 넘나들고 있다. 2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4년 전 교토 도시샤대에 갔을 때 윤동주 시비(詩碑)를 봤습니다. 그의 시비가 일본에 여럿 있다고 하더군요. 그를 사랑하는 일본인 모임도 있고요. 참 아이러니죠. 그를 죽인 것도 일본인이니까요.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아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도 한 편 없으니까요. 그래서 영화화하기로 결심했죠.”

극중 윤동주와 그의 고종사촌 형인 송몽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제에 저항한다. 송몽규가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실천한 데 비해 윤동주는 신념을 시로 승화시켰다. 일제가 금지한 한글로 시를 쓰는 행위 자체가 저항운동이었다.

“윤동주의 시에 흐르는 일관된 가치관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창씨개명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죠.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일본으로 유학 가려고 뒤늦게 창씨개명을 했습니다. 정체성을 버리는 것에 대한 괴로움이 시에 그대로 투영됐어요. 하지만 정지용 시인은 그에게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윤동주는 일제 치하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반듯하고 바르게, 치열하게 살아갔다. 그러나 한글 시가 발각된 뒤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2년간 실형을 받고 복역하다 의문의 주사를 맞고 옥사했다.

“‘731’이란 생체실험부대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1800여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기록이 있습니다. 윤동주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윤동주 역에 강하늘을 캐스팅한 것은 외모가 비슷한 데다 심성이 맑고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이 감독은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송몽규가 윤동주와 비슷한 비중으로 그려진다.

“윤동주는 시집이라는 결과가 남아 있으니까 후세에 평가를 받지만, 송몽규는 결과가 없으니까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젊은 민족주의자로서 패기가 넘쳤습니다. 윤동주를 통해 송몽규란 인물을 재평가해보고 싶습니다. 성숙의 시대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