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수목극 '한번 더 해피엔딩', 사랑 다시 찾을 때까지…돌싱들의 힐링 이야기
“(감정을) 담아두고 숙성할 필요도 있는데, 바로 뱉어내고 또 상처받고….”(미모)

“담아두지 않고 쏟아지는 니 감정들이 부러워. 걔들은 행복할 거야. 세상 밖으로 나와서. 내 감정은 항상 안에서 곪거든. 뒤늦게 후회만 하고….”(수혁)

“(피식 웃으며) 감정이란 거, 요물이네.”(미모) “(피식 웃으며) 애물단지지.”(수혁)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한번 더 해피엔딩’(극본 허성희, 연출 권성창)은 맛깔스러운 대사로 펼쳐가는 ‘돌싱들의 동화’다. 장나라가 맡은 돌싱녀 미모는 전직 걸그룹 엔젤스 멤버로, 지금은 재혼컨설팅업체 ‘용감한 웨딩’ 대표다. 그를 놓고 초등학생 아들을 둔 매력적인 싱글 아빠 수혁(정경호 분)과, 연애를 수없이 해본 돌싱남인 사랑병원 의사 해준(권율 분)이 삼각 로맨스를 펼친다.

여기에 미모와 함께 엔젤스로 활동했던 고동(유인나 분), 다정(유다인 분), 애란(서인영 분) 등의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미혼녀 고동은 또 다른 돌싱남에 반했고, 용감한 웨딩 공동대표인 다정은 이혼을 고민 중이다. 애란은 결혼이라는 족쇄에 묶이기 싫은 인터넷 쇼핑몰 대표다. 모두에게 진정한 사랑이 결핍돼 있다.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사랑을 얻을까. 미모가 고객에게 던진 말에 답이 있다. “재혼의 실패는 ‘어설픈 희망’에서 시작되고, 성공은 ‘확실한 주제 파악’에서 옵니다.”

정답을 아는 그는 쉽게 성공할까. 이론과 실천은 다른 법이다. 미모는 프러포즈한 해준을 위해 음식을 만들면서 수혁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원래 이런 여자야. 좋아하면 좋다고 내뱉고, 사랑을 시작하면 남김없이 쏟아부어. 한땐, 더 많이 사랑하는 게 지는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근데, 아니더라. 더 많이 사랑하는 게 이기는 거더라. 그래야 관계의 끝에 지지부진한 미련이 없는 거거든.”

미모는 자신의 재혼 프로젝트를 쉽게 달성할 수 있을까.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복선이 깔려 있다. 다정은 미모에게 “합리적 의심은 다다익선이다. 너무 앞서가다 상처받지 마”라고 충고했다.

주요 인물들은 롤러코스터를 탄 채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랑의 종착역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동인(動因)은 처참한 현실이다. 이웃 독신 여성은 치킨을 먹다 뼈가 목에 걸렸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질식사했다. 한밤에 응급실로 실려간 미모는 처절한 외로움을 느낀다.

독신들의 아픔은 그러나 얼마든지 극복될 것이란 분위기를 던져준다. 인물들이 저마다 주제 파악에 들어가 있어서다. 감정을 속으로 삭이고 있는 수혁도 언젠가는 터뜨릴 것이다.

이 작품은 갈수록 이혼이 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재치있게 조명하고 있다. 이혼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재혼을 위한 과정으로 보자는 의미도 짙다. 의무감에 불행하게 사는 다정을 보면 돌싱들은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존재라는 것이다. 조금씩 과장된 캐릭터들은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개성이 넘쳐난다. 그들이 직업을 가진 것도 고난을 탈출할 힘을 줄 수 있다. 권성창 PD는 “30대 남녀의 현실적인 고민이 녹아 있는 드라마”라며 “극이 무겁지 않게 중심을 잡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