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사상 최대 관객을 모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사상 최대 관객을 모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이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일반판보다 40분 늘어난 감독판이 25일 사상 처음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일반판 관객 수를 합치면 905만명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는 역대 최고다. 우 감독은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등 권력의 카르텔을 깨부수는 이야기가 통쾌함을 줬기 때문”이라고 흥행 비결을 말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우 감독을 만났다.

“‘청불’(청소년 관람불가)영화가 이렇게 잘되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죠. 장인어른과 장모님, 친구분들까지 모두 봤다고 합니다. 젊은 층만이 아니라 노인들도 많이 보니까 효도한 느낌입니다. 사회생활을 많이 겪어본 어른들이 즐기면서 보는 영화입니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 원작을 옮긴 이 영화는 대통령 후보와 기업 오너, 그들의 하수인인 정치깡패,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언론인의 부패 커넥션을 흥미진진하게 파헤친다.

“관객에게 권력의 카르텔을 깨부수는 통쾌함을 줬습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 영화에서 실현됐으니까요. 지난해 흥행에 대성공한 ‘베테랑’과 ‘암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중이 사회구조에 품고 있는 분노와 답답함이 영화를 통해 정화(카타르시스)된 겁니다.”

이 작품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그는 지적했다. 극중 비자금 파일이나 성 접대는 뉴스를 통해 익히 알려진 얘기다. 사회고발적인 메시지도 숱한 작품에서 나왔다. 그러나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게 만든 게 핵심이죠. 사회고발적인 내용을 개인의 욕망이 빚은 범죄 드라마 형식으로 보여준 게 주효했어요. 현실성에다 판타지를 입힌 셈이죠. 등장인물들의 욕망은 과장돼 있습니다. 그것을 보는 관객에게도 크기만 작을 뿐, 모두 욕망이 있습니다. 관객이 캐릭터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 보는 재미를 즐겼습니다. 나는 실현하지 못한 욕망을 캐릭터들을 통해 대리 체험해본 거죠.”

극중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가 대표적인 예다. 더러운 욕망의 소유자인 그는 과한 욕심을 부리다가 손이 잘렸다. 신분 상승의 꿈이 상류층에 거부당한 것이다. 웬만한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안상구처럼 거부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실감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배우들의 열연이 흥미를 배가시켰습니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의 연기가 뛰어났어요. 특히 이병헌의 변신이 먹혔습니다. 예전에는 건달 역이라도 ‘멋있게’ 나왔죠. 이번에는 ‘날건달’ 역이었어요. 이병헌은 영화적인 얼굴 생김새에다 연기까지 잘하면서 완벽히 부활했습니다. 그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지어낸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 한잔 할까’라는 대사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검사 역 조승우는 즉흥 연기가 뛰어났고,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백윤식은 의외의 리액션으로 신선함을 줬다. 안상구의 손목을 자른 조상무 역 조우진은 거친 에너지로 스크린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최고의 캐스팅이 먹힌 셈이죠. 촬영 미술 편집 음악 등 스태프들도 최고를 기용했어요. 그들의 경험치를 사고 싶었습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91학번인 그는 2000년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이듬해 부산국제영화제 신인감독 발굴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자작 시나리오 프로젝트 여럿이 중도 하차하면서 2010년에야 ‘파괴된 사나이’로 데뷔했다.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 ‘간첩’까지 흥행에 실패한 뒤 세 번째 ‘내부자들’로 흥행 홈런을 날렸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