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체험 다루는 예능서 부상자 속출…심지어 사망자도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MBC TV 설특집 '2016 아이돌 스타 육상·풋살·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에서 그룹 엑소의 시우민이 무릎을 다치면서 또다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시우민은 풋살 경기 도중 상대팀인 격투기 선수 김동현 씨와 부딪혀 무릎을 다쳤으나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추석 특집으로 시작해 매해 명절 특집으로 방송되는 '아육대'는 유난히 부상 소식이 잦은 프로그램으로 악명이 높다.

앞선 녹화에서는 앞서 빅스의 레오, 인피니트 성열·우현, 씨스타의 보라, 에이핑크의 하영·남주·보미, GOT7 잭슨, 샤이니 민호, AOA의 설현, 마마무 문별, 엑소를 이탈한 타오 등이 어깨, 무릎, 발목 등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제작진은 의료진을 항시 대기시키고 녹화 때마다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하지만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보듯 출연자가 아이돌이고 현장에는 사전 방청 신청으로 입장한 아이돌 팬들이 가득해 이들이 부상을 당한 상황, 사후 대처 등이 시시각각으로 인터넷으로 전해지면서 그 여파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아육대' 폐지 서명 운동, 시청 거부 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다.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도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늘면서 예능 프로그램 녹화 도중 부상자가 발생하는 일은 놀랄 일이 아니게 됐다.

군부대를 무대로 한 MBC TV '일밤-진짜 사나이'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부상자가 많이 나온다.

배우 정겨운은 지난해 7월 태권도 대련 및 격파 장면을 촬영하다 왼쪽 팔과 오른쪽 손이 부러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잠시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2013년 6월에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수로가 촬영 중 어깨 부상을 당했는데도 유격 훈련을 계속하다가 병원에 실려갔고, 결국 수술까지 받았다.

녹화 중은 아니었지만 개그맨 김영철도 지난해 11월 '진짜 사나이' 촬영을 위해 이동하다 추돌 사고로 손가락이 골절되기도 했다.

2013년 9월엔 개그맨 이봉원이 MBC '스타 다이빙 쇼 플래시' 녹화 리허설차 다이빙을 하다 수면에 얼굴로 부딪히면서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출연자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이 프로그램은 방송 4회만에 폐지됐다.

같은해 11월에는 그룹 클릭비 출신 가수 오종혁이 SBS TV '정글의 법칙' 미크로네시아 편 촬영 중 손가락을 베여 10바늘을 꿰매는 응급 봉합 수술을 받았다.

2013년 8월엔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이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래프팅 장면을 촬영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1999년엔 '도전 지구탐험대' 촬영차 라오스를 갔던 중견 탤런트 김성찬씨가 뇌성 말라리아에 감염돼 사망했고 2005년엔 같은 프로그램으로 콜롬비아에 갔던 개그우먼 정정아가 아나콘다에 물리기도 했다.

2004년 성우 장정진씨가 녹화 도중 소품용 가래떡을 먹다 기도가 막혀 의식 불명 상태로 있다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서 부상이 발생하는 것은 더 역동적이고 짜릿한 장면을 담으려고 하면서도 안전에는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왜 팬들이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오빠'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오래 지켜볼 수 있는 '아육대'를 폐지해달라고 외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