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윤준필 기자, 한혜리 기자]
시청자들을 1988년 쌍문동의 추억으로 젖어들게 했던 tvN ‘응답하라 1988’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쌍문동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사랑과 우정, 추억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누군가의 친구로, 누군가의 가슴 아픈 첫사랑으로, 누군가의 가족으로, 누군가의 이웃으로 남은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사람들. 그들은 떠났지만, 아직 우리는 그들은 보내지 못했다.

라미란김성균
라미란김성균
#김성균(김성균)♡라미란(라미란)

미란의 슈퍼맨이고 싶지만, 현실은 시도 때도 없이 코미디언들의 유행어를 따라하는 철없는 남편 성균. 호피무늬를 즐겨 입어 ‘쌍문동 치타 사모님’이 된 미란. 두 사람은 3년 전, 큰 아들 정봉이 수집했던 올림픽 복권이 1억에 당첨돼 순식간에 부자가 됐다. 하지만 너무나도 가난하게 살아온 탓인지 성균은 제대로 돈을 쓸 줄 모르고, 미란은 그런 남편만 생각하면 소주 한 병을 그냥 들이켜 마시고 싶을 정도다.

말은 “답답하다”고 말해도 미란은 성균에게 최고의 아내다. 달밤에 체조를 하던 성균이 허리를 크게 다치자 누구보다 호들갑을 떨며 걱정한 사람이 바로 미란이었다. 성균의 생일날, 성균이 엄마가 보고 싶다며 흐느끼자 조용히 등을 토닥여줬다. 성균은 국졸인 미란을 두고 아들들에게 “네 엄마 최고로 똑똑했다”며 칭찬하는가 하면, 가난했던 시절 그 흔한 웨딩 사진 한 장 함께 찍지 못했던 것이 마음의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의리’에 살고 있는 중년부부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졸부가 아니던 시절부터 이들 부부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성동일이일화
성동일이일화
#성동일(성동일)♡이일화(이일화)

“임자~” 쌍문동의 ‘임자’커플. 보라, 덕선, 노을 삼남매의 엄마, 아빠이기 전에 원조 ‘꽁냥꽁냥 커플’이라 할 수 있겠다. 참으로 다정한 커플이 아닐 수 없다. 두 사람 다 애교도 없는 무뚝뚝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우애는 참 좋다. 이일화, 성동일 임자커플은 두 사람의 오랜 결혼생활 기간처럼 애정도 깊었다. 설렘은 진작 없어졌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힘든 것도 가장 먼저 알아채고, 아픈 것도 가장 먼저 알아챘다. 숨길 수 없는 사이. 서로의 아픔을 알기에 누구보다 더 아껴줬다. 가끔은 속상할 때도 있다. 생활이 힘들어서 그런지 서로를 몰라줄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아-들한테 주는 건 아깝지 않은데, 남편한테 주는 건 와 이리 아까운 지 모르겄다.” 말로는 퉁명스럽게 뱉었지만 동일의 수척해진 얼굴을 가장 먼저 걱정해준 건 부인 이일화였다. 이것이 이일화-성동일 부부의 사랑방식이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게, 마음으로는 따뜻하게, 요즘말로 전형적인 ‘츤데레(차갑게 굴지만 내심 챙겨주는)’ 커플. 직접적인 애정표현이 없어도 이들이 사랑할 수 있던 이유는, 아마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무성김선영
최무성김선영
#최무성(최무성)♡김선영(김선영)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지붕에 소복히 쌓이듯이, 사랑은 그렇게 소란스럽게 찾아오지 않았다. 동네 오빠 동생 사이로 알게된 최무성과 김선영은 어려운 시절,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그렇게 가까워졌다. 택(박보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술로만 살던 무성을 쌍문동으로 부른 것은 바로 선영이었고, 엄마 잃은 아이처럼 집 앞에 물끄러미 앉아 있던 택을 챙겨가던 사람 역시 선영이었다. 워낙 말이 없고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돌부처’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던 무성은 선영의 막내딸 진주(김설)를 만나 조금씩 바뀌어간다. 함께 ‘요술공주 밍키’를 보면서 인형놀이를 하는가 하면, 서로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기까지.

‘오빠’ 무성은 선영에게 눈이 오던 날 “날도 추운데 같이 살자”고 무심한 듯 박력있게 프러포즈한다. 선영이 시어머니의 막무가내 은행빚으로 쌍문동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을 때 ‘슈퍼맨’처럼 도와줬던 무성이었다. 사랑 중 으뜸가는 사랑은 ‘통장사랑’이라고 했던가. 가장 어려울 때 선뜻 큰돈을 내어주며 선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던 무성은 이제 선영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큰 그늘이 됐다. 이런 무성에게 누가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사랑은 운명이다.

장진리 기자 mari@ 윤준필 기자 yoon@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방송 화면,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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