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훈 감독 "산악인 우정·의리에 웃음코드 접목한 게 흥행 비결"
영화 ‘히말라야’가 지난달 16일 개봉한 뒤 흥행 1위를 달리며 14일 현재 관객 724만명을 기록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44·사진)은 ‘댄싱퀸’(2012년, 405만명) ‘해적:바다로 간 산적’(2014년, 866만명)에 이어 3연타석 ‘흥행 홈런’을 때렸다. 특히 ‘히말라야’는 산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에베레스트’가 흥행에 참패한 것과 정반대 행로를 걸어 주목받고 있다. 서울 누하동 한 카페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에베레스트’와 ‘히말라야’는 산을 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에베레스트’는 산악인들이 돈을 받고 일반인을 정상에 올려보내주는 시스템을 고발했습니다. ‘히말라야’는 산악인들이 우정과 의리를 지키고 끈끈한 감정을 나누는 이야기죠. 그 관점 차이가 시장에서 전혀 다른 반응으로 나타난 듯싶습니다.”

이 감독은 동료 산악인의 시신을 수습하러 간 휴먼원정대 실화를 다룬 MBC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해 영화화를 결심했다. 다큐멘터리는 휴먼원정대 자체만 보여주면서 엄홍길 대장과 숨진 박무택 대원을 내레이션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영화를 위해 박무택과 엄홍길의 인연,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창작했다.

“휴먼원정대는 요즘 세상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했습니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일반적인 스포츠 드라마와 달리 우정과 의리 때문에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하고, 시신을 수습하러 가는 이야기 자체가 감동을 줍니다. 8000m 고봉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자신의 짐도 버리고 싶어지는데, 등장인물들은 무거운 시신을 옮겼습니다.”

이 감독은 그러나 인물들이 겪는 실제 위험이나 힘든 상황보다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고 그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라도 재미있게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웃음에서 재미를 찾는 편입니다. 박무택과 친구의 해프닝, 박무택 애인의 구애 장면 등을 창조한 것도 이 때문이죠. 후반부는 슬픈 이야기니까 감정의 높낮이 차원에서 초반에 관객이 신 나게 보도록 했죠.”

그는 ‘해적’과 ‘댄싱퀸’에서도 코미디를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전개했다. 코미디는 관객이 두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웃음을 줘야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흥행에 필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새로움입니다. 관객의 취향에 맞춰 영화를 찍었다고 관객이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움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새로우면 관객이 낯설고 불친절하게 느껴 실패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3%의 새로움만 있으면 관객들이 크게 느낀다고 봅니다.”

1997년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충무로에서 세 편의 연출부 수업을 거쳐 2006년 ‘방과후 옥상’, 2007년 ‘두 얼굴의 여친’을 잇따라 연출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한마디로 재미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절치부심 끝에 5년 만에 내놓은 ‘댄싱퀸’으로 부활에 성공했고, ‘해적’과 ‘히말라야’의 잇단 성공으로 흥행 감독 대열에 들어섰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