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최원홍
최원홍
My name is 최원홍. 으뜸 원(元), 넓을 홍(弘)이에요. 널리널리 최고가 되라, 그런 뜻 같아요.

7살 때 연기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KBS2 ‘왕가네 식구들’, SBS ‘비밀의 문’, 종합편성채널 JTBC ‘달래 된, 장국’ 등에 출연했어요. 이제 내년이면 연기 경력 10년차네요. (웃음)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자폐아 바우로 등장해요. 자폐아 연기가 나중에 저한테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바우를 준비할 때는 좀 막막하더라고요. 잘 모르겠어서 포털 사이트에 ‘자폐아’라고 검색도 해봤어요. (웃음) 그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폐아로 출연한 영화를 찾았어요. ‘길버트 그레이프’라고 저랑 비슷한 나이에 찍은 영화였는데, 연기를 되게 잘하더라고요. ‘마을’ 보면 바우가 손가락을 자주 까딱거리잖아요. 그거 디카프리오 연기를 참고한 거예요.

처음 대본 리딩하던 날 감독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이렇게 연기를 해라’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아무 지적도 안 하시는 거예요. 심지어 첫 촬영에서도 말씀이 없으셨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한참 지나서 상반신 촬영을 할 때였는데 감독님이 “원홍아, 손 안 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손을 가만히 있었거든요. 감독님께서 바우 손동작을 인상 깊게 보셨던 것 같아요. 나중에 카메라 감독님과 “쟤 잘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엄청 뿌듯했어요. 제가 그런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쓸 거라고 생각 못하셨나 봐요.

‘마을’에선 선배님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요. 바우가 친구도 유나(안서현) 밖에 없고 집안에만 있으니까 선배님들하고 인사 밖에 못해요. 저번에 혜진쌤 장례식 촬영할 때 성당에서 처음으로 모두 모였는데 그때 인사드렸어요.

서현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서현이는 저보다 4살 아래 동생인데,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어서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어요. 서현이가 먼저 말을 걸어줘서 되게 고마웠어요. 지금은 서로 학교생활도 얘기하고 그래요. 얼마 전에는 서현이가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는데 자긴 촬영 때문에 빠져야 한다고 굉장히 속상해하는 거예요. 우승하면 상금을 받는데 자기 반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웃음) 다음 촬영할 때 우승했냐고 물어봤는데 “2등 했다”면서 엄청 아쉬워했어요. 둘이 얘기하면 재밌어요.

바우가 생각했던 것보단 힘들진 않아요. 처음엔 부담감이 컸는데 주변에서 ‘잘한다’고 얘기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제는 촬영장에 가면 자연스럽게 바우가 되는 느낌이에요. 또, 대사가 많지 않거든요. 유나랑 가끔 말하는 정도? 대신 밤늦게 찍는 건 좀 힘들어요. 배도 고프고. 저번엔 한 신 찍었는데 해가 떴어요.
최원홍
최원홍
현장에서 좀 낯을 가려요.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있을 땐 말도 많고, 운동도 좋아하고, 활발한데 현장에만 가면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뭔가 작아지는 느낌이에요. 말수가 적어지고. 그래서 전에는 선배님들한테 인사도 못했어요. 계속 그러니까 예의 없다고 혼난 적도 있었요. 지금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왕가네 식구들’의 왕대박이 딱 제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나이도 비슷했고, ‘중2병스러운’ 부분들도 많이 비슷했어요. ‘왕가네 식구들’은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대선배들이랑 같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인사성도 그때 많이 고쳤어요. (웃음) 연기도 많이 배웠고… 여러모로 재미있었어요.

학교에서는 학생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있으면 즐거워요. 초등학생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도 처음엔 절 연예인으로 봤어요. 그래서 “난 연예인이 아니라 너희처럼 똑같은 학생인 친구”라고 말했어요. 솔직히 싫어 할 수도 있는데 친구들이 알겠다고 해줬어요. 이후로는 친구들이 제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다른 친구들한테 제 생각을 전해주고 그래요. 진짜 고맙죠. 촬영이 없을 땐 다른 애들처럼 공부도 하고, PC방도 가고, 축구도 해요. 어제도 축구했어요. 축구 선수 중에선 호날두를 좋아해요.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많이 알아봐요. 학교에서 현장 체험학습으로 놀이동산을 간 적이 있었어요. 친구들이랑 놀이기구 타려고 줄을 섰는데, 저쪽에서 절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다른 학교 애들을 봤어요. “최원홍 같아”라고 말하는 게 들렸어요. 전 친구들이랑 놀고 싶었는데 그 애들이 신경 쓰여서 제대로 못 놀았어요. 내 일상을 방해받는 기분이라 조금 언짢았는데 끝까지 못 들은 척 했어요. 괜히 거기서 싫어하는 티를 내면 절 알아본 친구들도 기분도 안 좋아지잖아요. 아, 회사에 “원홍 오빠 있나요?”라며 전화도 온대요. 제 또래가 날 좋아한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낯설고 어색해요. 전 그냥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최원홍
최원홍
박신양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짜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연기를 하시잖아요. ‘싸인’을 봤는데 진짜 멋있었어요. 예전에 박신양 선배님이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발성 연습을 하고, 입에 볼펜을 물고서 발음 연습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완벽한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대단해요. 저도 초등학생 때는 입에 볼펜을 물고 책을 읽어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입이 작아서 그런지 침만 흘리더라고요.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액션 배우가 되고 싶어요. ‘왕가네 식구들’ 찍을 때 친구들과 싸우는 신이 있었어요. 그때 액션 감독님이 오셔서 간단한 합을 가르쳐주셨는데 엄청 재미있는 거예요. 나중에 이병헌 선배님처럼 액션 연기를 하고 욕심이 생겼어요. 사극을 찍을 때도 액션신 연습을 멀리서 보고 그래요. ‘계백’ 찍을 때, 소품팀에 졸라서 소품용 검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칼은 지금 집에 잘 모셔 놨어요. (웃음)

연기를 하면 제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해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일석이조에요. 다양한 삶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좋고, 어떤 캐릭터가 나를 통해 표현되는 것도 재미있어요.

연기 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아요. 가끔 악조건에서 촬영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는 좀 힘들어요. ‘달래 된, 장국’은 겨울에 찍었거든요. 근데 극중 배경은 2002년 여름이었어요. 추운 날에 반팔을 입고 살수차에서 뿌리는 비를 맞았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촬영이 다 끝나고 그대로 쓰러졌어요. 속으로 ‘살았다’고 말하고. (웃음) ‘계백’을 찍을 때는 여름이었어요. 그런데 사극이니까 가발을 써야 했거든요. 더워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고민이요? 잠을 많이 못자서 키가 안 클까봐 걱정이에요. 성장판이 닫히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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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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