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_걷는_선비 (1)
밤을_걷는_선비 (1)
MBC ‘밤을 걷는 선비’ 20회 2015년 9월 10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김성열(이준기)은 폭약을 준비해 궁으로 향한다. 귀(이수혁)는 성열을 기다리며 궁 안의 모든 이를 흡혈귀로 만들어 버린다. 성열은 자신을 걱정해 따라온 양선(이유비)과 사랑을 확인 후 양선의 피를 취한다. 흡혈본능과 인간의 마음은 다시 혈투를 벌인다. 성열이 귀와 최후의 결전을 치르는 동안 주상(심창민)은 아침이 되길 기다려 지하궁을 폭파한다. 햇빛과 함께 귀는 최후를 맞는다.

리뷰
마지막까지 긴장감은 살아나지 않았다. 귀와의 ‘결전’은 이미 여러 번 치러졌고, 둘의 전술이나 싸우는 모양새까지 다 구도가 예상될 지경이었다. 숨겨진 무기도 숨겨진 ‘자아분열’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미 지난 방송에서 다 나온 것들이었고, 짜임새나 하다못해 분장까지도 이전 에피소드를 늘려서 보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양선이 성열을 대하는 방식은, 사실상 ‘반전’이라고는 없었다. 성열의 말을 어기고 그를 위한답시고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드는 식의 판단은 양선이 초반부터 취해온 반복 패턴이다. 고집스레 그의 간청을 어기고 기어이 피바다 속으로 찾아오는 모습은 대단한 사랑이라기보다, 짜증을 유발할 정도였다. 자신의 피를 무슨 ‘도시락’처럼 사용하라는 뜻인가. 19회에서도 “내 피를 물에 타 드시게 하면…?”을 궁리하는 모습이 다소 엽기스러웠는데, 이걸 마지막회의 ‘반전’으로 준비한 것이라면 드라마 내내 시청자는 무엇을 본 것인가. 양선이 제 아무리 뛰어난 ‘비책’이라 쳐도, 양선의 피를 취하는 일 역시 성열에겐 이미 여러 차례였다. 긴장감도 비장함도 없었다.

수향(장희진)이 혹시 ‘모계 비책’이거나 혜령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혜령은 19회에서 죽었고, 수향은 그 많은 장면들에서 귀를 마음대로 요리하는 재능을 보였으나 실상 결전에 아무런 영향도 못 끼치는 소품으로 머물고 말았다. 이렇게 복선을 못 깔고 못 살린 전개가 안타까운 것은, 요소요소에 뭔가 있을 듯한 구석은 많았는데 다 흘려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비책, 비책 하는 대사만 초반부터 내내 외우다 끝난 느낌이다.

가운을 걸친 귀는 영의정(손종학)을 손으로 처단한다. 피를 빨지도 않고 그냥 손으로. “내 오늘 한껏 피를 취한 탓도 있지만 네 피는 도저히 삼킬 엄두가 나지 않는구나.” 최후까지 기회주의자에 속물이었던 혜령의 아비, 해칠 가치도 없어 살려주려다가 도저히 못 봐주겠어서 처리한다는 귀의 일갈이 차라리 신선했다.

마지막회까지 너무 많은 흡혈귀들이 등장하고 너무도 쉽게 사람을 쏘고 죽인다. 궁 안이 완전히 흡혈귀 천지가 되어 곳곳에서 뱀파이어들이 출몰하는데, 왜 이 대결은 굳이 ‘밤’을 빌어 하고 있는지 일방적 수세가 예상돼 답답하기도 했다. “너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찬란한 삶을 살았다. 너는 영원히 죽은 자일뿐이다.”라는 성열의 일침은 그나마 성열의 일생을 잘 정리한 대사였다. 최후를 맞으며 비로소 편안해지는 귀가 “과연 아름답구나”라고 내뱉는 말도 이수혁의 표정과 함께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급한 마무리였다.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는 최후. 마지막의 ‘1년후’ 이후 펼쳐진 에피소드들은 거의 사족에 가까웠다. 나무 아래의 꿈결 같은 포옹은 과연 해피엔딩이 맞긴 한 것인가.

수다 포인트
-드라마 내내 ‘비책은 사람’이라더니, 알고 보니 최신 과학기술과 폭약이었나요.
-귀는 햇볕 살균으로 처단한 셈인가요?
-가운을 입고 머리 푼 귀, 이수혁은 최후의 모습까지 완전 잘생겼어요.
-마지막회 같지가 않고, 어디선가 귀도 되살아났을 것 같네요. 이유는 없습니다.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밤을 걷는 선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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