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김여명
김여명


사건명 환절기
용의자 김여명
사건일자 2015.08.07
첫인상 여명. 숙취 음료를 떠올리는 사람도, 종교인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티스트 김여명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이름 주는 중성적인 느낌과 앨범 재킷 속 커트 머리에, 무작정 그가 남자 가수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김여명의 목소리는 곱고, 그의 감성은 더욱 곱다.
추천트랙 ‘환절기’. 이런 식의 진지함은 참 오랜만이다. 이런 식의 조심스러움 역시 참 오랜만이다. 훅(hook)을 서두에 배치해, 시작부터 결판을 내려는 노래가 도처에 널렸다. 그러나 김여명의 노래는 흥분하는 법이 없다. 담담하게 풀어내는데, 그래서 더 서글프다. 비주얼 때문인지는 몰라도 버블 시스터즈 출신의 영지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 만큼의 폭발력 없이도 마음을 움직인다.



재주소년
재주소년


사건명 달리자 여름밤2
용의자 재주소년(유상봉, 박경환)
사건일자 2015.08.10
첫인상 두곡의 수록곡 제목을 물리적으로 합쳐 만들어진 앨범 타이틀(‘달리자 여름밤2’)이지만, 무언가 있어 보인다. 열대야의 습격으로, 달리기는커녕 누워만 있어도 지치는 여름밤. 그러나 재주소년의 청량한 음악이 있다면, 여름밤을 달리는 일도 제법 낭만적으로 느껴질 듯 하다.
추천트랙 ‘달리자’. 재주소년 치고는 퍽 역동적인 제목이지만, 내용물은 전작과 비슷하다. 소박하고 느긋하다. 특유의 소년다운 감성도, 섬세한 감성도 여전하다. 뒤늦은 사춘기를 마무리하는 듯한 가사와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가 따뜻한 감성을 더하고, 아련한 트럼펫 소리와 일렉 기타 소리는 묘한 위로를 전한다. “20대에 폭발하는 감성의 곡들을 그 간의 앨범에서 모두 소진한 이후, 이른 바 작곡난을 겪고 있다”던 재주소년의 방황도, 이제는 마무리되었길 바란다.
출몰지역 오는 16일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5 사운드베리페스타’ 무대에 오르며 9월 개최되는 ‘2015 렛츠락 페스티벌’의 첫째 날(19일)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울쿠커
소울쿠커


사건명 퀘스천(Question)
용의자 소울쿠커(Soulcooker 뮤트, 박지훈)
사건일자 2015.08.11
첫인상 작곡가 뮤트(MUTE)와 보컬 박지훈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그룹명에서도 추측 가능하듯 소울 장르, 특히 네오소울을 표방한다. 전작에서는 발라드 넘버 ‘추억…그리고’를, 신보에서는 ‘쇼미더머니3′ 출신의 래퍼 타래가 피처링한 ‘퀘스천’을 타이틀로 선정했다. 대중성을 의식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울쿠커의 색깔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수록곡에 주목할 것. 보다 깊은 소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트랙 ‘비 마인(Be Mine)’. 어떤 장르든 오리지널과 가까워지는 순간, 대중과는 다소간의 거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알엔비/소울을 지향한다는 많은 가수들이 발라드 넘버를 부르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때론 비타협적 태도가 훌륭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비 마인’처럼 말이다. “소울쿠커가 본래 표현하고자 하는 색깔”이라는 이 노래는 정통 알엔비에 보다 가까이 접근해, 보컬 박지훈의 흑인 음색을 잘 살려냈다. 전주와 후주에서의 아이디어가 다소 아쉽지만, 대중적인 코드 역시 부족하지 않다.

텐마일즈
텐마일즈


사건명 늙은이의 방
용의자 텐마일즈(10miles 김재인, 이응주, 김완, 신정훈)
사건일자 2015.08.11
첫인상 지난 6월 첫 앨범을 발매한 신인 밴드다. 모던 록을 기반으로 하되, 대중적이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대중들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모토로 한단다. 간혹 대중성을 음악성의 반대말 격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대중성을 지향하는 밴드를 우습게 보는 시선도 있다. 텐마일즈가 그들에게 시원한 일갈을 던질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겠다.
추천트랙 ‘늙은이의 방’. 듣기 쉬운 음악을 지향하는 이들답게, 시작부터 편안한 기타 연주가 귀에 와 닿는다. 밴드 사운드나 멜로디 진행에서도 모험적인 시도는 크게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국카스텐이나 로맨틱펀치를 연상시키는 보컬 김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차별성을 가져다준다. 치매 노인이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었지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법 하다. 상실과 허무가 사회에 만연해 있으니.
출몰지역 14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위치한 살롱노마드에서, 15일 서교동 클럽 타에서 합동 공연을 펼친다.

프라이머리
프라이머리


사건명 2
용의자 프라이머리(최동훈)
사건일자 2015.08.12
첫인상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은, 앞으로도 그에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 것이다. 프라이머리가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비슷한 곡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할 것이고 없어도 될 의혹이 따라 붙을 지도 모른다. 묘안은 없다. 좋은 노래로 보답하는 것만이 프라이머리의 유일한 돌파구. 이번 앨범이 그러한 돌파구를 향한 산뜻한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
추천트랙 ‘러버(Rubber)’ ‘피해망상(Paranoia)’. 추천트랙을 꼽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모든 트랙이 수준급 완성도를 자랑한다. ‘러버’의 경우, 두 뮤지션의 콜라보레이션이 흥미롭다. 프라이머리 특유의 훵키한 베이스와 오혁의 나른한 보컬과 관조적인 감성이 더해졌다. ‘피해망상’의 어두운 분위기 역시 선우정아의 목소리, 개코의 랩핑과 탁월하게 어우러진다. 선우정아의 날카로운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좀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