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최근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색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창력보다는 프로듀싱 능력을 더욱 주요한 자질로 평가하는 것. 덕분에 Mnet ‘슈퍼스타K6’의 곽진언이나 SBS ‘K팝스타4’의 이진아는 여타의 걸출한 보컬리스트들을 누르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탁월한 작곡 감각을 기반으로 곡을 재탄생시켰고 이를 통해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였다.

프롬(Fromm), 이정아, 최고은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뮤지션들이다. 이들은 각각 EBS ‘스페이스 공감-헬로 루키’ Mnet ‘슈퍼스타K3’ 후지TV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선 다소 빗겨갔지만 묵묵히, 그리고 단단히 음악 색을 구축하고 있는 세 사람을 조금 더 파헤쳐 보자.

프롬
프롬
프롬

#프롬, 홍대 신전 아녀도 갈 곳은 많다네

프롬은 예쁘다. 그의 1집 앨범 커버 사진은 배우 한지민을 떠오르게 했으며 단발머리를 한 2집 앨범 커버는 유진을 연상시켰다. 허나 그에게 ‘홍대 여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자니,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자칭 타칭 ‘홍대 여신’들의 신전 난입은 차치하더라도, 외모만을 주제로 삼기에 프롬의 음악은 상당히 독특한 구석이 있다.

프롬은 ‘지산 락 페스티벌’을 비롯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서울재즈페스티벌’ ‘카운트다운 판타지’ 등 다수의 무대 경험을 지녔으며 EBS ‘헬로루키’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 발표한 1집 앨범 ‘어라이벌(Arrival)’에서는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에 프로듀싱까지 담당했고 이 앨범은 2014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며 프롬의 음악성을 증명해냈다.

2집 ‘문보(MOONBOW)’ 역시 프롬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 있다. 이 앨범에서 프롬은 자신의 개성을 더욱 강하게 어필한다. 한층 날카로워진 목소리는 투박하게 그려지는 듯 하면서도 능숙하게 조절된다. 악기 편성 또한 현악기와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보컬과의 조화를 꾀한다.

프롬은 방송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2일 SBS ‘인기가요’를 시작으로 오는 25일에는 MBC ‘음악중심’에도 출연한다. 공연 무대도 물론 준비되어 있다. 프롬은 5월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5 음악 페스티벌, 6월 27일, 28일 단독공연 등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정아
이정아
이정아

# 이정아, 정원영 비호 아래 무럭무럭 자라라

깊게 내린 다크서클, 허리춤에 묶은 셔츠. ‘슈퍼스타K3’에서 이정아의 첫 등장은 그다지 강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정아가 노래를 시작한 순간, 분위기는 돌변했다. 심사위원 이승철은 얼굴에 미소를 뗬고 정엽은 입맛을 다셨다. 싸이는 “(슈퍼스타K)시즌 2엔 장재인, 시즌 3엔 이정아”라며 이정아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이정아는 ‘슈퍼스타K3’에서 톱 9까지 진출하며 김광진의 ‘편지’, 이글스의 ‘데스페라도(Desperado)’ 등 불후의 명곡을 소화해냈다. 이후 이정아는 대학 스승 정원영의 가르침 아래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돌입, 지난해 6월 1집 ‘언더토우(Undertow)’를 발표했다.

‘언더토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앨범이다. 이정아는 총 13곡의 수록곡 중 12곡을 직접 작곡했고 11곡의 작사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의 면모를 뽐냈다. 이정아는 앨범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진솔한 감정으로 풀어내며 감동을 전했다. 그는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병 환자들을 만났던 경험부터 할머니와의 사별, 부모님의 연애이야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재료삼아 곡을 만들었다. 막강한 선배 뮤지션들도 힘을 더했다. 천재 뮤지션 정재일이 프로듀싱를 맡았고 정원영은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그룹 빅마마 출신 신연아는 코러스와 보컬디렉팅으로, 밴드 바드(BARD)의 박혜리를 비롯해 양시온, 남메아리, 장민우(Black Bag)는 각각 악기연주와 편곡, 코러스 등으로 도움을 보탰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이정아에게는 숙련된 프로듀서의 지휘 하에서도 본인의 색깔을 분명하게 살릴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정원영의 비호가 발판이 될 지 치맛바람이 될 지는 이정아의 몫에 달렸다.



최고은
최고은
최고은

# 최고은, 못하는 게 있긴 할까?

최고은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그는 일본 후지TV의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 버서스’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으며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음악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에 주최 측의 공식초청을 받아 참여했다. 독일의 음악 네트워크인 ‘송스 앤 위스퍼스(Songs & Whispers)’의 초청으로 유럽 각지를 돌며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시간을 조금 더 돌려 최고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면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최고은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약 10여 년 간 판소리를 배웠다. 황승옥 명창으로부터 사사 받았다는 그는 서울대 국악과 판소리 전공 입시에서 떨어진 후 돌연 하드코어 밴드의 보컬로 활약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중반에는 친구 에릭에게 노래를 선물해준 것을 계기로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포크 음악을 시작, 음반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해 11월 발매된 최고은의 첫 번째 정규앨범 ‘아이 워즈, 아이 엠, 아이 윌(I was, I am, I will)’은 제목 그대로 최고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고 있다. 최고은은 노래의 내용적인 측면을 넘어 장르의 이동, 원테이크 녹음 기법, 한글 가사의 사용 등 앨범 작업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도 자신의 경험과 고민, 정성을 함축해냈다.

최고은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보컬은 재즈와 민요, 포크에서 브리티쉬 록까지 전방위한 장르의 곡을 소화해낸다. 동시에 최고은은 프로듀서로서의 고민도 진지하게 이어나가는 상황. ‘나’를 주제로 곡을 쓰고 싶다는 최고은에게는 음악의 소재 또한 풍부하다. 연장과 기술, 재료까지 완비되었으니 이제는 명반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러볼 뮤직, 슈가레코드, 소닉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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