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악대가 2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국군 29초 영화제 시상식에서 모둠북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방부 군악대가 2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국군 29초 영화제 시상식에서 모둠북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방부와 한국경제신문이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국군 29초 영화제는 군 안팎의 소통과 혁신, 창의성 발현의 기회였다. 현역 장병뿐만 아니라 예비역, 장병 가족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물론 이웃주민과 6·25 참전용사까지 영화의 주연이나 조연으로 나섰다.

[대한민국 국군 29초 영화제] 영화 만들다보니 창의·신바람 '절로'…병영에 번진 '29초 효과'
장병들이 출품한 영화에는 소속 부대원이 함께 출연하고 제작에 동참했다. 출품작 숫자만큼 군인이 참여한 게 아니라 360여개 부대가 영화제에 도전한 셈이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손보며 각종 촬영 장면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군인 감독의 주재 아래 부대원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소통도 원활해졌다는 것이 일선부대 정훈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간부와 병사, 병사와 병사 간 숱한 대화가 오가면서 상호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계획을 짜면서 부대원의 창의력이 신장됐고 촬영 과정에서 부대원의 단합과 단결심도 더 강화됐다는 평가다. 영화제 참여를 계기로 장병들이 창의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장병들은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신바람이 났다. 육군 7사단 정훈공보부가 제작한 ‘대한민국 군인은 절절포다’에는 서정열 사단장(소장·3사 20기)이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됐다. 영화에는 이른바 ‘절절포송(노래)’이 삽입됐다. ‘절절포~’라는 후렴구가 흥겹게 반복된다.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자’의 줄임말인 ‘절절포’는 병사들이 행군할 때도, 작업할 때도 고된 훈련을 이겨낼 힘을 준다.

해군사관학교 생도인 김재훈 감독이 출품한 ‘군인은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편에선 연대장 생도를 비롯해 596명의 해사 생도가 등장했다. 생도들의 국궁 수련, 태권도 및 미식축구 훈련 장면 등을 담았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생도들의 단체 구호 “자랑입니다”에서는 절도와 패기가 넘쳐났다.
[대한민국 국군 29초 영화제] 영화 만들다보니 창의·신바람 '절로'…병영에 번진 '29초 효과'
네티즌 평가가 심사과정에 반영됐기 때문에 출품작을 알리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와 부대 간 댓글 경쟁도 치열했다. 36사단 108연대 기동중대에서 복무 중인 권현우 상병이 출품한 ‘~우리의 아들이다’에는 가장 많은 댓글(1370여개)이 달렸다. 재생 횟수도 3770여회를 넘었다. 소중한 아들을 군대에 보낸 뒤 허전함을 느낀 어머니가 언제부터인가 군인만 보면 다 ‘내 아들’로 느끼는 심정의 변화를 그려 높은 인기를 끌었다.

7사단 5연대 3대대 11중대장으로 복무 중인 박민석 대위가 출품한 ‘~미소로 변화 중이다’는 댓글 840여개로 2위를 차지했다. 박 감독은 입대 전 문제가 많았던 주인공이 육군에서 시행 중인 감사나눔운동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문인대 서울예술대 영화과 교수는 “스토리가 아주 신선하고 기발했다”며 “구성도 탄탄한 작품이 많았다”고 밝혔다. 유상현 감독(SM엔터테인먼트 팀장)은 “훈련과 바쁜 일과 속에서도 군인들이 응모한 작품들은 영상미와 연기력이 상상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김태호 국방부 대변인실 공보기획담당(해군 중령)은 “국방부가 군 신뢰 회복과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추진한 국군 29초 영화제가 병영에 소통과 단결을 가져다주고 창의와 신바람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군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만 외부에 알려지고 있지만 그런 문제는 소수의 일탈행위에 불과할 뿐 전반적인 병영문화는 건강하다는 사실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확인됐다는 게 국방부와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