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상회’ 황우슬혜.
‘장수상회’ 황우슬혜.
‘장수상회’ 황우슬혜.

[텐아시아=황성운 기자] 나 몰라? 전설의 미친년이야. 박양은 꽂히는 순간 일단 직진하고 보는 화끈한 성격을 지녔다. 장수마트의 사장 장수(조진웅)에게도 열렬히 들이대는 중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주변의 시선 상관없고, 무작정 직진을 외친다. 성칠(박근형)과 금님(윤여정)의 소식을 들은 박양의 한 마디, “연애는 들이대야지.” 그간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선보였던 황우슬혜는 영화 ‘장수상회’에서 과감 화끈한 매력으로 이전과 다른 매력을 뿜었다.

황우슬혜, 스스로 말하길 지금까지는 주로 우는 역할이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기만 했다. 심지어 어린아이한테 당해도 놀라기만 했을 뿐이라고. 이번에는 완전 다르다. ‘전설의 미친년’답게 폭력성도 다분하고, 적극적인 사랑표현을 넘어 마구마구 들이댄다. 출연 분량이 많진 않지만, 이전과 다른 황우슬혜의 면모는 충분히 보여줬다. 그것만으로도 황우슬혜는 ‘장수상회’ 일원이 된 것에 만족해했다.

Q. ‘장수상회’ 출연 이유가 궁금하다.
황우슬혜 : 예전에 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시고, 연기 리액션이 좀 다르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걸 보시고 시나리오를 보내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Q.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극 중 박양의 분량도 그렇고, 박양과 장수의 사랑도 충분히 보여주진 못한 것 같다.
황우슬혜 :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가 매우 좋았다. 내 캐릭터도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재미를 느꼈고, 무엇보다 강제규 감독님이니까. 영화에선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장수도 (박양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는다. 툭툭 거리면서도 애정 있는 스타일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어린아이가 계속 ‘좋아요, 좋아요’ 하는 것처럼 무조건 들이대는 거였고.

Q. 성칠과 금님,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황우슬혜 : 가슴 아팠던 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4~50년을 같이 산 세월 때문인 것 같다. 두 분이 한 달 만에 사랑에 빠졌다면 덜 했을 텐데, 둘이 살아온 세월 속에 벌어진 상황이지 않나. 같이 한 세월의 정이 가장 큰 것 같다. 누가 한 분 돌아가시면 어떻게 살까 싶다. 몇 년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도 가슴 아픈데, 50년을 같이 산 부부는 어떨까 싶은 거다. 그거에 동화되면서 가슴이 더 아팠던 것 같다.

Q. 반면, 황우슬혜와 조진웅 커플의 히스토리는 부족하다. 이전부터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온 게 아니라서 처음 호흡을 맞추는 사이였다면 어색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조진웅과는 ‘사랑을 믿어요’를 통해 호흡을 맞췄다. 막 들이대는 역할이어도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분명 수월했겠다.
황우슬혜 : 훨씬 수월했다. 첫 신부터 무릎에 앉는 거였다. 박양은 원래 그런 아이인데, 오빠가 깜짝 놀랐을 것 같다. 하하. 그리고 호흡도 잘 맞았다. 연기하면서 호흡이 잘 맞아서 불편한 건 없었던 것 같다.


‘장수상회’ 황우슬혜.
‘장수상회’ 황우슬혜.
‘장수상회’ 황우슬혜.

Q. 실제 황우슬혜는 마음에 들면 극 중 박양처럼 막 들이대는 스타일인가.
황우슬혜 : 아니다. 전혀 안 그런다. 오히려 말수가 없어지고, 얘기를 못 하는 스타일이다. 극 중 모습과 정반대다. 연기할 때는 되는데 끝나고 나선 못 보겠더라. 나중에 보면 오글거리고. 하하.

Q. 작품을 하다 보면 성격이 바뀌기도 하지 않나. 박양 같은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를 하면서 뭔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황우슬혜 : 그건 맞다. 캐릭터 때문에 쾌활해지고, 밝아지는 건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모습과는 또 다르다. 나는 나고, 연기는 연기니까.

Q. 그럼 박양의 모습 속에 실제 자신의 모습은 어느 정도인가.
황우슬혜 : 내 일부분이 박양이다. 평소 모습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나는 하루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스타일이다. 화가 나더라도 한 번 생각해보고 화내자는, 그런 주의다. 근데 박양은 항상 몸이 먼저 가고, 뒤에 생각하자는 주의니까. 하하.

Q. 그동안 해온 작품들을 보면 사랑스럽거나 귀여운 느낌이 묻어나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영화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황우슬혜 : 뭔가 빈 듯하고, 허술하다. 하하. 약간 고정관념이 있는 스타일이다. 겉보기엔 고전적 스타일인데 뭔가 허술하니까 재밌어 하는 것 같다. 실제 그런 역할이 더 재밌기도 하다. 지금까지 완벽하고 똑똑한 역할은 안 해봤다. 맨날 울기만 하고.

Q. ‘장수상회’를 하면서 기존과 다른 모습이라 기대하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황우슬혜 : 기존에는 당하거나 안 풀리면 울거나, 어린아이한테 당해도 놀라기만 했다. 직접 뭔가 대응을 못 하는 캐릭터를 주로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폭력성도 약간 있고. 남자한테 들이대기도 한다. 남자가 키스하면 눈 동그랗게 떠서 놀라는 것만 해왔는데 들이대는 역할 하니까 재밌었다. 하하. 오토바이도 통제된 곳에서 연습하니까 바람 가르는 게 재밌더라. 실제로는 운전도 제대로 못 한다.

Q. 겁이 많은 편인가 보다.
황우슬혜 : 놀이기구는 안 무서운데 뭔가 해서 다칠 것 같은 거엔 겁이 많다. 수영, 운전, 오토바이 등 무서워한다. 자전거도 타면 엎어지고, 다치니까. 운동신경이 부족하진 않은 것 같은데, 잘 못 보고 다치고 떨어지는 그런 스타일이다.

Q. 기존의 이미지를 깨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있는 것 같다.
황우슬혜 : 있다. 재밌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지만, 조금씩 다른 역할을 하고 싶은 것도 있다. 때리는 역할에 쾌감이 있었다. 액션 스쿨을 다니기도 했고, 운동 신경도 좋다. 몸 쓰는 거 잘한다. 근데 약해 보였는지 액션 작품이 잘 안 들어온다.

Q. 다칠 것 같은 거에 겁이 많다면서.
황우슬혜 : 합을 맞추기 때문에 덜 다친다. 스턴트처럼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 춤추는 것 같다. 와이어도 괜찮더라. 정통 액션으로 몸을 최대한 활용해 보고 싶다. 그런 건 재밌어하면서 운전하는 걸 무서워하고. 하하.


‘장수상회’ 황우슬혜.
‘장수상회’ 황우슬혜.
‘장수상회’ 황우슬혜.

Q. 지난 언론시사회 때 편집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설의 미친년’ 역할이라고 소개됐는데, 그 모습이 조금은 약해 보이긴 하더라. 그중에 개인적으로 특히 아쉬운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
황우슬혜 : 있다. 그런데 두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빠지는 것보다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편집한 것 같다. 극 중 춤추는 신도 있고 아영(문가영)을 괴롭히는 학생들에게 ‘3×2’ 문신을 보여주면 ‘전설의 미친년이 바로 쟤구나’라고 그 친구들이 놀라도 있는데.

Q. 다른 인터뷰를 보니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던데.
황우슬혜 : 괴롭힘당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약해 보이거나 만만해 보여서가 아닐까. 그랬던 것 같다. 극 중 역할 때문에 ‘학창시절 때려봤나 봐요’라고 질문하는 데 오히려 맞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한 거다. 물론 요즘 아이들보다 덜하다. 가방 발로 차고, 집에 쫓아오고, 머리 잡아당기는 정도. 하하.

Q. 박양의 인물 소개가 많지 않다. 황우슬혜가 생각하는 박양은 어떤 인물인가.
황우슬혜 :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뭔가 부족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병에 걸렸고, 딸은 이혼했고, 아들은 상처했고. 그런 게 어우러지는 게 보기 좋았다. 그리고 박양도 마찬가지다. 뭔가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연기할 때는 박양이 고아였다고 생각했다.

Q. 고아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황우슬혜 : 먼저 장수를 왜 좋아하게 됐을까를 생각했다. ‘전설의 미친년’으로 불렸으면, 분명 학교 짱이었을 거다. 고아로 자라 누구한테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자랐을 거고, 그러다보니 학교 짱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장수가 딸한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아빠 같다는 생각도 하고, 아영이가 자기처럼 보였을 것 같다. 그래서 아영이도 챙기고, 장수도 사랑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Q. 닮고 싶고 존경하는 배우로 윤여정을 꼽았더라. ‘장수상회’를 해서인가 아니면 예전부터인가.
황우슬혜 : 이 영화 때문에 더 존경하게 됐다. 직접 보니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보면, 가만히 계시다가 슛 들어가면 금님으로 돌변한다. 영화를 보는데 어떻게 저렇게 소화하셨지 생각이 들었다. 연기할 때 보면, 물 흐르듯 급하지 않으신 것 같다. 긴장하면 급해지는 게 있는데 선생님들은 급한 게 없다. 주고받고, 오가는 것들이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더라. 한 신을 하더라도 과한 게 없고. 그래서 안정적이다. 뭘 하든지 다 안정적인 것 같아 많이 배워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장수상회’ 황우슬혜.
‘장수상회’ 황우슬혜.
‘장수상회’ 황우슬혜.

Q. 데뷔 때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 이후로도 또래 여배우와 다른 길을 걷는 것 같다.
황우슬혜 : 의도는 아니다. 그래도 열심히 차곡차곡 했구나 싶다.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의 이름을 가끔 쓰기도 하는데, 그때 해놓은 게 많다는 생각도 들고. 그거 보고 있으면 좋다.

Q. 그리고 데뷔에 비해 작품 수가 그리 많진 않더라. 한동안 정체기인 것 같기도 하고.
황우슬혜 : 데뷔 때 갑자기 이슈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차근차근 쌓아온 게 아니라 갑자기 나타났고, 그 뒤로 드라마 등 작품이 잘 안 돼서 그렇다. 하하. 연기적으로는 똑같이 열심히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쉰 것도 없다.

Q. 그런대서 오는 조급함은 없나.
황우슬혜 : 그런 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잘되고 싶다, 이런 것도 덜 하다. 지금은 다음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고, 빨리 만나고 싶은 조급함만 있다. 물론 작품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항상 있는데, 그건 나한테 맡겨지는 운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조급하다고 풀리는 것도 아니다.

Q. 2010년 예능프로그램 ‘우결’ 출연 이후론 예능에서도 보기 어렵다.
황우슬혜 : ‘우결’ 때 욕을 많이 먹어서 그 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하하.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다. 연기는 자기 성격과 다른 것도 하고, 또 그게 재밌기도 하다. 반면 예능은 보이는 부분만 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그래도 좋은 것 있으면 하고 싶긴 하다.

Q. 여전히 연기 연습을 하고 있나. 데뷔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연기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황우슬혜 : 지금도 한다. 예전에는 ‘캐릭터가 실제 모습하고 똑같죠’란 말이 정말 싫었다. 내가 노력해서 만든 캐릭터인데 원래 내 모습이 나와서 쉽게 한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노력이 무산된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다. 지금은 잘 소화하고 있나 보다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연기 연습하는 건) 선생님도 잘 이해 못 한다. 하하. 그래도 정말 예뻐해 준다. 어떤 고정관념을 깨줬다고 하더라. 또 처음에는 딱 닥쳐서 연기하려니까 캐릭터에 대한 공포감이 생겼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캐릭터를 잡아가는 시간이 짧아졌다. 스스로 알아가는 것들이 많으니까. 연습을 통해 그런 근육들이 생기니까 지금은 믿음이 생긴다. 옛날에는 대본, 시나리오를 받으면 무서워했다. 지금은 아침에 대본을 받아도, 30분 전에 받아도 재밌게 한다. 더 연습하다 보면 어떤 느낌이 올지 기대하고 있다.

Q. 앞으로 언제까지 더 연기 연습을 할 예정인가.
황우슬혜 : 선생님이 그만둘 때까지. 하하. 지겹겠지. 그래도 딸 같이 대해준다. 연기는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또 다르다. 보는 것만으로는 따라갈 수도 없다. 주제를 알고, 차곡차곡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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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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