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아 피쳐사진126
정밀아 피쳐사진126
(part4에서 계속) 서른 살을 넘긴 늦은 나이에 데뷔한 정밀아는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자신의 노래를 적극적으로 전파한다. 누군가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그녀의 데모 앨범을 주문하면 직접 만든 음반과 정성스럽게 직접 쓴 손 편지를 동봉해 보내주는 인간미 넘치는 방식이다. 그렇게 직접 제작한 데모앨범은 입소문을 타며 상당량이 판매되면서 인디 포크 씬에서 ‘정밀아’의 이름과 노래가 조금씩 회자되기 시작했다.
정밀아 언플러그드 공연사진137
정밀아 언플러그드 공연사진137
2013년 봄, 카페 언플러그드에 제작한 컴필레이션 앨범에 2곡을 다시 녹음해 수록했다. 정식 유통된 첫 앨범이다. 이때부터 공연에 매진했다. 2013년 겨울, 정밀아는 솔가, 이란, 모호프로젝트 등 여자 뮤지션 4명이 함께한 프로젝트 ‘비포장시대’에 참여했다. 지방 이곳저곳으로 공연을 다니며 내공을 키웠다. 2014년 4월 홍대 클럽 ‘살롱 바다비’에서 기획한 공연 <책장을 넘기는 노래>에 참여해 헤르만 헤세의 ‘방랑’을 모티브로 한 창작곡을 만들었다. 이후 한 달에 10회 이상 공연에 매진하며 정규앨범 구상에 들어갔다.
정밀아 피쳐사진133
정밀아 피쳐사진133
첫 정규앨범에 무슨 이야기를 담을까를 고민했다. “노래란 것이 내 말로 된 내 이야기이니까 지난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해보고 싶더군요. 가득 차있기만 한 이야기들을 한 번쯤 툭툭 털고 가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이별과 그리움처럼 지난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바다, 계절 등이 많이 나오는데 이전에 지낸 풍경들이 그러했기 때문이었고요. 1집이니까 어려운 말로 말하지 말고, 넘치지 않게, 말갛게 세수하고 편안하고 단정한 옷을 입고 서서 담담하게 내 이름을 말하는 그런 기분으로 가고 싶었어요.”(정밀아)
정밀아 피쳐사진134
정밀아 피쳐사진134
그동안 만든 곡들을 다듬어 7월부터 마포구 공덕역 근처의 필로스 플래닛 스튜디오에서 신재민과 더불어 녹음과 믹싱작업을 진행했다. 공동으로 프로듀싱에 힘을 더해준 뮤지션 에몬(Emon)은 기타 연주에도 참여했다. 재즈뮤지션 김오키는 고맙게도 저렴하게 음반 프레싱과 인쇄할 수 있도록 주선해 1000장을 제작했다. 사실 음반 발표 이전에 몇 몇 레이블에서 소속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하고 자체제작을 했다. “처음 앨범제작을 제의했던 한 레이블과 합주까지 했지만 제작스타일과 활동방식이 제 생각과 너무 달라 스스로 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금반지레코드를 만들었습니다. 촌스런 이름이지만 시골에 가면 할머니들이 다른 패물을 다 팔아도 금반지 하나는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보석이잖아요. 제 노래도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명했습니다.”(정밀아)
정밀아 피쳐사진131
정밀아 피쳐사진131
정밀아는 삶의 풍경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일상의 언어로 그려나간다. 2014년 만추에 태어난 정규 1집 타이틀 ‘그리움도 병’처럼 그녀의 노래에는 온통 그리움의 정서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리움도 병‘은 공연에서 그녀가 빠트리지 않고 부르는 애창곡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그리워서 떨쳐버리려고 애써 모진 마음도 가져보고, 그게 힘겨워 걷고 또 걷는 모양을 그린 노래입니다. 나중에는 그리움의 대상들이 어떤 순간이나 장소 그런 것으로 바뀌고 그러더라고요. 기타를 클릭에 맞추어 따로 녹음했는데, 기타+콘트라베이스+드럼의 트리오 구성을 원테이크로 녹음했어요. 나중에 기타와 보컬을 얹었고요. 제가 가장 많이 부른 노래라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고 싶었습니다.”(정밀아)
정밀아 피쳐사진139
정밀아 피쳐사진139
듣는 이를 무장 해제시키는 자유로운 매력이 넘치는 노래는 ‘내 방은 궁전’이다. “월세 집을 구하러 갔던 일화를 소재로 노래인데 소위 말하는 ‘5분 만에 쓴 곡’이죠. 연주 부분을 원테이크로 받았어요. 고음을 내지르며 신나게 불렀죠. 나중에 들어보니 더 막 부를걸 그랬나 싶더군요(웃음).”(정밀아) ‘우리들의 이별’도 들을수록 귀에 감겨오며 진한 여운을 남기는 노래다. “처음부터 들어보라고 들이밀지는 않기를 기대하고 만들었기에 알려지는데 몇 달은 걸릴 거다 예상했어요. 최대한 어쿠스틱하게, 임팩트 걸지 않고 라이브에 가까운 자연소리를 담으려 노려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제 음반이 어떤 장르로 분류될지, 이런 식으로 해석이 되었으면 좋겠어 같은 평가받는 것에는 관심을 끊고 내 귀에 최적화된 사운드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정서를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하려 했습니다.”(정밀아)

정밀아의 사진 작품들
정밀아의 사진 작품들
정밀아의 사진 작품들

정밀아는 자신의 그리움을 스스로 ‘병’이라 규정했지만 회색빛 그리움에 몸살을 앓는 이들에게 그녀의 노래는 ‘치유’의 마력을 발휘하는 놀라운 ‘치료제’로 둔갑한다. 선배 포크뮤지션 김두수는 정밀아의 노래를 듣고 “이렇게 맑은 영혼으로 노래를 창작해 들려주는 후배님이 있다니 너무 반갑습니다.”라고 관심을 표명했다. 2014년 11월, 정밀아 1집은 포털사이트 알라딘 포크음반 분야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좀 놀랬습니다. 오래 활동한 사람도, 어리고 재능이 출중해 눈에 띤 경우도 아닌데 말이죠. 공연 중에 제 노래를 듣고 여자아이들이 우는 장면을 보면 제가 위로하려고 작정하고 달려든 것도 아닌데(웃음) 공감해 주는 것 같아 고맙더군요. 1집 노래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좋은, 옆에 있어도 질리지 않는. 정갈한 가정식 백반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정밀아)
정밀아 피쳐사진120
정밀아 피쳐사진120
정밀아는 좀 더 넓은 대중에게 다가가려 매달 서울과 지방의 지역으로 떠나는 ‘방방곡곡’ 공연을 시작했다. “앨범 홍보투어라기 보다는 여러 대상, 여러 상황에서 그냥 노래하고 싶어요. 지역을 찾아보니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꽤 많더군요. 앞으로 내 노래로 어디까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지와 로컬 음악가들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할 예정입니다.”(정밀아) 1월엔 광주, 목포를 다녀왔고 2월은 28일 토요일 저녁 7시30분에 홍대 앞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단독공연 ‘겨울 끝’을 개최한다. 3월에는 제주도로 갈 예정이란다.
정밀아 피쳐사진138
정밀아 피쳐사진138
정밀아는 욕심이 많은 아티스트다. 아직도 몸 속 어딘가에서 꿈틀거리는 예술적 소스를 분출하려는 욕망과 에너지가 뜨겁기만 하다. 뮤직비디오도 직접 제작하고 싶은 정밀아는 내년 쯤 자신의 음악, 그림, 사진이 합체되는 뭔가를 꿈꾸고 있다. 표출하는 장르가 그 무엇이든 시리도록 그리운 곳으로 순간이동 시켜주는 매력적인 정밀아의 삼위일체 예술작업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아직 끄집어내고 싶은 게 많으니 갈 길이 멀어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소스를 지닌 가능성 있는 뮤지션이란 인식을 안겨주고 싶습니다.”(정밀아)
정밀아 카페 언플러그드 공연1
정밀아 카페 언플러그드 공연1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sh@naver.com
장소제공. 카페 언플러그드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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