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을 찾은 관객이 영화 ‘국제시장’을 보기 위해 티켓을 사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을 찾은 관객이 영화 ‘국제시장’을 보기 위해 티켓을 사고 있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왔기 때문에 1000만명을 돌파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 때는 소통과 화합을 염두에 뒀는데, 막상 개봉하니 좌와 우,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갈등해 가슴이 아팠습니다.”

'국제시장', 진한 가족애 '뭉클'…4050세대 불러모았다
윤제균 감독은 12일 한국 감독 사상 최초로 ‘1000만 누적관객’ 영화 두 편을 갖게 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윤 감독은 2009년 ‘해운대’(1145만명)에 이어 5년 만에 연출한 ‘국제시장’도 1000만명을 넘게 됐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이 영화는 27일째인 12일까지 983만명을 기록해 13일 밤이나 14일 오전에 1000만 돌파가 확실해졌다. 한국영화로는 열한 번째다.

윤 감독은 “영화를 만든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정치적인 논란이 일어나 처음에 많이 당황했다”며 “하지만 영화 매체의 특성상 만든 사람의 의도와 보는 사람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진보 진영에서 과거사에 대한 미화라고 지적하면서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흥행 불길을 부추겼다. 미군을 미화하고 박정희 시대를 비판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좌파의 심기를 건드렸다. 결국 한 평론가가 이 작품에 대해 ‘토 나온다’고 언급하자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등 보수 진영에서 대들면서 싸움이 번졌다. 논란의 진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극장에 들른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어떤 정치성도 찾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윤 감독이 의도적으로 정치성을 배제한 탓이다.

영화계에서는 최근 문화콘텐츠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중장년층과 공감대를 이루는 스토리에서 흥행 비결을 찾는다. 황정민, 오달수, 김윤진 등 스타 배우들이 흥남철수부터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전 파견근로자 등을 거쳐 남북 이산가족 찾기 등을 겪는 여정에서 중장년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젊은 관객들도 아버지 세대의 삶을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 윤 감독은 너무 심각한 이야기로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유머를 섞어 관객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이도록 배려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전해준다”며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처럼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평가했다.

맥스무비영화연구소는 가족 관객이 전체 예매율의 67%를 차지할 정도로 가족들에게 인기를 얻은 게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맥스무비 관계자는 “4050 관객이 54%에 달해 ‘명량’의 47%를 훌쩍 넘었다”며 “4050세대가 자녀들과 함께 오면서 ‘국제시장’은 최고의 가족영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4050세대는 2030세대보다 늦게 움직이기 때문에 흥행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승원 CGV 고객마케팅팀 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장년층 관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제시장은 장기 흥행에 들어가 새 기록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