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대부' 이경규, 연예대상 수상의 의미

‘2014 SBS 연예대상’

‘2014 SBS 연예대상’

‘예능 대부’ 이경규는 건재했다.

지난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4 SBS 연예대상’에서 이경규는 ‘힐링캠프’로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이경규의 SBS 연예대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상식은 이경규, 성유리, 배성재가 진행을 맡았다. 대상 후보로는 ‘정글의 법칙’ 김병만,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유재석,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이경규, ‘놀라운 대회 스타킹’ 강호동 등 4명이 올랐다.

하지만 시상식에서는 일찌감치 이경규의 대상 수상이 점쳐졌다. 전년도 대상 수상자인 김병만을 비롯해 강호동, 유재석 모두 한 번씩 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을 거머쥔 바 있었고, 이경규가 받을 때가 됐다는 여론과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 MC에 코미디부문 시상까지 맡아 활약한 이경규의 모습도 시청자들이 이경규의 대상을 응원하는데 힘을 실었다.

이경규는 2년 연속 SBS 연예대상 최우수상에 그쳤기에 그의 수상에 대한 설득력이 높았다. 수 많은 대상을 수상해 왔지만 SBS에서는 첫 대상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이경규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와 ‘붕어빵’을 몇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어오며 두 프로그램이 탄탄히 자리잡는데 큰 몫을 해 왔고 그 공로를 인정받을만 했다.

이경규는 오랜 연륜을 바탕으로 ‘힐링캠프’를 리드하고 있다. 그는 게스트와 기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유쾌한 농담으로 편안하게 만드는 등 강약을 조절한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질문을 과감하게 던지는 것도 대부분의 그의 몫. 솔직하고 거침없는 대화법으로 이야기의 맥을 잇는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스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글로벌 붕어빵’에서는 이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이경규는 때론 자상하게 아이들을 챙기고, 때론 어린이들과 순수함과 비교되는 현실적인 어른의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그 또한 딸을 둔 아버지로서 부모의 마음으로 ‘붕어빵’을 5년간 묵묵히 이끌어 오고 있다.

이로써 통산 8회의 연예대상 수상을 기록했다. 이경규는 1991년부터 92년, 95년, 97년, 2004년, 2005년 MBC 연예대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KBS 연예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번 2014 SBS 연예대상 트로피까지 품으면서 방송3사 연예대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11번의 방송사 연예대상 기록을 보유한 유재석을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대상 수상 기록이다. 이경규는 특히 MBC에서는 6번의 수상으로 역대 최다 대상수상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수상소감을 통해 이경규는 “생각지도 못했고 쟁쟁한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의 발목을 잡아 미안하다”며 “상복이란 것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미안하지만 작가분들 이름을 모른다. 김 작가, 이 작가, 최 작가와 분명히 막내 작가도 있을텐데 진심으로 고맙다”라며 그만의 방식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부친에 대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올해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조금 더 사셨으면 행복한 모습을 보셨을 텐데, 하늘에게 계신 아버님께서 큰 재능을 주셔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상을 아버님께 바친다”고 들려주었다.

1981년 제1회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어느덧 연예계 고참 선배가 된 이경규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역에서 활발한 활약을 펼치며 후배 MC들의 본이 되고 있다. 오랜 방송 생활 동안 ‘예능계의 대부’, ‘힐링의 아버지’, ‘원조 버럭MC’, ‘도로위의 양심’, ‘예능 9단’ 등 누구보다 다양한 별명을 얻었으며, 35년간 최고의 MC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조 국민MC’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이경규는 수상 소감의 끌을 “내년에는 딸과 함께 대상에 도전하겠다”고 재치 있게 마무리했다. 이경규는 내년 SBS에서 그의 딸 이예림 함께 출연하는 새 예능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후배들을 위해 비켜나겠다”는 입에 발린 말보다는 차라리 “후배들의 뒤에서 오래도록 병풍이 되겠다”고 말하는 이경규. 그의 발자취를 좇는 후배들에게 무엇이 진짜 귀감이 되는 길인지 아는 이경규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SBS 연예대상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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