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자존심 '3D 음향'…생생한 입체 사운드 경쟁
CJ CGV는 지난 15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 펜타포트점 5관에 미국 음향업체 돌비의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을 설치했다. 지난해 개관한 이 극장에 음향 시설을 보강한 것.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시스템은 다수의 스피커가 같은 음원을 재생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천장과 사방 벽면에 달린 개별 스피커들이 음원을 분리시켜 위치를 이동하며 들려줌으로써 소리의 입체감을 극대화한다.

극장의 자존심 '3D 음향'…생생한 입체 사운드 경쟁
2012년 CGV 영등포점에 첫 도입된 후 CGV 4개관, 메가박스 10개관, 롯데시네마 13개관 등 총 27개관에 설치됐다. 잠실 월드타워 내 롯데시네마에는 6개관이나 설치됐고 전 세계적으로는 900개관을 넘어섰다.

극장업계에 3D(3차원) 음향 시스템 도입 경쟁이 치열하다. 2D 음향 시스템은 사방 벽면에서 설치된 스피커에서 사운드를 내는 방식이지만 3D 음향 시스템은 천장 스피커에서도 소리를 들려주는 게 큰 차이점이다. 극장마다 크기에 따라 스피커가 20개부터 최대 165개까지 설치돼 음향 효과를 끌어올린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콘텐츠가 영화뿐 아니라 클래식 연주회, 대중 콘서트 등으로 확대되면서 3D 음향 시스템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동안 영화관 경쟁이 스크린과 좌석 차별화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음향 시스템 경쟁으로 바뀌는 추세다.

3D 음향 시스템은 국제 표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춘추전국시대다. 미국 돌비 애트모스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벨기에 바코의 오로시스템과 아이오소노 시스템, 캐나다 아이맥스, 한국 소닉티어 등이 추격하고 있다. 아이오소노 시스템은 CGV 청담·영등포관 등에 설치됐고, 오로시스템은 CGV 영등포관과 롯데시네마 평촌·파주·수원 등에 도입돼 있다.

아이맥스 사운드 시스템은 아이맥스 전용관에 특화한 장치. CGV와의 독점 계약으로 국내 진출한 아이맥스관은 왕십리 등에 15개관이 있다. 일반 스피커보다 10배 강한 출력으로 상영관 내 어느 좌석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국산 음향 시스템인 소닉티어는 CGV 여의도점과 영등포 스타리움관, 롯데시네마 부산점과 브로드웨이점 등에 설치돼 있다. 소닉티어는 돌비의 라이벌인 미국 DTS와 기술제휴를 맺고 있다. 영국 B&W사의 고품질 스피커를 장착한 극장으로는 CGV 청담 등이 있다. CGV 영등포와 진주점 등은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만든 사운드 인증 규격인 THX를 부착했다. THX는 메이커와 상관없이 고품질 스피커와 앰프가 일정한 수준의 음향을 낸다는 증표로 전 세계 30개국에서 2000개가량의 극장이 인증을 받았다.

업체별 사운드의 품질 차이는 일반인이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지만 영화(콘텐츠)들이 극장과 같은 3D 음향 시스템으로 녹음했을 때 최상의 음향을 즐길 수 있다. 가령 상영 중인 할리우드 영화 ‘호빗’은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으로 녹음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장착한 극장에서 최고의 음향이 나온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들은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으로 가장 많이 녹음하고 있다. 반면 한국 영화 ‘명량’은 소닉티어 방식으로 녹음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쯤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3D 음향 시스템 표준 규격을 채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메이커와 상관없이 일정한 규격의 앰프와 스피커를 장착한 극장에서는 비슷한 품질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율구 메가박스 영사기술팀장은 “관객들이 영화 제작 당시 음향을 극장에서도 그대로 느끼고 싶어한다”며 “극장 사운드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